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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 뛰고 유가 하락…중동 리스크 진정, 불확실성은 여전

중앙선데이 2020.01.11 00:33 669호 5면 지면보기

[이란 쇼크] 경제 파장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0일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주재한 ‘중동상황 관계장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0일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주재한 ‘중동상황 관계장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미국과 이란이 군사적 맞대응을 피하면서 세계 금융시장이 안정세를 찾아가고 있다. 급등세를 보이던 국제유가가 큰 폭으로 떨어지고, 주가가 상승하는 등 세계 금융·상품시장이 평온을 되찾고 있다. 미국이 이란에 대해 경제 제재를 강조하고 나섰지만 ‘전면전’ 가능성이 사그라진 만큼 이란발(發) 지정학적 위기감이 세계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전망이다. 조용준 하나대투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이란 사태는 뉴스는 될 수 있어도 세계 금융시장을 흔들 만큼의 파급력은 없다”며 “오히려 미중 무역전쟁 등의 영향을 더 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금융·상품시장 빠르게 회복
코스피 등 주요국 증시 모두 상승
대외경제연 “거시경제 영향 제한적”

이란, 호르무즈 해협 봉쇄 가능성
국내 항공·해운·건설 업계는 긴장

9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뉴욕상업거래소에서 2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전일보다 배럴당 0.05달러(0.08%) 떨어진 59.56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런던 ICE 선물거래소의 브렌트유도 전날보다 0.07달러 내린 65.37달러에 거래됐다. 미국 증시는 날개를 달았다. 미국 나스닥지수는 9203.43으로 거래를 마치며 역대 최고가를 갈아치웠다. 미국뿐 아니라 주요국 증시가 모두 상승세를 보였다. 독일 DAX지수는 전일보다 1.31%(174.88포인트) 뛴 1만3495.06, 프랑스 CAC40지수는 전날보다 11.56% 오른 6042.55를 기록했다. 영국의 FTSE100지수는 0.31%(23.19포인트) 오른 7598.12에 마감했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8일 한때 2140선이 무너지기도 했던 코스피는 10일, 전날보다 0.91%(19.94포인트) 오른 2206.39로 마감했다. 미국이 이란 가셈 솔레이마니 살해 소식이 전해지기 이전(2일 2175.17)보다 되레 올랐다. 달러 대비 원화가치도 상승하는 등 금융시장이 빠르게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10일 “국내외 금융시장이 진정되는 모습을 보이며 실물 경제 부문에서도 직접적 영향이나 특이 동향은 아직 관찰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사실 미국과 이란의 갈등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1979년 아야툴라 루홀라 호메이니가 주도한 혁명으로 미국의 비호를 받던 팔레비 왕조가 무너지고 미 대사관이 점거된 이후 40년간 수시로 충돌했다. 그럴 때마다 세계 금융시장은 단기적으로 충격을 받은 뒤 회복하길 거듭했다. 영국계 투자은행 바클레이스가 최근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과거 미국과 이란 사이에 충돌이 발생한 뒤 3개월 이내 미국의 S&P 500 지수는 평균 3% 정도 상승했다. 양국 간 군사적 긴장에 따른 충격이 대개 단기에 그쳤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최근의 갈등이 장기화하더라도 국내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미비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10일 ‘미·이란 충돌사태의 영향과 대응’ 보고서에서 “(국내) 거시경제에 대한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진단했다.
 
물론 안심하기엔 이르다. 국제유가가 다시 불안해질 가능성도 있다. 이란이 미국의 경제 제재에 반발해 호르무즈 해협 봉쇄 카드를 꺼내들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호르무즈 해협은 아라비아반도에 위치한 이란과 이라크·쿠웨이트·카타르·사우디아라비아·오만 등 중동 지역에서 생산한 원유가 세계로 뻗어나가는 관문이다. 중동 지역 석유 생산량은 2018년 기준 3159만7000배럴로, 전 세계 생산량의 34.1%에 이른다. 신지윤 KTB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미국의 셰일오일 덕에 유가 변동률이 크진 않겠지만 호르무즈 해협이 막히면 단기적으로는 유가가 불안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유류비가 영업비용의 30%가량을 차지하는 항공 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연간 3300만 배럴의 유류를 쓰는 대한항공은 유가가 배럴당 1달러만 올라도 연간 3300만 달러(약 383억원)의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 정재욱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아프리카중동팀장 “호르무즈 해협의 지정학적 리스크(위험)가 증가하면 이 지역을 통과하는 선박에 대한 보험료가 오르고 물동량이 감소해 해운업 또한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국내 건설 업계도 영향권이다. 미국의 이란 경제 제재가 한층 강화하면 중동 지역의 전후 재건사업이 쪼그라들 게 뻔 하기 때문이다. 중동은 국내 건설 업계의 전통적인 수주 텃밭으로, 지난해에도 약 44억5000만 달러(약 5조1677억원)를 수주했다. 김종국 해외건설협회 대외협력실장은 “출입국 금지 등으로 국내 업체의 신규 수주 활동이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황정일 기자 obidiu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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