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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ew] “문 정부는 분배적 포퓰리즘…중견기업 한국 떠날까 우려”

중앙일보 2020.01.13 00:04 종합 8면 지면보기
김대환 전 노동부 장관은 지난달 30일 서울 방배동 개인 연구실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했다. 그는 정부의 올해 경제정책 방향에 대해 ’혁신이 강조된 건 평가할 만하다“며 ’정책 기조를 혁신성장으로 분명하게 바꾸고, 소주성에 대한 정치적 미련은 버렸으면 한다“고 말했다. 강정현 기자

김대환 전 노동부 장관은 지난달 30일 서울 방배동 개인 연구실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했다. 그는 정부의 올해 경제정책 방향에 대해 ’혁신이 강조된 건 평가할 만하다“며 ’정책 기조를 혁신성장으로 분명하게 바꾸고, 소주성에 대한 정치적 미련은 버렸으면 한다“고 말했다. 강정현 기자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지 2년8개월이 지났다. 대통령은 7일 발표한 신년사에서 ‘확실한 변화’를 강조했지만 울림이 크진 않다. 무엇이, 왜 문제일까. 경제학계 원로 김대환(71) 인하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를 연말인 지난달 30일 서울 방배동에 있는 그의 개인 연구실에서 인터뷰했다. 그는 노무현 정부에서 노동부 장관을, 박근혜 정부에서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장을 지냈다.
 

김대환 전 노동부 장관

문 정부 들어 경제의 정치화 심화
시장을 지배하거나 통제하려 해

잘한 것 찾아보려 했지만 없더라
최저임금·탈원전 등 모두 부메랑

진보는 진부, 노동 유연화 수용못해
보수는 보스에 주렁주렁 매달려

문 정부 정책을 총평한다면.
“모든 정책, 특히 경제정책에 있어서 ‘어게인스트 리즌(against reason)’, 합리에 반하는 게 많았다. 정부는 ‘주류를 바꾼다’ ‘잘못된 흐름을 바꾼다’고 했지만 실제론 반(反)이성적, 비(非)이성적이었다. 또 경제의 정치화가 심했다. 시장을 이겨보려고 하는, 정치적으로 시장을 교정하려는 의지가 상당히 강했다. 시장의 부족한 점을 보완하는 차원이 아니라 시장을 지배하거나 통제하려는 정도까지 갔다.”
 
그래도 긍정적인 정책이 있다면 꼽아 달라.
“잘한 것 찾아보려 노력했는데 솔직히 없다고 본다. 기존 정책 기조를 유지하는 것 같고 이를 보완·수정하려는 의사는 보이지 않는다. 결국 나락으로 떨어지고 망해 봐야 정신을 차릴 것이라는 사람도 많다. 특히 경제정책은 현실에서 바로 신호가 오는데 이를 받아들이기보다 통계를 탓했다가 숫자가 조금 나아지면 그것만 갖고 말한다. 정치가는 모르겠지만 정책가는 그러면 결코 안 된다. 취임 초부터 너무 정치적이었다. 최저임금 1만원, 비정규직 제로, 탈원전 정책이 전부 부메랑이 됐다. 선전선동의 범위를 벗어나지 못한 것을 정책의 기조로 내세운 걸 보고 처음부터 걱정했다.”
 
노무현 정부의 실용주의와 대비해 문 정부를 비판한 신문 칼럼이 많았다.
“대체로 동의한다. 두 정부는 사회적 약자에 대한 국가적 보호라는 점에서 추구하는 목표는 닮았다. 노무현 정부는 장애인의 경제적 지원뿐만 아니라 일자리, 이동권 등까지 상당히 신경 썼다. 노 정부에선 의견을 달리하는 사람까지 골고루 불러서 정책 토론을 많이 했다. 지금 정부는 밀어붙이기 위해 명분 쌓기용 토론회를 하는 것 같다. 그러니 정치가 경제정책에 앞선다. 처음부터 끝까지 정치가 지배한다. 점잖게 표현했지만 그게 포퓰리즘이다. 현 정권의 분배적 포퓰리즘은 생산적 복지로 바꿔야 한다.”
 
