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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이 신청한 성년후견…헌재 "기본권 과다 침해 아냐"

중앙일보 2020.01.1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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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성년후견인으로 지정된 A씨와 그의 딸이 “성년후견인 제도는 A씨의 의사결정 자유를 박탈한다”며 헌법소원심판을 냈지만 헌법재판소가 받아들이지 않았다. 헌재는 10일 “본인과 배우자, 4촌 이내의 친족 등이 성년후견개시 심판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한 민법 제9조1항 등은 헌법을 위반하지 않는다”고 결정했다고 밝혔다.  
 

성년후견인 제도란

성년후견인 제도는 고령이나 질병, 장애, 노령 등 정신적 제약으로 사무를 처리할 능력이 결여된 성인에 대해 후견인을 지정하는 제도다. 성년후견인을 지정하려면 가정법원이나 관할지방법원에 개시 심판을 청구해야 한다. 이때 청구인은 본인이나 배우자, 4촌 이내의 친족 등이나 무연고자의 경우 검사 또는 지방자치단체장이 청구할 수 있다. 성년후견인으로 선임되면 피성년후견인의 법률행위를 대신하고, 신상에 관해 결정할 수 있으며 재산도 관리하게 된다.  
 

나 아닌 가족이 신청한 후견

A씨에게 성년후견인이 필요하다고 가정법원에 청구한 사람은 A씨의 다른 두 딸이었다. 두 딸의 청구에 법원은 성년후견개시결정을 했지만 A씨와 나머지 한 딸은 이에 불복해 항고했다. 그러면서 성년후견제도를 정한 민법 9조 등이 헌법에 위반된다며 헌법소원심판을 냈다.  
 
A씨측은 민법 9조가 정한 ‘정신적 제약으로 사무를 처리할 능력이 지속해서 결여된 사람’이라는 조건이 너무 광범위해 명확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또 피성년후견인으로 지정된 A씨가 의사결정 능력이 부족하다는 이유만으로 결정권을 원칙적으로 박탈하고 의사결정권을 침해한다는 주장을 폈다.  
 

헌재, "본인 외 성년후견청구권, 합헌"

헌재는 A씨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법 조항에서 ‘질병, 장애, 노령 및 그 밖의 사유로 인한 정신적 제약으로 사무를 처리할 능력이 지속해서 결여’라는 조건이 다소 추상적일 수는 있지만 그 의미의 대강은 확정할 수 있다는 해석이다. 게다가 가정법원이 성년후견을 개시하기 전에 피성년후견인의 정신상태에 대해 의사의 감정 결과도 참작하므로 ‘사무처리능력이 지속해서 결여’된다는 조건은 합리적으로 판단할 수 있다고 봤다.  
 
성년후견인 관련 조항이 피성년후견인의 기본권도 과하게 침해하지 않는다고 결정했다. 민법은 원칙적으로 성년후견인은 피성년후견인이 본인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상태라면 신상에 대해 그의 의사를 거스르는 결정을 할 수는 없게 했다. 
 
헌재는 민법에서 성년후견인이 권한을 남용하는 것을 막기 위해 몇 가지 규정을 갖고 있음을 짚었다. 민법은 "성년후견인 선임시 피성년후견인의 의사를 존중하고, 피성년후견인과의 이해관계 유무 등 사정을 고려해야한다"고 정했다. 
 
헌재는 이 조항을 "성년후견인 선임의 가장 중요한 기준을 피성년후견인의 의사에 두고 있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아울러 성년후견인을 여러 명 둘 수 있도록 한 조항이나 성년후견인의 법정 대리권 범위를 정할 수 있도록 한 조항 등을 볼 때 피성년후견인의 기본권이 과도하게 침해되는 걸 방지할 수단이 마련돼 있다고 판단했다.  
 

이선애 재판관 반대의견

다만 이선애 재판관은 민법 9조1항 합헌결정 대해 반대의견을 냈다. 이 재판관은 "독일의 경우 법원이 본인의 신청에 따라 또는 직권으로 보호자를 선임토록 해 원칙적으로 본인에게만 신청권을 부여하고 아무리 가까운 친족이라도 후견개시를 신청할 권한을 인정하지 않는다"고 다른 나라의 예를 인용했다. 이어 "성년후견 대상자가 이를 원하지 않는 경우 심판 때 감정 절차나 가사 조사, 당사자 심문 등 절차에 응하며 지는 부담이 상당하고, 주변 가족과 이해관계가 충돌할 때는 더욱 그렇다"며 "본인 외에도 성년후견개시를 청구할 수 있도록 한 조항은 헌법에 위반된다"는 의견을 냈다.
 
이수정 기자 lee.sujeo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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