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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화 일찍 피어나니···패딩·호빵 장사는 울고 골프용품 웃었다

중앙일보 2020.01.11 05:00
8일 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 본점에서 할인 행사가 한창인 아웃도어 매장 앞으로 소비자가 지나고 있다. 전영선 기자

8일 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 본점에서 할인 행사가 한창인 아웃도어 매장 앞으로 소비자가 지나고 있다. 전영선 기자

 

유달리 따뜻한 올 겨울 날씨 영향 

8일 오후 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 레저ㆍ골프ㆍ스포츠 관련 매장이 모여 있는 6층. 아웃도어 브랜드 네파 매장엔 올해 나온 롱다운(롱패딩) 제품을 50~60% 할인해 팔고 있었다. 또 다른 아웃도어 업체인 머렐에서도 반값 세일이 한창이었다. 하지만 파격적인 가격에도 1~2명이 살펴보다 이내 매대를 떠났다. 같은 층에 밀집한 스포츠 브랜드 골프 용품점은 비수기인데도 구경하는 소비자로 북적대는 것과 대조적이었다. 
 
이날 서울 남대문 시장에서도 방한 용품은 큰 인기가 없었다. 두꺼운 패딩과 인조 모피가 나란히 진열된 상점에서는 가격 문의나 착용 문의가 사라졌다. 대신 가벼운 옷차림의 외국인 관광객이 찬 음료를 들고 시장을 활보했다.  
꽃망울 터트린 홍매화 겨울비가 내린 7일 부산지방 낮 최고기온이 16.6도의 포근한 날씨를 보이자 부산 남구 유엔평화공원 홍매화가 꽃망울을 터뜨려 시민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매화는 보통 2월 중순이 돼야 볼 수 있다. 송봉근 기자

꽃망울 터트린 홍매화 겨울비가 내린 7일 부산지방 낮 최고기온이 16.6도의 포근한 날씨를 보이자 부산 남구 유엔평화공원 홍매화가 꽃망울을 터뜨려 시민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매화는 보통 2월 중순이 돼야 볼 수 있다. 송봉근 기자

겨울철 이상고온 현상으로 유통업계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이번 겨울은 당초 지난해와 비슷할 것이라는 예보가 있긴 했지만, 매화가 한 달 넘게 일찍 필 정도로 따뜻한 겨울 날씨가 이어지고 있다. 1년 중 가장 추워야 할 동지(지난해 12월 26일)와 소한(지난 6일)을 따뜻하게 보내면서 최근 수도권 남부 일대 골프장은 북적이고 있다. 날씨 분석 정보업체 케이웨더 고영동 기상사업팀 담당은 “1월 말까지 큰 추위는 없을 전망”이라고 말했다. 겨울 특수는 이미 ‘끝물’이란 얘기다.    
 
8일 오전 강원 인제군 빙어축제장 일원에 전날부터 내린 비로 제설기로 만든 인공 눈이 녹고 있다.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 6일부터 이날 오전 9시 기준 인제 지역 누적 강수량은 99.5㎜다. [뉴스1]

8일 오전 강원 인제군 빙어축제장 일원에 전날부터 내린 비로 제설기로 만든 인공 눈이 녹고 있다.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 6일부터 이날 오전 9시 기준 인제 지역 누적 강수량은 99.5㎜다. [뉴스1]

 
롯데백화점에서는 지난해 11월 1일부터 지난 7일까지 아웃도어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2% 줄어든 반면 골프용품 매출은 무려 27.3%, 골프의류 매출은 4.1% 뛰었다. 비슷한 기간(지난해 12월 8월~1월 7일) 현대백화점에서도 이 기간 뛰어야 할 아웃도어 매출(-2.9%) 이 역신장을 기록하면서 체면을 구겼다. 이 기간 골프용품 관련 매출은 16.7% 증가하면서 대조를 이뤘다.   
 
8일 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에서 진행 중인 롱패딩 행사. 전영선 기자

8일 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에서 진행 중인 롱패딩 행사. 전영선 기자

 
매년 겨울 오리털 패딩 제품 판매 성적이 한 해 장사의 성공을 가르는 의류 업계 실망은 틀 수 밖에 없다. 밀레의 경우 올해 준비한 롱패딩 물량 10만장 중 절반인 5만장을 팔았다. 재고 소진까지는 상당한 골치를 앓을 전망이다. 밀레 관계자는 “대신 숏다운(숏패딩)과 가을철 아이템인 플리스가 많이 팔렸다”면서 아쉬움을 달랬다. 
 

