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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직항 막히자…격추됐던 우크라 여객기, 캐나다인 몰렸다

중앙일보 2020.01.12 15:15
지난 8일 이란 테헤란 국제공항을 출발한 직후 이란 혁명수비대 지대공 미사일에 격추된 우크라이나 국제항공(UIA) 소속 여객기의 잔해를 전문가들이 조사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지난 8일 이란 테헤란 국제공항을 출발한 직후 이란 혁명수비대 지대공 미사일에 격추된 우크라이나 국제항공(UIA) 소속 여객기의 잔해를 전문가들이 조사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지난 8일 이란 혁명수비대가 발사한 미사일에 격추된 우크라이나 국제항공(UIA) 여객기에는 왜 다국적 승객들이 탑승했던 것일까. 전문가들 사이에선 국제사회에서 고립된 이란의 상황이 반영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란과 직항편 없는 서방 국가 많아
키예프 4시간 거리, 좌석요금도 저렴
79년 이란혁명 때 캐나다로 대거 이주
女 비자신청 때 히잡 쓴 사진 내야
술 반입 안돼…이란 영공 벗어나면 제공

이날 오전 6시쯤 테헤란 국제공항을 출발한 사고기에는 승무원 9명과 승객 167명이 탑승하고 있었다. 이들은 이번 사고로 전원 사망했다. 우크라이나 외교부에 따르면 희생자들은 국적별로 이란 82명, 캐나다 63명, 우크라이나 11명, 스웨덴 10명, 아프가니스탄 4명, 독일 3명, 영국 3명 등이다. 
 
다만 캐나다 정부는 지난 10일 캐나다인 희생자가 63명이 아니라 57명이라고 정정했다. 캐나다 외교부는 “여권 등 여행 관련 문서를 살핀 결과”라고만 밝혔다. 캐나다 국적자들은 대부분 이란계 캐나다 학생들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7일 추락한 우크라이나 여객기. 그래픽=신재민 기자

지난 7일 추락한 우크라이나 여객기. 그래픽=신재민 기자

BBC 등에 따르면 이들 외에도 사고기에 타고 있었던 대다수 승객의 최종 목적지는 캐나다였던 것으로 보인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승객 중 (80%가 넘는) 138명이 키예프를 경유해 캐나다로 오려던 사람들이었다”고 말했다. 
 
캐나다에는 약 21만명의 이란계 이민자가 살고 있다. 1979년 이란에 이슬람혁명이 일어나자 수백만 명의 이란인이 해외로 도피했는데, 그중 상당수가 캐나다에 정착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해외 이란인 중 캐나다에 사는 이란인이 세 번째로 많을 정도다.       
 
친지 방문, 사업 등 여러 이유로 이란을 오가는 사람들이 그만큼 많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런데 2012년 캐나다가 이란과 단교를 하면서 직항편이 사라졌다. 당시 캐나다 정부는 이란이 시리아 알아사드 정권을 지원하고 이스라엘을 위협한다는 이유로 단교를 선언했다.  
 
이후 이란계 캐나다인들은 주로 유럽을 경유하는 항공기를 이용하게 됐다. 특히 우크라이나 키예프 공항을 경유지로 애용했다고 한다. 키예프는 테헤란에서 약 4시간 정도로 비행시간이 길지 않은 데다가, 유럽·북미 등 각지로 출발하는 항공편이 많기 때문이다. UIA 여객기는 저비용 항공사(LCC)가 아닌데도 불구하고 좌석 요금이 상대적으로 싸서 인기가 높았다고 한다.
 
사실 서방 국가들과 이란을 잇는 직항 노선 자체가 적다는 것도 키예프 노선이 인기를 끈 이유이기도 하다. 미국이 주도하는 경제 제재로 비즈니스가 활발하지 않은 탓이 크다. 이란의 까다로운 입국 비자 심사도 문제다. 여성들은 비자 신청 때 히잡을 쓴 사진을 제출해야만 한다.  
 
지난 7월 11일 이란 수도 테헤란의 시로디 경기장에서 히잡을 쓴 여성들이 모여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란에선 외국인 여성도 히잡을 쓰지 않으면 처벌을 받는다. [EPA=연합뉴스]

지난 7월 11일 이란 수도 테헤란의 시로디 경기장에서 히잡을 쓴 여성들이 모여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란에선 외국인 여성도 히잡을 쓰지 않으면 처벌을 받는다. [EPA=연합뉴스]

이슬람 율법을 너무 엄격하게 적용하다 보니 외국인 입장에선 또 다른 불편함도 있다. 이란 국적기에는 기내 음주 반입이 안 된다. 외국 항공기도 ‘이란 영공에선 알코올 제공이 금지된다’는 규정 때문에 영공을 벗어난 순간부터 주류 서비스를 시작한다. 많은 항공사의 이란 기피 현상 속에 테헤란-키예프 노선이 숨통을 틔워줬는데, 그마저도 이번 격추 사건으로 기피 대상이 돼 버린 셈이다.   
 
김상진 기자 kine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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