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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에서 아덴만까지, 해외 파병 때마다 논란 있었다

중앙일보 2020.01.13 05:00
지난달 27일 부산 해군작전사령부 부산작전기지 부두에서 청해부대 31진 '왕건함'이 출항하고 있다. 왕건함은 함정 승조원을 비롯해 특수전(UDT) 장병으로 구성된 검문검색대와 해상작전헬기(LYNX)를 운용하는 항공대 장병 등 300여 명으로 편성돼 있다. 다음달 중순 청해부대 30진 강감찬함과 임무 교대할 예정이다. [사진 해군]

지난달 27일 부산 해군작전사령부 부산작전기지 부두에서 청해부대 31진 '왕건함'이 출항하고 있다. 왕건함은 함정 승조원을 비롯해 특수전(UDT) 장병으로 구성된 검문검색대와 해상작전헬기(LYNX)를 운용하는 항공대 장병 등 300여 명으로 편성돼 있다. 다음달 중순 청해부대 30진 강감찬함과 임무 교대할 예정이다. [사진 해군]

 
'이란 위기'가 고조되는 가운데 한국 정부가 호르무즈 해협 파병에 고심하고 있다. 미국의 압박에 시달리는 비슷한 처지의 일본은 예정대로 독자적인 자위대 파병 계획을 진행 중이다. 이미 일본은 지난 11일 호르무즈 해협에 해상자위대 초계기를 출격시켰고, 다음 달 초엔 구축함을 출항시킬 예정이다. 

자위대 호르무즈 파병 결정에 한국도 막판 고심
전투병 파병이 관건…2003년엔 여당의원도 반대
파병시 위험 높아져…"동맹·상선보호 등 필요성도"

 
국군의 해외 파병 결정은 매번 진통을 겪어왔다. 때마다 파병의 필요성과 임무의 성격, 파병 규모를 두고 논쟁이 일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대 정부는 베트남전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전 세계 14개 지역에 파병부대를 보냈다. 파병 병력은 연인원 36만4000여 명을 넘어섰다. 중동 지역에만 6개 지역에 배치됐다.
 
베트남전은 전투부대가 파병된 유일한 사례다. 1964년부터 10년간 연인원 약 31만 명이 작전에 투입됐다. 미국 다음으로 많은 규모의 병력이다. 당초 64년 9월 의료진과 태권도 교관단을 처음 파병할 때는 여야 간 합의가 이뤄졌다. 하지만 전투부대 파병을 두고선 대치했다. 이듬해 3월 당시 여당인 민주공화당은 단독으로 국회를 열고 파병안을 가결했다.
 
베트남전에 파병된 한국군 병사가 부상당한 현지 주민을 치료하고 있다. [중앙포토]

베트남전에 파병된 한국군 병사가 부상당한 현지 주민을 치료하고 있다. [중앙포토]

 
1990년 8월 이라크가 쿠웨이트를 침공하면서 걸프전이 시작됐다. 이때 한국은 미국 등 국제사회의 요청으로 의료지원단과 공군수송단을 파병했다. 비전투 요원만 보낸 것이다.
 
미국은 2003년 이라크 전쟁이 일어나자 또다시 한국군 파병을 요청했다. 국내외에서 ‘명분 없는 전쟁’이라는 비난이 일던 시기였다. 그런데도 한국은 건설공병 및 의료지원단 파병을 결정했다. 이는 앞선 2001년 9ㆍ11 테러 이후 아프가니스탄에 수송ㆍ건설공병ㆍ의료 등 비전투 병력 500여 명을 보냈던 사례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전후 처리에 어려움을 겪던 미국은 2003년 9월 한국에 전투병 추가 파병을 요청했다. 앞서 그해 6월 현지 무장세력이 한국의 파병 철회를 요구하면서 김선일씨를 납치ㆍ살해해 여론이 나빠진 상황에서였다. 10월에는 여당 소속 임종석 의원이 13일간 전투병 파병 반대 단식농성에 나서기도 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2004년 12월 8일 유럽 순방을 마친 뒤 귀국하던 중 이라크 아르빌에 주둔하고 있는 자이툰부대를 방문했다. 노 대통령이 한 장병을 꼭 껴안은 채 활짝 웃고 있다. [중앙포토]