올해 우리 경제의 가장 큰 위험요인은.
“문 정부는 친노동, 특히 민주노총 영향을 크게 받고 있는 정부여서 시장에 던지는 메시지가 크다. 정부는 노사관계에서 중립적인 중재자 역할을 해야 한다. 특히 노조 간부 중심의 ‘노동 존중’이 아니라 근로자 일반에 초점을 맞춘 정책을 펴야 한다. 그러지 못하니 기업이 위축된다. 지방에 강연을 가면 기업인들이 ‘어느 장단에 춤춰야 할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한다. 이러다 중견기업들이 한국을 떠날까 우려된다.”
 
민주노총이 국내 제1노총이 됐다.
“제1노총이 되기 전부터도 힘이 실려 있었는데 앞으로 (정부에) 더 많은 자리를 주장할 것 같다. 조직이 늘어나 영향력이 증가하는 건 자연스럽다. 하지만 조직이 커졌다고 힘의 논리로 보편적인 규범인 법과 원칙에서 벗어나려는 건 문제다. 문 정부가 이를 눈감아 온 측면이 있다. 영향력이 커질수록 사회적 책임을 공유해야 한다.”
  
‘개문발차’ 광주형 일자리, 위험한 접근
 
정부가 ‘지역 상생형 일자리’라고 자랑하는 광주형 일자리 사업이 지난 연말 기공식을 했다. 지난해 2월 중앙일보 기고에서 ‘핵심을 회피한 부실한 사회협약’이라고 비판했다.
“참 안타깝다. 기초공사부터 단단히 해야 하는데 왜 이리 서두르는지 모르겠다. 법적으로 보장된 노동기본권을 아직 당사자도 존재하지 않는데 어떻게 합의하나. 5년 뒤에 어떻게 될지 아무도 생각 안 한다. 그냥 개문발차(開門發車)한 것이다. 우선 출범시키고 대못 박아버리는 접근은 상당히 위험하다. 자칫하면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사실상의 공기업이 될 수 있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좀 다져서 가야 한다. 모든 정책에 있어서 기초를 다지는 진득함이 필요하다.”
 
2019년의 한자성어로 교수신문이 ‘공명지조(共命之鳥·머리 둘 달린 새처럼 하나가 죽으면 다른 하나도 같이 죽는다는 의미)’를 뽑았다. 우리 사회는 진보와 보수로, 혹은 친정부와 반정부로 쪼개져 극렬하게 대립하고 있다. 어떻게 하면 사회가 통합될 수 있나.
“기본적으로 가진 자와 힘 있는 자가 양보해야 한다. 하지만 (이들에겐) 양보를 받는 쪽에서 절대 만족하지 않고 홀딱 벗을 때까지 밀어붙일 거라는 두려움이 있다. 좀 점진적으로, 단계적으로 해야 한다. 약간의 절충과 양보가 있어도 이를 평가해 주는 분위기가 필요하다. 처음부터 상대방의 핵심적인 것을 내놓으라고 하면 양보와 타협은 이뤄지지 않는다.”
 
민주주의에 자기 절제가 필요하다는 지적과도 상통하는 것 같다.
“그렇다. 우리는 당장 오늘 안 하면 내일 죽을 것같이 한다. 사회적 신뢰(트러스트)가 없기 때문이다. 낮은 단계부터 절충과 양보를 해야 신뢰도 생긴다. 이걸 관례와 문화로 만들어가야 한다.”
 
예전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스스로를 “진보, 보수 같은 이분법을 거북해하는 현실주의자일 뿐”이라고 했다. 현재 한국의 진보와 보수를 ‘현실주의자’로서 비판한다면.
“우리나라 진보·보수는 추구하는 가치로 정형화된 진보·보수는 아니다. 양극단의 진보와 보수만 있고 그래서 경직적이다. 우리나라 진보는 진부하다. 그들이 말하는 복지는 서구에서 19~20세기 정립된 것이다. 노동시장 유연화를 진보는 못 받아들인다. 우리 보수는 보수주의가 아니고 보스(boss)주의다. 보스에 주렁주렁 매달려 있다. 보수의 가치는 쇄신과 리뉴얼인데 우린 못 하고 있다. 서구 보수가 강조하는 가정의 행복과 가정의 가치를 우리 보수는 말하지 않는다. 가정은 노동력의 재생산 장소다. 고된 노동에서 돌아와 가정에서 휴식해야 생산성도 올라간다. 진보와 보수 모두 현실에 맞는 유연한 변화를 추구해야 한다. 그러면 사회적 타협이나 정치적 절충도 있을 수 있다.”
  
