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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사단 대학살' 예견됐나…9년전 文 "검찰인사가 무기"

중앙일보 2020.01.10 05:00
“서울중앙지검장에 윤석열 현 대전고검 검사” (윤영찬 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
“우와!”(청와대 취재진)
 
2017년 5월 19일 청와대 춘추관. 윤영찬 당시 국민소통수석이 문재인 대통령의 검찰 인사 내용을 전하자 청와대 출입기자들 사이에서 탄성이 터져나왔다. 박근혜 정부에 찍혀 지방으로 좌천됐던 윤석열(연수원 23기) 검사. 그를 검찰 조직 핵심인 서울중앙지검 수장으로 앉힌 파격적 승진 인사였다. 당시 더불어민주당은 “사회정의 확립에 필요한 인선”이라며 환영 논평을 냈다. 이후 “검찰 주요 보직은 ‘우병우(박근혜 정부 청와대 민정수석) 사단’에서 ‘윤석열 사단’으로 싹 바뀌기 시작했다”(주광덕 자유한국당 의원)는 게 야당의 중론이다.
 
그러나 2년 8개월 여 후인 지난 8일 반전(反轉)의 파격 인사가 있었다. ‘윤석열 사단 대학살’로 요약되는 물갈이 인사였다. 야당에선 “입맛대로 쓰고 버린 칼”이란 격한 반응이 나온다. 윤석열 사단의 인사 흥망사를 통해 문재인 정부와 검찰 간에 얽힌 복잡한 관계를 풀어봤다.
 
‘윤석열 사단’ 흥망사. 그래픽=신재민 기자

‘윤석열 사단’ 흥망사. 그래픽=신재민 기자

 
2017년 5월 19일로 다시 돌아가보자. 문 대통령은 ‘윤석열 파격 인사’ 배경에 대해 “국정농단 수사를 확실히 해낼 적임자”라고 말했다. 당시 윤 총장은 최순실 특검 수사팀장으로 공소유지를 맡고 있었다.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 인선에 이어 서울중앙지검 1·2·3차장검사가 차례로 임명됐다.
 
윤대진(연수원 25기) 1차장은 윤석열 총장과 ‘대윤(大尹, 윤석열)-소윤(小尹, 윤대진)’으로 불리는 특수통 선후배 관계다. 박찬호(26기) 2차장도 특수통이고 한동훈(27기) 3차장은 그 직전까지 최순실 특검팀에서 윤 총장과 함께 했다. 
 
중앙지검 특수 1·2·3·4부장에는 특수통 신자용(28기)·송경호(29기)·양석조(29기)·김창진(31기) 부장이 배치됐다. 이들 중 1·2·4부장은 최순실 특검팀에 파견됐던 윤석열 사단이다. 이들은 전임에 비해 최대 다섯 기수나 아래여서 기수 파괴 인사로 평가됐다. 법무부는 당시 인사에 대해 “적폐척결 수사를 적극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적임자를 발탁했다”고 밝혔다. 
 
한동훈 대검 반부패강력부장, 박찬호 대검 공공수사부장, 배성범 서울중앙지검장(왼쪽부터)

한동훈 대검 반부패강력부장, 박찬호 대검 공공수사부장, 배성범 서울중앙지검장(왼쪽부터)

 
실제로 이후 서울중앙지검 수사는 적폐청산에 초점을 맞췄다. 박근혜·이명박 전 대통령 등 보수정부 관련 의혹과 양승태 전 대법원장 등이 연루된 사법농단 의혹 등을 수사했다.
 
윤석열 사단은 그 후로도 잘 나갔다. 2018년 6월 윤대진 당시 1차장이 법무부 검찰국장으로 영전했는데, 검찰청을 떠날 때 “우리 지검장님(윤석열) 좀 잘 모셔달라”면서 눈물을 글썽였다는 후문이 있다.
 
2019년 6월 윤석열 중앙지검장은 검찰총장에 임명됐다. 이때까지만 해도 민주당은 “투철한 사명감과 강직함”이라는 수사로 윤 총장을 긍정 평가했다.
  