노무현 대통령은 2004년 12월 8일 유럽 순방을 마친 뒤 귀국하던 중 이라크 아르빌에 주둔하고 있는 자이툰부대를 방문했다. 노 대통령이 한 장병을 꼭 껴안은 채 활짝 웃고 있다. [중앙포토]

 
정부는 논란 끝에 이라크 북부 아르빌에 자이툰부대 파병을 결정했다. 지난 8일 이란이 미사일로 공격했던 미군 기지가 자리 잡은 지역이다. 국회는 2004년 2월 추가파병 동의안을 통과시켰다. 그러나 미국이 요구했던 ‘안정화 전투임무’는 ‘비전투 재건지원’으로 바뀌었고, 병력 ‘1만 명’은 ‘3600명’으로 크게 줄었다. 파병 부대에 특전사를 비롯한 전투 병력도 포함됐지만 재건 지원 등 민사작전에 나서는 한국군 경호와 현지 치안부대 교육 임무만 맡았다.
 
한국군 해외 파병의 역사. 그래픽=신재민 기자

한국군 해외 파병의 역사. 그래픽=신재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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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3년 소말리아 상록수부대 파병으로 시작된 유엔 평화유지군(PKO) 참여를 두고선 큰 논란이 없었다.
 
현재 해외 파병된 병력 1000여 명은 레바논·남수단·아랍에미레이트·아덴만 등 4개 지역에 배치돼 있다. 레바논 동명부대, 남수단 한빛부대는 PKO 활동을, 단독 파병한 UAE 아크부대는 현지군 교육ㆍ훈련을 맡고 있다. 아덴만엔 청해부대가 파병돼 있다. 이 밖에도 8개 지역에 정전감시단 등의 임무를 수행하는 30여 명의 옵서버와 협조 장교를 파견한 상태다. 
 
정부는 청해부대를 호르무즈 해협 파병 병력으로 검토 중이다. 청해부대는 2009년부터 소말리아 아덴만 지역에서 해적 퇴치를 위한 다국적군에 참여하고 있다. 2011년 리비아 재외국민 철수작전 등 피랍 국민 구출 작전도 수행했다. 현재 이라크ㆍ이란 등 중동 지역에 체류하는 국민은 2700여 명으로 파악된다. 호르무즈로 이동할 경우 해상 교전 등 전투 위험이 지금보다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박근혜 대통령이 2015년 3월 6일 아랍에미리트연합 수도 아부다비의 자이드 군항에 정박중인 청해부대 대조영함에 승선해 장병들을 격려하며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중앙포토]

박근혜 대통령이 2015년 3월 6일 아랍에미리트연합 수도 아부다비의 자이드 군항에 정박중인 청해부대 대조영함에 승선해 장병들을 격려하며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중앙포토]

 
박원곤 한동대 국제학과 교수는 “한미동맹 차원에서 미국의 파병 요청을 무시할 수 없고, 한국에도 한국 상선과 유조선 보호를 위한 파병 필요성이 있다”며 “일본보다 적은 규모지만 청해부대를 보낸다면 미국이 요구하는 최소 수준에는 충족된다”고 말했다. 일본은 초계기 2대와 구축함 1척을 호르무즈로 보내기로 한 반면, 청해부대는 구축함 1척만 운용한다.
 
국방부는 국회 동의를 받지 않고 청해부대 작전 지역을 호르무즈로 확대해도 문제가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 기존 청해부대 파병안에 따르면 작전구역이 ‘남위 11° 이북, 동경 68° 이서’ 지역으로 규정돼 있어 호르무즈 해역도 포함된다는 해석이다.
 
그러나 별도의 비준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다. 자유한국당 국방위원회 간사인 백승주 의원은 “국익 차원에서 긍정적으로 검토할 수 있지만, 별도의 국회 파병 동의안 절차를 통해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박용한 기자 park.yong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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