BYC 내복도 4% 성장에 그쳤다 

2017년 롱패딩으로 대박을 낸 의류 브랜드 디스커버리 역시 올해는 재미를 못 봤다. 디스커버리 관계자는 “주가에 영향을 주는 정보라 롱다운 매출액을 밝히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올해는 플리스가 전년 대비 10배인 30만장(500억원어치)이 팔렸다”고 전했다.
 
유니클로 발열내의 히트텍의 국산 대체재로 이번 시즌 ‘대박’을 기대했던 BYC 보디히트의 매출액도 따뜻한 날씨 때문에 4% 성장에 그쳤다.  
 
따뜻한 날씨 겨울철 상품. 그래픽=심정보 shim.jeongbo@joongang.co.kr

따뜻한 날씨 겨울철 상품. 그래픽=심정보 shim.jeongbo@joongang.co.kr

 
온라인 편집몰 무신사스토어에서는 올겨울(2019년 11월 1일~2020년 1월 5일) 숏다운과 코트 매출이 전년 대비 각각 230%와 158% 늘었다. 롱다운은 무신사가 매출은 밝히길 꺼려할 정도로 저조했다. 여기서도 역시 플리스 판매는 250% 이상 증가하며 강세를 보였다. 플리스의 경우 예년의 본격 시즌인 지난해 9월보다 올해 12월 판매량이 1.5배가량 높을 정도다. 따뜻한 겨울 날씨가 예상보다 길어진 데다 각 업체가 플리스 디자인을 다양하게 선보였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실제로 지난해 하반기 무신사에 등록된 플리스 스타일 수는 전년 대비 2배가 넘는다.
 
올 겨울엔 겨울철 대표 상품인 롱패딩 대신 늦가을에 많이 입는 플리스가 대세다. [사진 노스페이스]

올 겨울엔 겨울철 대표 상품인 롱패딩 대신 늦가을에 많이 입는 플리스가 대세다. [사진 노스페이스]

 
 
따뜻한 날씨 겨울철 상품. 그래픽=심정보 shim.jeongbo@joongang.co.kr

따뜻한 날씨 겨울철 상품. 그래픽=심정보 shim.jeongbo@joongang.co.kr

 
겨울엔 판매가 뜸한 레저용품도 이상 특수를 누리고 있다. 9일 G마켓에 따르면 지난 한 달간 전동 킥보드(전년 동기 대비 370% 증가)와 롱보드(221% 증가)처럼 날씨 좋은 봄ㆍ가을에 잘 팔리는 스포츠용품이 많이 나갔다. 이 기간 스키·보드 장비와 의류가 각각 전년대비 13%, 10% 줄어든 것과 대조적이다. 
 
각 유통 채널에서 아이스크림 등 여름 간식 판매가 늘었다. 반면 따뜻한 국물의 대명사 우동 판매는 줄면서 체면을 구겼다. [사진 pixabay]

각 유통 채널에서 아이스크림 등 여름 간식 판매가 늘었다. 반면 따뜻한 국물의 대명사 우동 판매는 줄면서 체면을 구겼다. [사진 pixabay]

 
춥지 않은 겨울은 먹거리 판매에도 영향을 미쳤다. 여름철 대표 먹을 거리인 아이스크림과 빙수가 호빵ㆍ우동을 누를 태세다. G마켓에 따르면 최근 한 달간 아이스크림ㆍ빙수 판매는 전년 대비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여름철 상품으로 분류되는 쫄면과 비빔국수 판매 역시 비슷한 수준으로 증가했다. 따뜻한 국물 때문에 겨울에 많이 찾는 우동(-14%)과 칼국수(-16%)는 자존심을 구겼다. 계절 역전 현상은 편의점에서도 나타났다. GS25에선 최근 한 달(지난해 12월 1일~1월 5일) 호빵 판매는 10.1% 증가에 그쳤지만, 아이스컵은 65.3%나 뛰어 눈길을 끌었다. 
 
전영선 기자 az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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