윤석열 검철총장이 7일 오후 추미애 법무부 장관을 만나기 위해 과천 법무부 청사에 들어서고 있다. 최정동 기자

윤석열 검철총장이 7일 오후 추미애 법무부 장관을 만나기 위해 과천 법무부 청사에 들어서고 있다. 최정동 기자

 
당시 윤 총장과 함께 서울중앙지검에 있던 1~3차장도 나란히 대검 간부(검사장)로 승진 이동했다. 박찬호 2차장은 총선을 앞두고 전국 검찰청의 선거 관련 사건을 지휘하는 대검 공공수사부장으로 옮겼다. 한동훈 3차장은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을 맡았다. 일선 검찰청 특별수사를 지휘하는 자리다.
 
이때 윤 총장의 최측근 중 한 명으로 분류되는 이원석(27기) 부장검사도 검사장으로 승진해 대검 기획조정부장으로 합류했다. 2017년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 부장검사로 있으면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삼성 뇌물 관련 수사를 맡았던 인물이다.  
 
이후 수사 방향이 문재인 정부 청와대를 향하면서 정부와 검찰 간 마찰음이 나기 시작했다. 한동훈 반부패부장은 서울중앙지검의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가족 비리 수사와 서울동부지검의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 감찰무마 의혹 수사를 지휘했다. 조 전 장관은 불구속기소됐고 부인 정경심 교수는 구속수감됐다. 유 전 부시장도 구속기소돼 재판 중이다. 
 
박찬호 공공수사부장은 서울중앙지검의 울산시장 선거개입·하명수사 의혹 수사를 지휘하고 있다. 검찰 수사팀은 울산시청 압수수색과 관련자 소환 등 수사 속도를 계속 높이고 있다.
 
모두 현 정부 청와대 인사와 관련된 수사다. 청와대와 민주당의 강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수사를 밀어붙인 데에는 대검의 수사 지휘라인 영향이 크다는 게 여권의 시각이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왼쪽)이 8일 오후 경기도 정부과천청사 법무부 건물을 나서고 있다. 이후 추 장관은 대통령 재가를 받아 이날 오후 7시30분쯤 검찰 간부 인사를 전격 발표했다. 조국 일가 비리와 선거 개입 의혹 사건을 수사하던 윤석열(오른쪽) 사단은 사실상 와해됐다. [뉴스1, 뉴시스]

추미애 법무부 장관(왼쪽)이 8일 오후 경기도 정부과천청사 법무부 건물을 나서고 있다. 이후 추 장관은 대통령 재가를 받아 이날 오후 7시30분쯤 검찰 간부 인사를 전격 발표했다. 조국 일가 비리와 선거 개입 의혹 사건을 수사하던 윤석열(오른쪽) 사단은 사실상 와해됐다. [뉴스1, 뉴시스]

 
대검은 정부 여당이 추진하는 검경 수사권 조정 등 검찰 개혁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차원에서 ▶검사장급 제공 차량 철회 ▶포토라인 설치 금지 ▶야간 조사 근절 등의 자체 개혁안을 냈다. 이를 주도한 이가 이원석 대검 기조부장이었다. 익명을 원한 민주당 관계자는 “문재인 정부가 주요 검찰개혁안을 추진 중인 상황에서 보란 듯이 개혁안을 내고 언론 플레이를 하는 게 어이가 없었다”고 전했다.  
 
법무부는 8일 검사장급 간부 32명의 인사(13일자)를 단행하면서 대검 참모진을 전원 일선 검찰청으로 발령냈다. 한동훈·박찬호 부장은 부산고검 차장검사, 제주지검장으로 각각 전보됐다. 이원석 부장도 한직으로 평가되는 수원고검 차장검사로 간다. 조 전 장관 관련 수사의 최고 사령탑이었던 배성범(23기) 서울중앙지검장, ‘소윤’ 윤대진 수원지검장은 비수사 부서인 법무연수원장(고검장급), 사법연수원 부원장으로 각각 옮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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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인사 파문이 확산되면서 문 대통령을 비롯한 여권 인사들이 과거 검찰 인사와 관련해 내놓은 발언들도 새삼 주목을 끌고 있다. 문 대통령은 2011년 김인회 인하대 교수와 낸 책 『검찰을 생각한다 』에서 “검찰 인사는 검사에게 사활이 걸린 문제다. 법무부 장관에겐 검찰개혁을 추진하는 데 매우 중요한 무기가 된다” 고 했다. 같은 책에서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은 “인사권을 행사해 검찰총장보다 세다는 걸 보여주니 검찰이 완전히 충성했다”고 강조했다.
 
현일훈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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