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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포 500개 명륜진사갈비 허점 찔렀다, 소송 건 청주 해장국집

중앙일보 2020.01.10 06:00
'명륜등심해장국'이라는 식당을 운영하는 유모씨는 지난해 8월 가맹점주들의 불만을 들었다. 명륜등심해장국은 1999년 충북 청주에서 영업을 시작해 현재 6개의 가맹점을 가지고 있다.
 
이 업체 가맹점주들은 "상호가 비슷한 '명륜진사갈비'가 갑자기 유명해져 손님들이 두 가게를 혼동해 약속장소를 잘못 찾아가는 일이 생긴다"고 했다. 유씨는 "어떤 지역에는 바로 100m 거리에 두 식당이 함께 있는 데다 점심 메뉴까지 겹쳐 장사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명륜진사갈비 [사진 명륜진사갈비 페이스북]

명륜진사갈비 [사진 명륜진사갈비 페이스북]

 
고민하던 유씨는 명륜진사갈비가 상표권을 확보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알았다. 상표권을 가진 명륜등심해장국은 지난해 11월 명륜진사갈비를 상대로 "상표권을 침해당했다"며 "상표를 쓰지 말고, 그동안 우리가 본 유·무형의 손해 5000만원을 배상하라"며 서울중앙지법에 소송을 냈다.
 

2년간 상표 등록 안 한 채 가맹점 500개 모아 

명륜진사갈비는 돼지갈비 프랜차이즈 업체다. 2017년 7월과 2018년 5월 두 차례 특허청에 상표권을 출원했지만 모두 거절당했다. 특허청은 "2001년 상표를 출원한 명륜등심해장국과 이름과 판매상품이 모두 유사하다"고 거절 이유를 밝혔다. 

 
명륜진사갈비는 상표권을 얻지 못한 채 꾸준히 가맹점을 모집했다. 설립 2년 만에 전국 가맹점 500개를 돌파했고, 1월 1일 기준 영업 중인 점포는 456곳이다.
 
명륜진사갈비에 올라온 공지 [사진 명륜진사갈비 홈페이지]

명륜진사갈비에 올라온 공지 [사진 명륜진사갈비 홈페이지]

 
유씨는 "명륜진사갈비가 마치 상표권이 있는 것처럼 행동해 관계자들을 속인다"고 주장한다. 9일 현재 명륜진사갈비 공식 홈페이지에는 ‘상표권 침해 및 디자인 도용에 따른 법적 조치 단행’이라는 공지가 올라와있다.
 
최근 명륜진사갈비와 유사한 느낌의 가게가 많아지자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유씨는 “상표권은 우리(명륜등심해장국)에게 있는데 어떻게 법적 조치를 하느냐”며 “가맹점주, 예비가맹점주들을 속이는 일”이라고 말했다.

 

명륜진사갈비, 특허청 결정에 불복 

명륜진사갈비 측은 특허심판원에 불복 심판을 낸 상태다. "해장국과 갈비집의 상호가 소비자 입장에서 혼동되지 않는다"는 게 명륜진사갈비의 주장이다.
 
명륜진사갈비 관계자는 “우리와 비슷한 사건에서 결정이 뒤바뀐 사례가 있어 심판원의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 불복 주장이 받아들여져 명륜진사갈비의 상표권이 인정되면, 명륜등심해장국이 건 소송도 자연스럽게 무효화 된다는 게 이들의 예상이다.

 
이 관계자가 제시한 특허심판원 결정은 2017년 ‘백촌막창’과 ‘백촌막국수’의 다툼이다. 특허청은 백촌막국수가 이미 등록돼있어 유사한 백촌막창의 상표권을 인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특허심판원은 백촌막창의 불복 청구를 받아들였다. 당시 특허심판원은 “5자의 짧은 단어는 거래 실정상 하나의 상표로 인식될 것”이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백촌'을 베낀 것이 아니라 '백촌막창'이 하나의 단어로서 인식된다고 본 것이다.
 
명륜진사갈비가 결국 상표권을 취득하지 못하면 곤란한 상황을 맞게 될 수 있다. 김충호 기림특허법인 변리사는 "특허청 판단이 뒤집히는 사례가 종종 있지만 이 사건의 상표권 등록이 쉬워보이지는 않는다"며 "만약 상표권을 못 얻으면 법원에서 타인의 이익을 침해했다는 사실이 인정될 확률이 높다"고 말했다. 또 "이렇게 작지 않은 기업이 상표권 없이 영업하는 경우가 드물긴 하다"고 덧붙였다.
 
명륜등심해장국 측은 “명륜진사갈비가 상호를 바꿔야 한다“며 소송을 이어갈 계획을 밝혔다. 명륜등심해장국 관계자는 "동네 골목식당들도 상표권을 내고 영업을 한다"며 “명륜진사갈비 측은 가맹점주나 예비창업자들에게 사실을 공지해 2차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지금이라도 공지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편광현 기자  pyun.gwang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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