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한파와 자연이 빚어낸 신기 현상 역고드름…'기도하는 여인'

중앙일보 2020.01.11 07:00
6일 오후 경기도 연천군 경원선 폐터널. 다양한 역고드름이 땅에서 하늘로 자라고 있다. 전익진 기자

6일 오후 경기도 연천군 경원선 폐터널. 다양한 역고드름이 땅에서 하늘로 자라고 있다. 전익진 기자

 
지난 6일 오후 경기도 연천군 신서면 대광리 옛 경원선 폐터널. 터널은 강원도 철원군과 경계를 이룬 고대산 자락에 있다. 길이 100m, 폭 10m 규모의 어두컴컴한 폐터널 바닥에는 얼음 막대 같은 형상의 ‘역고드름’이 무성하다. 
 
2∼3㎝의 작은 것부터 1m 높이의 얼음 기둥이 무더기를 이룬 채 하늘을 향해 서 장관을 이루고 있다. 땅에서 자라서 하늘로 올라가는 형태로 커지는 것이다. 동굴의 석순처럼 바닥에서부터 위로 자라는 형태다. 폐터널 입구부터 안쪽까지 역고드름이 가득하다.
 
 
영하의 기온과 자연이 빚어낸 역고드름 300여 개 가운데 대부분은 양초와 대나무 모양을 하고 있다. 기도하는 여인을 모습을 하거나 아기를 업은 어머니, 다정한 연인 같은 갖가지 형상을 한 역고드름도 보였다.
 
이곳 역고드름은 이번 겨울 포근한 기온으로 인해 예년보다 보름가량 늦게 모습을 드러냈다. 지난달 말부터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해 이달 초부터 조금씩 커지고 있다. 추위가 본격화되는 이달 말부터 다음 달 말까지 역고드름은 더 커지며 절정을 이룰 전망이다.  
6일 오후 경기도 연천군 경원선 폐터널. 다양한 역고드름이 땅에서 하늘로 자라고 있다. 기도하는 여인의 형상을 한 역고드름. 전익진 기자

6일 오후 경기도 연천군 경원선 폐터널. 다양한 역고드름이 땅에서 하늘로 자라고 있다. 기도하는 여인의 형상을 한 역고드름. 전익진 기자

 

연천 경원선 폐터널 내 300여개 역고드름 자라    

연천군은 역고드름의 관광 자원화를 위해 터널 입구에 전망데크를 마련해 뒀다. 데크 앞에는 20여 대 규모의 주차장도 있다. 옆에는 옛 경원선 철길과 교각 일부가 남아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주변에는 백마고지·고대산 등 안보 관광지와 등산코스도 있다. 경원선 신탄리역에서 철원군 백마고지역까지 5.6㎞ 구간 철길이 복원돼 대중교통도 편리해졌다.    
역고드름 진출입로 입구에는 폐쇄된 경원선 철길과 교각이 보존돼 있다. 전익진 기자

역고드름 진출입로 입구에는 폐쇄된 경원선 철길과 교각이 보존돼 있다. 전익진 기자

 
연천 역고드름 현장 방문 시에는 교통안전과 안전 관람 등에 주의해야 한다. 진출입로로 사용되는 1㎞ 길이 논둑길은 차량 한 대만 지날 정도로 폭이 좁고 2∼3m 높이의 둑 위에 조성돼 안전 운전이 필수다.
 
특히 빙판길·눈길을 이룰 경우 이 도로를 걸어서 가는 게 안전하다. 나무 울타리가 쳐져 있고 출입이 금지된 폐터널 안에 촬영을 위해 무단으로 들어갈 경우 미끄러져 다치거나 천장에서 떨어지는 고드름에 맞아 상처를 입을 위험이 높다.  
6일 오후 경기도 연천군 경원선 폐터널. 다양한 역고드름이 땅에서 하늘로 자라고 있다. 전익진 기자

6일 오후 경기도 연천군 경원선 폐터널. 다양한 역고드름이 땅에서 하늘로 자라고 있다. 전익진 기자

 

전국적으로 보기 드문 신비한 자연현상  

역고드름은 지난 2005년 한 주민에 의해 발견된 뒤 매년 한겨울 동안 모습을 보인다. 이석우 연천임진강시민네트워크 공동대표는 “천장의 갈라진 틈새에서 떨어지는 물방울이 순식간에 얼어붙으면서 역고드름이 생긴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6일 오후 경기도 연천군 경원선 폐터널. 다양한 역고드름이 땅에서 하늘로 자라고 있다. 전익진 기자

6일 오후 경기도 연천군 경원선 폐터널. 다양한 역고드름이 땅에서 하늘로 자라고 있다. 전익진 기자

연천 역고드름 위치. [다음지도]

연천 역고드름 위치. [다음지도]

 
그는 이곳 폐터널은 6·25전쟁 당시 북한군의 탄약고로 사용될 때 미군의 폭격을 받아 터널 위쪽에 틈이 생겼고, 이곳으로 물기가 스며들어 흘러내리는 게 역고드름 생성의 원인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는 “전라북도 진안군에 있는 마이산 은수사의 역고드름은 물그릇에서 매년 겨울 하늘을 향해 비스듬히 역고드름이 생기는 것과 달리 연천 역고드름은 수직으로 올라가는 게 특징”이라며 “전국적으로 보기 드문 신비한 대규모 자연현상”이라고 소개했다.
한 주민이 역고드름 폐터널로 가로질러 갈 수 있는 도로변 하천 구간에 교량 설치가 필요하다며 손으로 가리키고 있다. 전익진 기자

한 주민이 역고드름 폐터널로 가로질러 갈 수 있는 도로변 하천 구간에 교량 설치가 필요하다며 손으로 가리키고 있다. 전익진 기자

 
이 마을 장승록 이장은 “관광버스가 방문할 경우 진입로로 들어갈 수 없는 데다 마땅한 주차공간도 없어 아쉽다”며 “주변 도로변에 관광버스 주차장을 마련하고, 연결 교량을 개설하면 보다 많은 관광객이 편리하게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천=전익진 기자 ijjeon@joongang.co.kr
공유하기

중앙일보 뉴스레터를 신청하세요!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