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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안 무릎꿇리나" "대리서명하는 격" 한국당·새보수 기싸움

중앙일보 2020.01.10 16:59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왼쪽)와 유승민 새로운보수당 의원 [연합뉴스·뉴스1]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왼쪽)와 유승민 새로운보수당 의원 [연합뉴스·뉴스1]

자유한국당과 새로운보수당의 ‘당 대 당’ 통합을 논의할 통합추진위원회 구성이 물밑 논의 중인 것으로 10일 확인됐다. 범보수 단체 등이 참여하는 ‘혁신통합추진위원회’(혁통위)와 달리 두 당만 참여하는 성격이다. 한국당에선 위원 3~4명을 참여시키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한다. 다만 하태경 새로운보수당 책임대표는 10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당 차원에서 양당 간 통추위 구성을 공식 논의한 적 없다”고 부정했다. 그래도 전날 혁통위 출범으로 물꼬를 튼 양당의 통합 분위기가 조금씩 나아가는 모양새다. 한국당 한 중진 의원은 “양측이 ‘입’으로는 아쉬운 소리를 하지만 ‘발’은 (협상) 테이블로 향하지 않나. 나쁘지 않은 징후”라고 말했다.
 
분위기는 무르익었지만 ‘보수 재건 3원칙’을 둘러싼 기싸움은 여전하다. “수차례 동의 의사를 밝혔다”는 황교안 한국당 대표와 달리 새보수당 측은 “확답 없이는 대화도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앞서 유승민 새보수당 보수재건위원장은 통합 3원칙으로 ▶탄핵의 강을 건널 것 ▶개혁보수로 나아갈 것 ▶낡은 집을 허물고 새집을 지을 것을 제시한 바 있다.
 
하태경 책임대표는 이날 당 대표단 회의에서 “황 대표가 진정성 있게 3원칙에 확답한다면 우리는 공천권 같은 기득권을 내려놓겠다”며 황 대표의 입장 표명을 재차 요구했다. 반면 한국당 일각에선 “이미 (황 대표가) 수용 의사를 밝혔는데, 쉴 틈도 주지 않고 압박하는 것 아니냐”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협상 테이블에서 마주한 것은 의미가 있지만, 앙금이 남았다는 얘기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10일 오전 경남 창원시 의창구 창원대학교 종합교육관에서 열린 '2020 자유한국당 경남도당 신년인사회'에 신년인사를 마친 후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10일 오전 경남 창원시 의창구 창원대학교 종합교육관에서 열린 '2020 자유한국당 경남도당 신년인사회'에 신년인사를 마친 후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날 혁통위 출범 직후만 해도 ‘통합 청신호’가 켜지는 듯했다. 이양수 한국당 의원과 정병국 새보수당 의원이 ‘새로운 정당 창당, 탄핵 문제 극복’ 등을 담은 8개 안에 합의했다. 양당이 내놓은 최초의 합의안이었다. 한국당 초선 의원들도 힘을 보탰다. “3원칙 수용은 당연하고, 더 나아가야 한다”며 향후 공천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겠다는 연명부를 제출했다. 한 초선 의원은 “향후 지분 텃세를 부리지 않겠다는 뜻을 새보수당에 전한 것”이라고 했다. 김성태ㆍ김태흠 등 중진 의원들도 “황 대표가 3원칙을 받았으니 유 의원이 결단해달라”는 입장을 냈다.
 
하지만 황 대표의 직접 입장 표명은 아직 없다. ‘유 의원과도 뜻을 같이하는 것이냐’는 질문에 “모든 정치세력과 뭉쳐서 문재인 정권을 심판해야 한다. 이것이 대의”라고만 했다. 새보수당 측에선 이를 문제삼았다. 한 새보수당 인사는 “하다못해 전세계약서를 쓸 때도 본인이 서명하지 대리 서명을 하느냐”며 “동의를 하는데 공식 발표는 못 하게 하는 한국당의 분위기를 불신하는 것”이라고 했다.
 
한국당 분위기도 미묘해졌다. 전날 통합 발표에 찬성 입장을 낸 한국당 초선 의원은 10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이쯤 되면 통합보다는 ‘황교안 무릎 꿇리기’가 새보수당의 우선 목적이 아닌가 싶을 정도”라며 “이제 황 대표 대신 통합에 시선을 돌렸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진태 한국당 의원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유승민만 모셔다가 꽃가마 태우는 식으로 통합이 흘러간다”고 비판했다.
 
유승민(왼쪽) 새로운보수당 보수재건위원장, 하태경(가운데) 책임대표와 정운천 공동대표가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제2차 당대표단회의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뉴스1]

유승민(왼쪽) 새로운보수당 보수재건위원장, 하태경(가운데) 책임대표와 정운천 공동대표가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제2차 당대표단회의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뉴스1]

다만 양당에는 3원칙에 발목 잡힌 현 상황을 나쁘게만 볼 게 아니라는 시각도 있다. 뒤집어보자면 이 문제만 해결되면 통합에 가속도가 붙을 수 있다는 논리에서다. 특히 한국당 내부에선 황 대표가 직접 발표는 않더라도 양당 지도부가 ‘3원칙 합의문’을 공개 교환하는 등 다양한 아이디어가 논의되고 있다고 한다. 한국당 관계자는 “양측이 감정을 상하지 않으면서 손을 잡을 여러 방안을 모색 중이다”고 했다. 새보수당 핵심 관계자도 “3원칙 문제만 공식적으로 클리어되면 향후 무궁무진한 통합의 그림들이 그려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9일 검찰 인사로 불붙은 ‘반문(反文, 반문재인) 정서’가 두 당을 잇는 끈이 될 거라는 시각도 있다.
 
혁통위는 두 번째 회의를 앞두고 있다. 박형준 혁통위원장은 이날 “주말 사이 실무 준비를 마치고 월요일(13일)부터는 본격적인 회의에 들어가려고 한다”며 “조정할 부분은 있어도 양측의 의지만은 여전한 만큼 통합 논의에 진전이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손국희 기자 9ke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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