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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렵 탓 30% 상아 없이 태어나…아프리카코끼리의 눈물

중앙일보 2020.01.11 00:04

수렵과 밀렵 사이

“내전이 밀렵을 부추겼고, 밀렵이 유전자 변형을 불렀다.”
나이지리아에서 베트남을 거쳐 홍콩으로 밀반입된 코끼리 상아. [EPA=연합뉴스]

나이지리아에서 베트남을 거쳐 홍콩으로 밀반입된 코끼리 상아. [EPA=연합뉴스]

 

500만 마리가 70년 새 41만 마리로
사망 원인 50%는 상아 노린 밀렵

연 4조원 밀거래, 중국이 최대 시장
“서식지도 붕괴, 30년 내 멸종 가능성”

아프리카 모잠비크에서 상아 없이 태어나는 암컷 코끼리가 늘고 있다. 전문가들은 내전 중에 벌어진 밀렵이 원인이라고 보고 있다. 1940년대까지 아프리카 대륙에는 최대 500만 마리의 코끼리가 있었지만 상아를 노린 밀렵 때문에 수가 급격히 줄어 현재는 41만 마리 남짓 남았다. 코끼리의 사망 원인 50%는 밀렵이다. 상아는 분쟁이 장기화한 아프리카 내 무장 세력의 자금줄이 돼 왔다.
  
상아 없는 코끼리로 유전자 바뀌어
 
1975년 포르투갈에서 독립한 모잠비크의 경우, 1977년부터 1992년까지의 내전으로 약 100만 명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수많은 코끼리도 목숨을 잃었다. 미국 환경조사국(EIA)은 15년의 내전 동안 5만 마리의 코끼리가 사라져 1만 마리 정도만 남았다고 밝혔다. 1989년 정부군이 점령한 반군 레나모의 주둔지에서는 1만9700개의 상아 무더기가 발견됐다. 레나모 지휘관급으로 활동했던 한 남성은 “부하들이 하루에 코끼리 150마리를 처분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지난해 9월에야 모잠비크 정부는 레나모와 평화협정을 체결했다. 레나모의 무장병력이 총을 버리는 대신, 고롱고사 국립공원에서 일할 수 있게 해준다는 내용이 들어갔다. 고롱고사는 레나모가 코끼리 밀렵을 저지른 주 무대다.
 
그 즈음, 영국 데일리텔레그래프는 “모잠비크 고롱고사 국립공원에서 상아 없이 태어나는 코끼리가 늘고 있다”고 보도했다. 과거에는 상아 없는 코끼리가 4% 미만이었지만, 현재는 암컷 코끼리의 30% 정도가 상아 없이 태어나고 있다. 상아가 있어도 그 크기가 예전보다 턱없이 작다. 영국 켄트대학의 도미니크 곤 칼브스 연구원은 “상아 없는 코끼리들은 내전 때 (돈이 안 된다는 이유로) 밀렵 피해를 보지 않았는데, 그 유전적 특성이 전달된 것”이라고 말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아도 국립공원에서는 암컷 코끼리의 98%가 상아가 없다.
 
밀렵은 코끼리의 출산을 늦추기도 한다. 미국 콜로라도 주립대의 조지 위트 마이어 교수는 “중앙아프라의 경우 상대적으로 밀렵에 덜 노출되는 초원 코끼리는 12살에, 정글 코끼리는 23살이 지나서야 새끼를 밴다”며 “이는 정글 코끼리가 밀렵을 두려워하기 때문에 나온 행동”이라고 밝혔다.
  
밀렵 노출된 정글 코끼리 23살에 노산
 
유엔환경프로그램(UNEP)은 아프리카코끼리 상아의 47%(2009~2011년)가 아시아로 향한다고 밝혔다. 멸종위기종의국제무역협약(CITES)은 1989년 상아 거래를 전면 금지했다. 최대 밀수국은 중국이다. 지난해 7월 콩고민주공화국에서 중국으로 향하던 8.8t, 300마리분의 상아가 싱가포르에서 적발됐다. 중국에서 상아는 1kg당 100달러 선에 거래된다. 2016년에만 전 세계적으로 40t의 불법 상아 유통이 적발됐다. CITES는 “1989년 이후 최대이자 이전 최대치인 2007년의 3배”라고 밝혔다.
 
국제 범죄조직에 의한 야생동물 거래 규모는 연간 200억 달러(약 23조원). 그중 코끼리 상아는 40억 달러(4조6000억원)로 추정된다. 상아 밀렵과 밀수를 막기 위해 ‘유전자 지문’ 방법까지 동원된다. 코끼리 배설물 속 유전자를 채취해 데이터베이스화한 뒤 압수한 상아의 유전자 분석을 통해 밀렵꾼과 밀수책을 역추적하는 방법이다. 실제로 케냐 몸바사, 우간다 엔테베, 토고 로메 등이 범죄조직의 근거지였음이 밝혀졌다.
 
아프리카 곳곳의 분쟁은 현재진행형이다. 세계자연기금(WWF) 관계자는 “밀렵뿐 아니라 산업화·도시화로 코끼리의 서식지가 줄면서 개체 수가 줄고 있다”며 “이대로 가면 20~30년 내 영영 볼 수 없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홍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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