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단독] 檢대학살 예상한듯···"靑선거개입 수사 늦춰달라" 쇄도

중앙일보 2020.01.13 15:36
추미애 법무부장관 취임 직후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사건 주요 피의자들이 검찰에 무더기로 수사 연기 요청서를 제출한 사실이 확인됐다. 검찰 내 ‘인사 학살’에 따른 수사팀 교체를 미리 예상하고 의도적으로 조사를 미룬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온다.

 

서로 짠 듯이 “수사 나중에 받겠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13일 오전 경기도 과천 법무부청사로 출근하고 있다. [뉴스1]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13일 오전 경기도 과천 법무부청사로 출근하고 있다. [뉴스1]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올해 초 서울중앙지검 1ㆍ2ㆍ3차장 산하 주요 사건 피의자들과 참고인 수십여명이 수사 연기 요청서를 제출했다. 울산시장 선거 개입 사건을 비롯해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가족펀드 연루 의혹이 있는 상상인그룹 사건, 삼성바이오로직스(삼바) 분식회계 의혹 사건 관계자들도 포함됐다고 한다.

 
이는 통상 인사철에 수사 기피 경향이 있다는 점을 감안해도 그 규모와 시기 면에서 이례적이다. 수사를 지휘해온 검찰 주요 간부들이 대거 인사 발령나는 상황을 노린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의 한 검사는 “추미애 장관 취임 직후 수사를 지휘해온 주요 간부들과 중앙지검 차장들이 전부 잘려나간다는 소문이 서초동을 지배하면서 수사 대상자들이 서로 짠 듯이 의도적으로 수사를 회피하고 있다”며 “수사팀이 상당히 분개해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다른 검사는 “변호사 업계에 이번 수사팀만 넘기고 인사 물갈이가 완료된 설 연휴 이후부터 수사를 받자는 공감대가 형성된 걸로 안다”며 “특정 로펌에서 변호하는 피의자나 참고인들이 갑자기 동시에 수사 연기 요청을 하는 식의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추미애 다음 타깃은 신봉수ㆍ송경호”

지난 8일 법무연수원장으로 좌천된 배성범 전 서울중앙지검장과 후속 교체설이 도는 송경호 3차장, 신봉수 2차장 검사(오른쪽부터). 김경록 기자

지난 8일 법무연수원장으로 좌천된 배성범 전 서울중앙지검장과 후속 교체설이 도는 송경호 3차장, 신봉수 2차장 검사(오른쪽부터). 김경록 기자

 
지난해 연말부터 돌기 시작했던 인사 관련 ‘흉흉한 소문’은 실제로 들어맞고 있다. 지난 8일 단행된 검사장급 인사로 살아있는 권력을 겨냥한 검사들이 줄줄이 좌천됐다. 조국 일가 비리 의혹 수사를 지휘해온 한동훈 대검찰청 반부패강력부장은 부산고검으로, 울산 선거 개입 의혹 사건 수사를 이끈 박찬호 공공수사부장은 제주지검으로 전보됐다.

 
그 다음 타깃은 서울중앙지검 1ㆍ2ㆍ3차장이 될 것으로 검사들은 보고 있다. 신자용 1차장 산하엔 우리들병원 특혜 대출 의혹 사건, 신봉수 2차장 산하엔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사건, 송경호 3차장 산하엔 조국 일가 비리 사건의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 이들이 모두 다른 보직으로 발령나면 현 정권 관련 수사팀 핵심 인력들이 뿔뿔이 흩어지게 된다. 세 명의 차장검사들은 모두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 시절 함께 굵직한 수사를 주도하며 호흡을 맞춘 검사들이기도 하다.
 
한 부장급 검사는 “세 명의 차장검사들이 모두 교체되고 그 자리를 현 정권에 직ㆍ간접적으로 기여한 검사들이 차지할 거라는 하마평이 이름까지 나열돼가면서 공공연하게 떠돌고 있다”고 말했다. 울산시장 선거 개입 사건을 수사 중인 김태은 공공수사2부장, 유재수 감찰 무마 의혹을 맡은 이정섭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장 교체설도 있다. 늦어도 설 연휴 전에는 중간 간부까지 물갈이가 완료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수사팀 해체되기 전에 증거 수집해놓자”

검찰은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날 오전 공공수사2부는 울산 선거 개입 의혹과 관련해 송병기 울산시 경제부시장을 불러 조사했다. 지난 10일에는 청와대 압수 수색을 시도했다가 청와대의 저항으로 영장 집행에 실패했다. 검찰은 이른 시일 내에 영장 재집행 시도에 나설 방침이다.

 
배성범 전 서울중앙지검장도 후임 자리를 이성윤 법무부 검찰국장에게 물려주기 직전 경찰이 검사들 세평(世評)을 수집해 고발된 사건을 형사부가 아닌 반부패수사3부에 배당하고 떠났다. 한 부장검사는 “문재인 대통령의 경희대 후배인 이성윤 지검장이 와서 현 정권 관련 수사를 막을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며 “그 전에 증거 자료를 확보하고 수사 진도를 빼 둬야 한다는 분위기가 있다”고 전했다.
 
박사라ㆍ김수민 기자 park.sara@joongang.co.kr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