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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건한 진보, 긴즈버그의 말말말

중앙선데이 2020.01.11 00:20 669호 20면 지면보기
긴즈버그의 말

긴즈버그의 말

긴즈버그의 말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헬레나 헌트 지음
오현아 옮김
마음산책
 
“자랄 때 (···) 가장 기분 좋게 남은 기억 가운데 하나는 어머니의 무릎에 앉아 어머니가 책을 읽어주는 소리를 듣는 것이었다.” 어머니의 영향으로 책을 사랑하게 된 긴즈버그는 미국 진보의 아이콘으로 성장했다. 평등을 위해 평생 헌신했다. 1993년 빌 클린턴 대통령이 그를 미국 역사상 두 번째 여성 연방대법관으로 지명했다. 150㎝가 조금 넘는 단신이다. 86세인 그는 1999년 이후 4차례 암에 걸렸지만 완치됐다. “암을 겪는 것만큼 생존의 기쁨을 만끽하게 해주는 것도 없다”고 말했다.
 
『긴즈버그의 말』은 어록집이다. 딸·아내·엄마·학자·대법관으로 걸어온 길을, 강연·인터뷰·의견서에서 추린 300여개의 말로 정리했다. 1부 법, 2부 시민의 자유, 3부 나의 인생으로 구성됐다.
 
긴즈버그가 평생 한 일은 결국 설득이다. 설득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효율적인 판사는 (···) 권위적으로 말하는 대신 설득하려고 노력한다.” “경솔하거나 무례한 말을 들었을 때는 못 들은 척하는 게 최선이다. 화를 내거나 불쾌한 티를 내는 것은 상대를 설득하는 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1959년 컬럼비아대 로스쿨을 공동 수석으로 졸업했지만, “유대인이고 여자인 데다 엄마”였기 때문에 한동안 일자리를 구할 수 없었다. 페미니즘의 전사로 불리지만, 입장이 온건하다. 그는 여성뿐만 아니라 ‘단지 남성이라는 이유로 불이익을 받는 남성들을’ 대변했다. 다음 발언처럼 남녀를 나누지 않았다. “‘여성의 권리’라는 표현은 다소 문제가 있다. 인간의 권리다. 법의 평등한 보호를 받을 모든 인간의 권리다.” “남성을 더 우월한 성으로 생각하지 않듯이 여성 또한 더 우월한 성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긴즈버그는 페미니즘을 이렇게 정의한다. “몇몇 장소에서 ‘페미니즘’이라는 단어가 ‘욕설’로 통한다는 것은 슬픈 일이다. 페미니즘이 의미하는 것은, 여성에게 동등한 기회가 주어져야 하고 자신이 원하고 또 그럴 능력도 있는 존재가 천부적인 재능을 발휘할 동등한 기회가 젊은 남녀 모두에게 주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김환영 대기자/중앙콘텐트랩 whan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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