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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놈이 잘 살까…완쾌된 동물 방생 때 뿌듯함보다 걱정 먼저”

중앙선데이 2020.01.11 00:32 669호 6면 지면보기

수렵과 밀렵 사이 

이준석 재활관리사

이준석 재활관리사

야생동물은 흔히 ‘주인 없는’ 동물로 불린다. 보살핌을 받는 반려동물과 달리 야생동물은 다치거나 아파도 제대로 된 치료를 받기 어렵다. 총기가 풀리는 11~2월에 표적이 된다. 곳곳에 불법 올무·덫이 입을 벌리고 있다. 먹이가 떨어진 겨울에 민가 근처에서 방황하다 차에 받히기도 한다. 이준석(29)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 야생동물재활관리사는 지난 6일  하루에만 4건의 야생동물 구조에 나섰다. 그는 “야생동물도 생명이기 때문에 누군가는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야 하지 않겠나”고 말했다.
 

이준석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 관리사
도움 필요한 ‘주인 없는’ 생명체
동물 복지 인식 좋아졌다지만
‘바이러스 원인’ 시선엔 아쉬움도

야생동물을 어떤 방식으로 구조하나.
“신고가 들어오면 구조 활동이 이뤄진다. 현장과 부상 상태를 살펴 사고 원인을 분석한다. 수의사와 치료 방법을 의논한다. 야생동물의 운명은 여기서 갈린다. 한 해 평균 40%만 치료가 이뤄지고 나머지는 안락사한다. 안락사 된 야생동물은 교육·연구용으로 쓰인다.”
 
야생동물은 주로 어떤 상처를 입나.
“다양하다. 조류는 유리창이나 전선에 부딪히는 사례가 많다. 고라니와 같은 포유류는 차에 치이는 교통사고나 덫에 걸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야생동물이라고 생각해 산속에서 많이 다칠 거라고 생각하지만, 대부분은 사람 왕래가 잦은 농경지나 도로변에서 발견된다.”
 
겨울에 밀렵으로 다치는 동물도 많다.
“동절기에는 총상 입은 맹금류나 덫에 걸린 포유류 등 사냥으로 인해 다친 사고 접수가 집중된다. 문제는 이런 행위를 단속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구조 센터가 현장에 도착할 때는 이미 사냥꾼들은 사라진 상태다. 덫이나 올무만 놓고 떠나는 사람도 많기 때문에 범인 잡기가 쉽지 않다.”
 
야생동물 부상을 막을 수 있나.
“전선 등에 조류방지 게이트 시설을 설치해 새들의 접촉을 막을 수 있다. 하지만 어떤 이유에서인지 유관기관은 장비 설치보다 총기로 새들을 내쫓는다. 그 과정에서 다른 새들이 총상을 입는다.”
 
어려움도 많겠다.
“예산과 인력 부족 문제가 가장 크다. 1년 예산이 5억원 안팎이다. 이 예산으로 수의사, 재활관리사, 행정 담당 근무자 월급은 물론 동물 사료까지 충당하고 있다. 현장에서는 농경지 주인과의 마찰도 종종 있다. 본인 논·밭 안에서 잡힌 야생동물은 자신이 가져야 한다느니, 야생동물 구조를 요청한 신고자가 사유지를 침범했다느니 난감할 때가 종종 있다. 어르신이 많은 지역이다 보니 야생동물 보호 인식에서도 아쉬운 점도 있다.”
 
야생동물 관련 정책은 어떤가.
“환경부가 주무를 맡아 각 지역 센터를 관리하고 있지만, 지역마다 구조 가이드라인이나 구조 가능한 동물의 개체 종이 모두 다르다. 신고자 입장에서는 다친 동물을 보고 안타까운 마음에 기껏 구조 요청을 신고했는데 구조가 어렵다는 답변을 들으면 얼마나 힘 빠지겠나.”
 
동물 복지에 대한 인식이 개선됐나.
“그렇다. 최근 동물복지가 이슈화됐다. 하지만 여전히 야생동물은 반려동물만큼 주목받지 못하고 있다. 야생동물을 살려서 뭐하냐, 바이러스 옮기니까 죽여야 한다는 생각을 가진 분들이 아직 많다.”
 
구조 활동하면서 만족할 때는.
“흔히 동물을 치료하고 야생으로 돌려볼 때 뿌듯할 거라고 생각하는데, 그렇지만은 않다. 저 친구가 자연으로 돌아가 잘 살까 하는 걱정이 앞선다. 개인적으로는 현장에서 신고자가 구조 활동 도와주고 감사해 할 때 이 일을 잘했구나 싶다.”
 
인터뷰를 끝낼 즈음, 다시 구조 신고가 들어왔다. 후다닥, 그는 의자에서 일어나 뛰어나갔다.
 
예산=김나윤 기자, 사진 전민규 기자 kim.nay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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