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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 개혁 '신호탄'…호봉제→직무급제 전환 매뉴얼 나왔다

중앙일보 2020.01.13 17:16
임서정 고용노동부 차관이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스1]

임서정 고용노동부 차관이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스1]

정부가 근속연수에 따라 자동으로 임금이 오르는 호봉제에서 직무·능력 중심 임금체계로 개편하는 작업을 본격화한다. 임금체계 개편은 올해 경제정책방향에 담긴 '노동혁신' 과제 중 하나로 문재인 대통령도 대선 과정에서 강조한 사안이다.
 
임서정 고용노동부 차관은 13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직무·능력 중심 임금체계 확산 지원 방향'을 발표했다. 정부가 임금체계 개편 사례 등을 모은 '직무 중심 인사관리 따라잡기' 매뉴얼을 발간해 공기업은 물론 민간 기업의 임금 체계 개편 작업을 지원한다는 게 핵심 내용이다. 정부는 직무급제 준비 속도가 빠른 공공·철강·보건의료·정보기술(IT) 등 8개 업종에 전문 컨설팅을 지원하기 위해 올해 4억원의 예산을 책정했다.
 

직무급제 개편, 왜 추진하나 

정부는 과거 고도 성장기에 보편적인 임금체계로 자리 잡은 호봉제가 최근 경제 구조에서 부작용을 낳고 있다고 본다. 경제성장률 3% 미만의 저성장세가 매년 지속하는 데다 인구 구조 고령화로 근속 연수에 따른 임금 상승이 기업 부담 증가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최근 기업의 청년 채용 여력이 줄어들고 중·고령자 조기 퇴직 현상이 일어나는 것도 호봉제가 한몫한 것으로 판단했다.
 
호봉제를 유지한 국내 기업 비율은 2016년 63.7%에서 지난해 58.7%로 낮아지는 추세다. 그러나 1년 미만과 30년 이상 근속자의 임금 격차(임금 연공성)는 한국이 3.3배로 일본(2.5배)·독일(2.1배) 등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국보다 높은 수준이다.
 
근속 기간이 긴 정규직과 상대적으로 짧은 비정규직, 호봉제 운용 비율이 높은 대기업과 그렇지 못한 중소기업 간 임금 격차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특히 비슷한 일을 하는 데도 호봉 때문에 임금 격차가 발생하는 것은 '동일 노동 동일 임금' 취지에도 반한다는 게 정부의 인식이다. 직무·직능·역할급의 경우 노동자가 담당하는 직무의 난이도, 시장에서 평가받는 가치 등에 따라 임금을 지급하는 것으로 '동일 노동 동일 임금' 원칙에 부합한다고 보고 있다.
 

"전환 여부는 '노사 자율'로" 

고용부는 기업 내 직무급제 전환은 '노사 자율'로 정한다는 원칙도 강조했다. 박근혜 정부 당시 성과연봉제 중심의 임금체계 개편이 노동계의 반발에 부딪혀 성과 없이 끝난 사례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임 차관은 "노사 자율의 영역이자 국민 삶과 직결된 임금 문제는 정책으로 강제할 수 없는 만큼,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산하 의제·업종별 위원회 등을 통해 사회적 공감대 확산 노력 또한 함께해 나갈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세종=김도년 기자 kim.don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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