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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울 '찬물 욕조'서 숨진 의붓아들, 부검 소견은 '알수 없음'

중앙일보 2020.01.13 18:35
사건과 관련 없는 사진. [연합뉴스]

사건과 관련 없는 사진. [연합뉴스]

한겨울 베란다에서 찬물 담긴 욕조에 들어가는 벌을 서다 숨진 어린이. 그에 대한 1차 부검 소견은 '알 수 없음'이었다.
 
아홉살 어린이가 숨질 당시 상황은 경찰 조사에서 확인됐지만, 직접적인 사망 원인으로 작용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어린이가 숨진 지 사흘째인 13일도 경찰은 수사를 이어갔다.
 
경기 여주경찰서는 이날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법의관이 숨진 A군(9)에 대한 부검을 시행했는데, 사인에 대해선 '판단 불가로 추정된다'는 1차 소견을 전해왔다”며 “자세한 부검 결과가 나오는 데에는 3~4주 정도 걸린다”고 밝혔다. 이날 나온 결과는 법의관이 맨눈으로 관찰한 것이다. 국과수는 여주서에 “육안으로는 사인을 판단할 수 없다. 팔목·정강이 등에서 멍이 나왔지만 사인과 직접적인 관계는 없다”며 “저체온증을 우선으로 고려해 부검 결과를 분석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경찰에 따르면 지난 10일 오후 8시쯤 여주의 한 아파트에서 “아들이 숨을 쉬지 않는 것 같다”는 신고 전화가 접수됐다. 현장으로 출동한 경찰은 의식을 잃고 쓰러져 있는 A군을 발견했다. A군은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곧 숨졌다.
 
A군 어머니는 친엄마가 아니다. 계모 B씨(31)는 경찰에서 “A군이 ‘얌전히 있으라’는 말을 듣지 않고 돌아다니면서 식사준비를 방해해 벌을 주려 했다”며 “속옷만 입혀 찬물이 담긴 베란다 욕조에 한 시간 정도 앉아 있게 했다”고 진술했다. 
 
A군은 언어장애 2급이었다고 한다. A군이 숨진 이날 여주 최저 기온은 영하 6도였다.
 
B씨는 경찰과 법원에서 "아들 몸에 있는 멍은 내가 낸 게 아니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는 아동학대치사 혐의로 12일 구속됐다.
 
경찰은 B씨가 A군을 학대한 정황이 더 있다고 보고 있다. 2016년 2월과 그해 5월 A군에 대한 학대 신고가 접수돼 아동보호전문기관은 A군과 그의 친아버지를 격리했다.
 
다시 함께 같이 살다가 추가 학대 정황이 발견돼 또 A군을 가족에게서 떨어지게 한 기관의 조치는 2018년 2월까지 이어졌다. 그리고 A군이 초등학교에 입학할 시기가 다가오자 친아버지는 “잘 키우겠다”고 약속하며 A군을 집으로 데려갔다고 한다. 그렇게 집으로 돌아간 A군은 약 2년 만에 싸늘한 주검이 됐다.
 

격리됐다 집에 돌아가 다시 학대 받는 아이들 

[연합뉴스]

[연합뉴스]

A군처럼 가정에서 학대를 당해 부모와 격리됐다가 집으로 돌아가 사망한 사례는 또 있다. 지난해 9월 인천시 미추홀구 한 빌라에서 계부(27)의 지속적인 학대를 받아 숨진 아들(5)은 2년 넘게 보육원에서 생활하다 집으로 온 지 한 달 만에 숨졌다.
 
학대 피해 어린이들이 집으로 다시 돌아가는 것은 ‘아동을 가정에서 분리해 보호할 경우 신속히 가정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규정하는 현행법(아동복지법 제4조 3항)이 근거다. 격리 그 자체를 목적으로 두지 않고, 부모 교육 등을 통해 다시 정상적인 가정을 꾸릴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국내 아동 재학대 발생 건수(2012년 914건 → 2018년 2543건)는 해마다 늘고 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 사이에선 아동 학대 가정에 대한 사회적 개입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이번 사건에선 아동 재학대 문제를 주목해야 한다”며 “강제성이 없는 민간 영역인 아동보호 시설이나 기관에선 친권을 제한하는 등 조처를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말했다. 이어 “수사 권한이 있는 경찰이 적극 개입하는 체계를 갖춰야 할 뿐 아니라 전담법원을 갖추는 등 절차를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채혜선 기자 chae.hyes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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