삼성, 양대 노총서 경쟁 땐 힘들어질 수도
 
지난달 법원이 삼성의 노조 와해 공작을 불법으로 판결했다.
“무노조 경영도 있을 순 있다. 하지만 노사 합의를 바탕으로 해야 안정성이 있다. 노조 결성 자체를 방해하거나 기피하면 지속 가능성이 없다. 무노조 하려다 보니 시간이 갈수록 비용과 힘이 더 들고 효과는 떨어졌다. 삼성도 노조를 인정할 수밖에 없다. 걱정되는 건 있다. (양대 노총 입장에서) 삼성은 먹을 게 많은 동네다. 삼성을 놓고 양 노총이 경쟁하면 힘들어질 수도 있다. 이럴수록 삼성은 정도(正道) 경영을 하는 게 중요하다. 정부도 법과 원칙을 지키고 중립적으로 가야 한다.”
 
한진가 때문에 최근 시끄러웠다.
“기업 총수는 조직에서 황제의 지위에 있다. 이런 문화부터 바뀌어야 한다. 기업의 인사권도 가족이나 친인척에 의존하지 말고 객관적인 자료를 바탕으로 합리적으로 해야 한다. 기업정책의 핵심은 지배구조보다 행위(behavior)가 불공정한지 봐야 한다. 가능하면 자율에 맡기고 가업승계 숨통도 틔워줄 필요가 있다.”
 
문 대통령 신년사가 나오고 이틀 뒤인 지난 9일, 김 전 장관과 통화했다. 그는 “지도자로서 국민에게 보내는 신년사의 메시지가 불성실해 실망스러웠다”고 했다. 마지막 한마디가 오랫동안 귓가에 맴돌았다. “위대한 스승은 오직 현실이라고 하잖아요. 현실을 직시하지 않는데, 제대로 된 정책이 나오겠어요?”
 
“최저임금 올리면 저임 근로자에 도움? 단세포적 접근”
김대환 전 노동부 장관은 서울대 경제학과 재학 시절, 저개발 국가 연구에 기여한 스웨덴 경제학자 군나르 뮈르달에 꽂혔다고 한다. 그는 인터뷰에서 지난해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들 얘기를 오래 했다. 그는 “가난한 사람의 경제적 행위는 흔히 합리성이 떨어진다고 생각하는데 지난해 노벨상 수상자들은 가난한 사람 역시 적은 자원을 효율적으로 쓰는 합리적 선택을 하고 있음을 보여줬다”고 했다. 빈자의 전염병 백신 접종률이 낮은 이유는 예방 접종 대신 1달러라도 더 벌겠다는 단기적 효율성에 따른 것인 만큼, 예방 접종에 인센티브를 더 줘서 접종률을 높일 수 있다는 경제학적 접근을 했다는 설명이다. 그는 “정책은 이처럼 폭넓은 시각을 갖고 실증주의적으로 해야 한다”며 “우리는 최저임금을 올리면 저임 근로자에게 도움이 되고 빈곤 문제를 완화할 것이라는 단세포적 접근을 했다”고 비판했다.
 
‘증거에 기반한 정책’의 중요성도 거듭 강조했다. “사회과학도는 칸막이를 나누지 말고 넓은 시각으로 접근해야 한다”며 “요즘 진영논리에 빠진 경제학자들은 서로 얘기도 안 한다고 하더라”며 후학을 걱정했다.
김대환 전 장관
1949년 태어나 대구 계성고, 서울대 경제학과와 대학원(석사), 영국 옥스퍼드대(박사)를 졸업했다. 참여연대 원년 멤버로, 첫 정책위원장과 참여사회연구소 소장을 맡았다. 노무현 정부에서 2년간 노동부 장관을, 박근혜 정부에서 3년간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 위원장을 지냈다. 저서로는 『발전경제학』 『민주적 시장경제』 『한국 노사관계의 진단과 처방』과 『자본주의의 이해: 정치경제학 입문』(편저), 『한국재벌개혁론』(공저) 등이 있다.

 
서경호 경제에디터 praxi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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