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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 들어갔더니 침대엔 낯선 남자…노숙인에 뚫린 산후조리원

중앙일보 2020.01.11 16:35
[연합뉴스]

[연합뉴스]

강원 춘천시 한 산후조리원에서 노숙인 남성이 아무런 제재 없이 산모 방 안에 출입한 일이 발생했다. 이 일로 산모는 정신적 충격을 받았고 산후조리원 측은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11일 해당 산후조리원 측과 이 조리원 이용객 박모(34)씨에 따르면 외부인 출입금지인 이곳에 낯선 남성이 무단으로 들어온 건 지난달 26일 오후 4시쯤이다. 
 
제왕절개로 출산한 박씨는 당시 병원 진료를 받고 온 사이 방문이 굳게 잠겨있는 것을 보고 이상하게 생각했다. 입소할 때 간호사로부터 "방문은 절대 잠그지 말라"는 당부를 들어 문을 잠근 일이 없었기 때문이다. 
 
박씨는 '문이 왜 잠겼을까' 의아해하며 관리자에게 문을 열어달라고 요청했다. 방 안으로 들어간 순간 박씨는 불쾌한 냄새가 나는 것을 느꼈고 이후 침대에 버젓이 앉아 있는 남성과 눈이 마주쳤다. 
 
소스라치게 놀란 박씨는 소리를 지르며 뛰쳐나왔고 조리원 측은 남성을 쫓아냈다. 조리원 관계자는 "여기가 어딘 줄 알고 들어오느냐"며 따졌고 남성은 "추워서 들어왔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산후조리원 측이 확인한 폐쇄회로(CC)TV 영상에는 관리자가 행정업무 등을 보기 위해 자리를 비웠을 때 열린 출입문을 통해 남성이 산모 방에 들어갔고 곧장 박씨가 조리원에 돌아온 모습이 담겼다. 
 
큰 충격을 받은 박씨는 더는 조리원에 머무를 수 없다는 생각에 퇴실했다. 하지만 이후에도 그는 며칠간 밥을 제대로 먹지 못하고 토했으며 남성과 눈이 마주쳤던 기억이 떠올라 잠도 제대로 이루지 못했다. 
 
박씨 부부는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추슬러야 하는 곳에서 마음의 병을 얻어왔다"며 "철저한 관리 감독이 필요한 산후조리원에 어떻게 외부인이 들어올 수 있었는지 무섭고 소름이 돋는다"고 말했다. 
 
이들 부부는 이어 "젖을 짜거나 잠들어있을 때 들어왔다면 혹은 흉기라도 들고 와 위협했다면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며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이 조리원 측은 사건 이후 CCTV를 늘리고 출입문 카드를 만들어 직원·산모들에게 나눠줬다. 또 출입문일 절대 개방되는 일이 없도록 비밀번호를 지속해서 바꾸기로 했다. 
 
조리원 관계자는 "끔찍한 일을 겪으신 박씨 부부에게 죄송하다"며 "다음부터는 절대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보안을 철저하게 관리하겠다"고 약속했다. 
 
김지혜 기자 kim.jihye6@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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