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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부진 외부 탓 하기엔…벌어지는 한국ㆍ세계성장률 격차

중앙일보 2020.01.11 06:00
“세계 무역 갈등 심화와 세계 경기 하강이 우리 경제에 어려움을 주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홍남기(왼쪽)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9일 오후 경기도 화성시 힘펠 제로에너지 신사옥에서 열린 수출 중소기업 현장소통 간담회에서 공장을 살펴보고 있다. 홍 부총리는 지난해 기자간담회에서 "세계 경제 회복의 기회를 살릴 것"이라고 말했다.[연합뉴스]

홍남기(왼쪽)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9일 오후 경기도 화성시 힘펠 제로에너지 신사옥에서 열린 수출 중소기업 현장소통 간담회에서 공장을 살펴보고 있다. 홍 부총리는 지난해 기자간담회에서 "세계 경제 회복의 기회를 살릴 것"이라고 말했다.[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국무회의에서 한 말이다. 한국 경기 부진의 주된 원인을 글로벌 경제 여건 악화로 본 것이다. 올해 경제가 나아질 거란 정부의 전망도 세계 경제에 기댄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해 말 기자간담회에서 “세계 경제 회복의 기회를 살릴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바람대로 될까? 최근 수치를 보면 그럴 가능성이 커 보이지 않는다. 세계 경제와 한국 경제의 성장률 차이가 2015년 이후 해마다 벌어지고 있어서다. 세계 경제가 좋아져도 한국 경제는 회복이 더디고, 세계 경기가 나빠지면 국내 경제의 부진은 더 심화했다는 얘기다. 최근 한국 경제의 부진을 대외 변수 탓으로 돌릴 수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국제통화기금(IMF) 통계를 보면 IMF는 지난해 한국의 성장률을 2%로 보고 있다. 세계경제 성장률은 3%로 예상했다. 이 수치가 확정될 경우 올해 한국ㆍ세계 성장률 차이는 1%포인트가 된다. 성장률 격차가 지난 2016년(0.5%포인트)부터 4년 연속 커지게 되는 셈이다. 성장률 차이가 1%포인트 이상으로 벌어지는 건 2012년(1.1%포인트) 이후 처음이다. 시계를 1990년 이후로 확장해도 한국 성장률이 세계 성장률 대비 1%포인트를 밑돈 건 2012년과 함께 1998년(8.1%포인트), 2003년(1.2%포인트)뿐이다.
 
세계 경제성장률은 선진국과 신흥국 수치를 모두 포함한다. 그런만큼 지난해 기준 국내총생산(GDP)이 세계 12위 수준인 한국의 성장률이 세계 성장률보다 낮은 건 이해할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그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는 게 문제다. 특히 지난해에는 세계 최대 경제 대국인 미국(2.4% 전망)보다도 한국의 성장률이 낮을 것으로 보인다.
 
과거에는 성장률 격차를 금새 줄였었다. 98년에 성장률 차이가 크게 난 건 외환위기라는 특수 상황 탓이다. 이후 99년부터 2002년까지는 한국의 성장률이 세계 성장률을 상회했다. 2003년과 2012년 성장률이 벌어진 것도 일시적이었다. 
 
지금은 사정이 다르다. IMF 추산 올해 세계경제 성장률과 한국경제 성장률은 각각 3.4%와 2.2%다. 현실화하면 그 차이는 1.2%포인트다. IMF는 올해 한국ㆍ세계 성장률 격차가 지난해보다 더 벌어진다고 본 것이다. 전문가도 격차가 쉽게 좁혀지지 않을 거로 예상한다. 오정근 한국금융ICT융합학회장은 “산업 경쟁력이 크게 악화하는 등 한국 경제가 빠르게 노쇠화하고 있다”며 “글로벌 경기가 나아진다고 해도 한국 경제가 상승세에 올라탈 힘을 보유하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선진국의 성장률이 신흥국에 비해 지지부진한 것도 악재다. 한국 경제 성장률이 선진국에 더 영향을 받아서다. IMF는 신흥국 성장률이 지난해 3.9%에서 올해 4.6%로 반등할 것으로 내다봤다. 반면 올해 선진국의 성장률은 지난해와 같은 1.7%에서 정체될 것으로 전망했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는 “전체적인 세계 경제에 비해서 미국, 유럽 등 한국 경제와 밀접한 국가의 경제 사정이 더 나빠질 가능성이 크다”며 “그러면 세계 전체 성장률이 높아진다고 해도 한국 성장률은 회복 흐름을 따라가기 어려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 경제의 기초 체력이 떨어진 상황에서 정부 정책도 한국ㆍ세계 성장률을 벌리는 한 요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최근 성장률이 높은 국가는 기업이 투자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고 있는데 한국은 정반대로 가고 있다”며 “민간 기업의 경쟁력을 살리는데 주력하지 않으면 한국의 성장 동력은 세계 경제와 관계없이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세종=하남현 기자 ha.nam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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