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직원들 장기 근속, 긍정 DNA가 고부가 제품 생산 원동력”

중앙선데이 2020.01.11 00:21 669호 14면 지면보기
울리 그위너 스틸케이스 아·태 사장이 의자를 들어보이고 있다. 김경빈 기자

울리 그위너 스틸케이스 아·태 사장이 의자를 들어보이고 있다. 김경빈 기자

“디자인이란 소비자에게 부가가치를 제공하는 접근 방식입니다. 소비자들이 10년, 20년 썼을 때와 안 썼을 때 퍼포먼스 차이를 확연히 느낄 만한 디자인의 제품을 만드는 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그위너 ‘스틸케이스’ 아·태 사장
업무 공간 유연하게 꾸밀수 있게
‘플렉스 오피스’에 디자인 역량 집중

지난 9일 서울 마포구 라이즈(RYSE)호텔에서 만난 울리 그위너 스틸케이스 아시아·태평양 사장은 이같이 말하며 ‘디자인 경영’의 자신감을 나타냈다. 스틸케이스는 1912년 미국에서 설립된 세계 최대 규모의 사무가구 제조사다. 세계적으로 800곳 이상의 판매처를 보유했고 지난 회계연도 기준 34억 달러(약 4조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출고 가격 100만원이 넘는 ‘립체어’ 등의 프리미엄 사무용 의자로 특히 유명하다. 인체에 유연하게 밀착되는 직관적 디자인, 신소재를 적용해 가벼우면서도 뛰어난 내구성으로 국내에서도 고급 의자의 대명사로 알려졌다.
 
독일 아우쿠스부르크대에서 경제학 석사 학위를 받고 경영 컨설팅 업계를 거쳐 스틸케이스에 합류한 그위너 사장은 수완을 인정받아 2007년부터 12년 넘게 아·태 지역을 총괄하고 있다. 그는 이날 저녁 같은 호텔에서 이 회사가 개최한 ‘인 더 크리에이티브 체어(ITCC)’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을 방문했다. 세계 각국 디자인 업계 종사자들이 모여 디자인을 토론하고 발전 방향과 협력 기회를 모색하는 행사다. 스틸케이스는 2018년부터 중국(베이징)과 홍콩, 일본(도쿄) 등지에서 ITCC를 열고 있다. 이번이 6회째다. 약 200명이 참석한 이번 ITCC 행사에선 물질이 디자인에 어떤 의미를 갖는지를 주제로 해외 디자인 업계 명사들이 토론을 벌였다.
 
그위너 사장은 “스틸케이스는 단지 사무가구만이 아닌 새로운 업무 환경과 경험(work experience)을 제공하는 기업”이라며 “그에 맞게 꾸준한 혁신을 원하고 미래 디자인과 생활방식이 무엇일지 지속적으로 영감을 가지면서 주변과 공유하고자 가구와는 관련 없는 ITCC 행사를 열고 있다”고 말했다.
 
100년 넘게 브랜드 가치를 지킨 비결은.
“기업문화다. 모든 사람의 잠재력 발현을 돕고, 이들이 매일 일을 더 잘하도록 돕는다는 목표를 오랜 기간 고수했다. 그 결과 특유의 DNA가 형성됐다. 스틸케이스 직원들은 업계에서 근속연수가 월등히 길다. ‘글라스도어닷컴(일자리 분석 기업)’ 홈페이지를 보면 우리 직원들의 긍정적 피드백으로 가득하다. 좋은 기업문화는 높은 가치의 제품 생산으로 이어진다. 스틸케이스가 지난 10년 사이 글로벌 경기 침체에도 연 매출이 10억 달러 이상 늘어난 배경이다.”
 
스틸케이스의 디자인 철학을 요약하면.
“사용자 중심의 디자인이다. 제품을 멋있게 보이기 위해 디자인하지 않는다. 업무 환경 개선에 도움이 되게 디자인한다. 예컨대 협업이 중요해지면서 현대 사무공간은 과거와 달리 개방된 공간으로 진화해 개인 공간은 사라지고 있다. 직원들이 산만해질 수도 있다. 이를 고려해 복잡한 환경에서도 개인 업무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돕는 ‘브로디(Brody)’라는 제품을 선보였다. 이동식 칸막이가 탑재된 책상과 의자로 구성된 1인용 사무공간이다. 또 모든 의자는 사용자 체형에 맞게 자동 조절이 가능하도록 디자인했다. 더 무거운 사람이 앉으면 의자가 인식해 몸무게에 맞는 일체감을 준다. 이런 디자인을 위해 사용자들의 환경과 행동을 주의 깊게 관찰한다.”
 
업무 환경이 정확히 어떻게 바뀌고 있나.
“아·태 지역을 예로 들면 크게 두 갈래로 볼 수 있다. 하나는 한국·일본·싱가포르 같은 성숙시장이다. 이런 곳에선 부동산 가격이 폭등, 기업들이 긴축을 하면서 재택·원격 근무가 유행하고 있다. 또 직원들의 건강을 위해 일어서서 일하도록 업무 공간을 꾸미는 사례가 늘어났다. 이와 달리 인도 같은 신흥시장에선 대규모 캠퍼스가 트렌드다. 하나의 넓은 공간 안에서 많은 직원이 일을 한다.”
 
양쪽 모두 아우를 만한 이상적인 사무공간은.
“유연한(flexible) 공간이다. 직원들이 원할 땐 모여서 일하다가 원할 땐 떨어져 일하더라도 아무 불편함이 없어야 한다. 기존 대부분의 사무공간은 유연한 대처가 어려운 구조다. 그래서 원하는 대로 가구를 유연하게 옮길 수 있는 ‘플렉스(flex) 오피스’ 제공에 디자인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이창균 기자 smilee@joongang.co.kr

구독신청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