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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어진 골대, 심해진 견제…‘손’ 쓰기 힘드네

중앙일보 2020.01.13 00:03 경제 6면 지면보기
손흥민이 5경기 연속으로 무득점에 그쳤다. 해리 케인의 부상으로 팀 내 역할은 커졌지만, 이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다. 12일 리버풀전 도중 그라운드에 주저앉은 손흥민. [EPA=연합뉴스]

손흥민이 5경기 연속으로 무득점에 그쳤다. 해리 케인의 부상으로 팀 내 역할은 커졌지만, 이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다. 12일 리버풀전 도중 그라운드에 주저앉은 손흥민. [EPA=연합뉴스]

“그는 재능을 낭비하는 것처럼 보였다. 경기 중 내린 판단은 잘못투성이였다. 상대 골키퍼에게 어떠한 어려움도 안기지 못했다.”
 

손흥민의 부진, 토트넘의 딜레마
리버풀전 득점 놓쳐 비판에 직면
깊은 수비 참여로 공격력 무뎌져
케인 부상으로 빠지자 견제 집중

2020년 새해 들어 손흥민(28·토트넘)이 힘겨운 기색이다. 경기 중 소화해야 할 여러 역할로 부담이 가중되는 상황이다. 특유의 해결사 본능도 눈에 띄게 무뎌졌다. ‘팔방미인이 밥을 굶는다’(재주가 많아 여러 가지를 하다가 이렇다 할 성과를 얻지 못하는 상황을 빗댄 말)는 속담을 떠올리게 한다.
 
손흥민은 12일 영국 런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9~20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22라운드 리버풀전에 선발 출전했지만 공격 포인트를 기록하지 못했다. 토트넘은 전반 리버풀 피르미누에게 내준 실점을 만회하지 못하고 0-1로 졌다. 20승(1무) 고지에 오른 리버풀(승점 61)은 선두를 질주했다. 올 시즌 여덟 번째 패배(8승6무)로 승점 30에 발이 묶인 토트넘은 8위로 떨어졌다. 정규리그와 FA컵을 합쳐 최근 4경기에서 1승도 거두지 못하는 부진(2무2패)이 이어졌다.
 
결정적인 득점 기회를 놓친 손흥민은 리버풀전 패배에 따른 비판의 중심에 놓였다. 그는 토트넘이 0-1로 뒤진 후반 29분 동료 루카스 모우라(28·브라질)의 스루패스를 받아 골키퍼와 맞서는 기회를 잡았다. 하지만 골로 연결하지 못했다. 그는 논스톱 슈팅을 했지만, 공은 하늘 높이 솟구쳐 크로스바를 넘어갔다. 영국 이브닝 스탠다드는 “토트넘이 종료 20분을 남기고 승점 1을 벌 기회를 잡았지만, 손흥민이 이른바 ‘홈런 슛’으로 골든 찬스를 날려버렸다. 손흥민-모우라 조합은 효율적이었지만 결국은 골을 만들어내지 못했다. 이게 바로 조세 모리뉴(57·포르투갈) 토트넘 감독이 새 공격수 영입을 바라는 이유”라고 보도했다.
 
토트넘은 주 공격수 해리 케인(27)이 햄스트링 부상으로 수술대에 오르며 공격력에 구멍이 뚫렸다. 4월께나 복귀가 가능하다. 3개월 가까이 케인 없이 버텨내야 한다. 케인의 빈자리를 메울 적임자 1순위로 손흥민이 주목받았다. 최근 그의 경기력에 대해선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는 퇴장에 따른 징계(3경기 출장 정지)를 마치고 돌아온 이후로 공격포인트가 없다. 2경기 연속이다. 징계 이전까지 포함하면 5경기 연속 침묵이다. 지난달 8일 번리를 상대로 70m를 질주해 원더골을 넣은 이후 감감무소식이다.
 
손흥민의 달라진 전술적 역할과 무관치 않다. 그는 리버풀전에서 왼쪽 측면에 자리를 잡았다. 토트넘은 포백과 파이브백을 오가는 수비 위주 변칙 전술을 구사했다. 그는 측면을 지키다가 기회가 오면 공격에 가담하는 임무를 맡았다. 모리뉴 감독이 부임한 이후 주로 소화했던 역할과 크게 다르지 않다.
 
공격에 전념하던 과거와 달리 최근 손흥민은 수비 가담을 많이 한다. 이 과정에서 상당한 체력과 집중력을 소모한다. 바로 이것이 골 결정력 감소로 이어졌다는 분석도 있다. 수비 범위가 넓어지면서 공격 시작점이 상대 페널티박스로부터 멀어졌다. 슈팅 가능 지역까지 끌고 올라오는 과정에서 또 다시 체력 부담이 커진다.
 
상대 수비진 견제도 손흥민에게 집중된다. 그에게는 불리하 상황이다. 모리뉴식 ‘역습 축구’는 측면 활용이 관건이다. 측면이 살아나려면 최전방에서 상대 수비를 교란하는 스트라이커와 협력 플레이가 필요하다. 케인이 부상으로 빠진 이후 손흥민과 함께 최전방에서 호흡을 맞추는 모우라는 몸싸움보다 공간을 파고드는 움직임에 익숙하다. 모우라가 상대 수비진을 효과적으로 흔들지 못하자 손흥민에게 상대 수비진 견제가 집중된다. 모리뉴 감독이 2400만 파운드(365억원)를 들여 AC밀란(이탈리아) 원톱 공격수 크르지초프 피아텍(25·폴란드)을 데려오려는 중요한 이유가 손흥민에 쏠린 견제를 분산하는 데에 있다.
 
송지훈 기자 mil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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