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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미애 탄핵" 그 옆에선 "윤석열 사퇴"···또 둘로 나뉜 광화문

중앙일보 2020.01.11 20:58
11일 오후 서울 세종대로 광화문광장 일대에서 진보·보수 각 성향 단체가 주도한 집회가 경찰 울타릴를 사이에 두고 동시에 열렸다. [뉴스1]

11일 오후 서울 세종대로 광화문광장 일대에서 진보·보수 각 성향 단체가 주도한 집회가 경찰 울타릴를 사이에 두고 동시에 열렸다. [뉴스1]

검찰 고위급 인사 후 첫 주말인 11일 서울 광화문 광장은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을 규탄하는 목소리로 나눠졌다. 그동안 대검찰청 앞에서 열린 '서초동 달빛집회'와 별도의 검찰개혁 요구 집회가 광화문 광장에서 처음 열리면서다. 이날 오후 광화문 광장은 경찰이 설치한 펜스를 사이에 두고 보수와 진보 집회가 동시에 열렸다.
 

전광훈 "문 대통령이 윤 총장 손발 32명 잘라"

전광훈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 목사가 11일 서울 광화문 교보빌딩 앞에서 열린 '대한민국 바로 세우기 국민대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스1]

전광훈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 목사가 11일 서울 광화문 교보빌딩 앞에서 열린 '대한민국 바로 세우기 국민대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스1]

먼저 집회를 시작한 건 문재인하야범국민투쟁본부(범투본)였다. 범투본은 낮 12시부터 광화문 교보빌딩 인근 도로에서 집회를 열고 검찰 인사를 규탄하며 "윤석열을 보호하고 추미애를 탄핵하자"고 외쳤다.
 
태극기와 성조기를 든 참가자들이 6차선 도로 300m를 채웠다. 연단에 선 전광훈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대표회장은 윤 총장의 신년사 영상을 튼 뒤 "윤 총장의 연설문을 분석해보면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지켜내겠다고 한다"며 "이렇게 연설했더니 문재인 대통령은 윤 총장이 일을 못하도록 추 장관을 시켜서 윤 총장의 손발 32명을 잘랐다"고 규탄했다.
 
문 대통령 비판 유인물을 배포한 단체인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전대협) 김광수 공동대표도 이날 연단에 서서 "어르신들이 추운 겨울에 고생하시는 모습을 보고 청년들도 나왔다"며 회원들을 차례로 소개했다. 한 홍콩인 유학생은 "홍콩인으로서 중국 공산주의가 얼마나 무서운지 알고 있다"며 "한국에서 배운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이 자리에 나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안동에서 온 50대 남성 참가자는 기자에게 "나라를 구하기 위해 구국의 마음으로 왔다"며 "기존의 법 체계에서 대통령도 끌어내렸는데 공수처가 왜 필요한가, 다 저들 잘 살려고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연단에서는 전 목사에게 지원금(주최측 주장 1000만원)이 전달되기도 했다. 해병대 모자를 쓰고 나온 신소걸 목사는 "한 기독교 수양관 원장의 부탁을 받고 왔다"며 두툼한 봉투를 전 목사에게 전했다.
 

펜스 사이에 두고 진보 단체의 맞불 집회 열려

11일 서울 광화문광장 일대에서 열린 집회에 참가한 사람들. [연합뉴스]

11일 서울 광화문광장 일대에서 열린 집회에 참가한 사람들. [연합뉴스]

오후 5시 30분부터는 진보성향 시민단체들이 모인 '광화문촛불연대'가 광화문광장에서 '2020 검찰개혁 천만조국 광화문탈환 촛불문화제'를 열었다. 이들은 "윤석열 사퇴, 정치검찰 퇴출"이라고 적힌 손팻말을 들고 모여 구호를 외쳤다. 진보 유튜버로도 알려진 백은종 '윤석열사퇴를 위한 범국민응징본부' 대표는 성명서를 통해 "윤 총장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수사에 이어 검찰 하명 수사라며 청와대를 공격, 이제는 추 장관을 걸고 넘어지려 한다"며 "압수수색으로도 조 전 장관의 혐의를 입증하지 못했는데 반성은커녕 추 장관에게 칼끝을 겨누고 있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오후 5시 쯤 광화문광장에 울타리를 두르고 양쪽 집회 참가자들 간 만일의 충돌 사태에 대비했다. 집회 참가자들은 펜스를 사이에 두고 "문재인 사퇴" "윤석열 사퇴"를 외치며 서로의 세를 과시했다.

 

서초동 달빛집회 "검찰 인사는 승리…싸움은 계속될 것"

11일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앞 도로에서 열린 '조국수호 서초달빛집회'. 정은혜 기자.

11일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앞 도로에서 열린 '조국수호 서초달빛집회'. 정은혜 기자.

서초동에서도 '조국수호 달빛집회'가 열려 3차선 도로 300m가 가득 찼다. 이날 오후 5시 시작된 서초 달빛집회에서는 지방으로 발령난 검사들을 언급하며 시작됐다.
 
특히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에서 부산고검 차장으로 발령난 한동훈 검사를 주로 언급하면서는 "한동훈! 마!"라는 구호를 만들어 외쳤다. 무대 위에선 "부산 사람들은 '마!'가 무슨 뜻인지 다 안다"는 설명이 들렸다.
 
1월 24일인 문 대통령 생일 축하 순서도 있었다. "문 대통령"을 외치면 "복 많이 받으세요"라고 화답했다.

 
'달빛집회'에서는 지난주 맹장염으로 집회 참석을 못했다는 초등학생이 연단에 서서 "작은 맹장에 문제가 생겨도 몸 전체가 아픈데 검찰이라는 집단의 문제로 대한민국이 아프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맹장 수술을 하듯 검찰을 수술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달빛집회 측은 이번 검찰 인사를 승리로 규정하면서도 "아직 갈 길이 멀다"며 집회 지속하겠다고 밝혔다. 집회 관계자는 '광화문에서도 검찰개혁 집회가 열리고 있는데 다음주부터 합류할 계획이 있냐'는 물음에 "그럴 계획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날 경찰에 따르면 광화문 일대에서만 10여개 단체가 집회를 열었다. 집회와 시위는 늘어나는 추세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전국에서 열린 집회·시위는 8만7425건으로 ‘박근혜 대통령 탄핵’ 정국인 2016년 9월~2017년 3월 개최된 집회(2만4952건) 대비 한달 평균 두배 넘게 늘었다.

 
정은혜 기자 jeong.eunhye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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