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점유율 100% '배달공룡' 되는데…공정위, 배민 M&A 허할까

중앙일보 2020.01.10 05:00
서울 방이동 우아한형제들 본사. [연합뉴스]

서울 방이동 우아한형제들 본사. [연합뉴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It ain’t over till it’s over).”

 
미국 메이저리그 명예의 전당에 오른 포수 요기 베라(1925~2015)라 남긴 말이다. 영화 ‘록키’의 주인공 발보아의 대사로 부활하면서 재차 유명해졌다. 인수합병(M&A) 발표 후 ‘공정거래위원회 기업결합 심사’란 관문을 만난 ‘요기요ㆍ배달통(딜리버리 히어로ㆍDH)’과 ‘배달의 민족(우아한형제들)’에게 딱 들어맞는 얘기다.
 
공정위는 일정 규모 이상 기업의 M&A를 심사해 ‘브레이크’를 걸 수 있는 기업결합 심사 권한을 갖고 있다. 지난해 공정위 기업결합 심사 건수는 702건(486조6000억원)에 달했다. 최근 10년 새 최대 규모였다. DH가 배민을 최종 인수하려면 M&A ‘심판관’인 공정위 허가를 받아야 한다. 시장 경쟁 제한성과 독과점 여부 등을 따져보는 절차다. 황윤환 공정위 기업결합과장은 “결합 심사 결과에 따라 승인, 조건부 승인, 불허 등 3개 처분을 내릴 수 있다”고 말했다. 심사 절차와 쟁점, 향후 시나리오를 들여다봤다.
 

‘복잡다단’ 결합심사

공정위 기업결합 심사 과정.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공정위 기업결합 심사 과정.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공정위 결합 심사는 간이심사 대상 여부 판단→시장(상품ㆍ지리적 시장) 획정→시장점유율 산정 및 시장집중도 평가→경쟁 제한성 평가→경쟁 제한성 완화 요인 검토→효율성 증대 효과와 경쟁 제한 효과 비교를 거쳐 승인하거나, 시정조치를 내리는 등 6단계 순서로 진행한다. 심사 기간은 30일이다. 지난달 30일 접수한 배민 건은 이르면 이달 말 결론을 낼 수 있다. 하지만 심사는 필요하면 최대 90일까지 연장할 수 있고, 자료보정 기간은 심사 기간에 넣지 않는다. 최종 결정이 올해 중반까지 늘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심사는 크게 기업 결합으로 인한 효율성과 소비자 후생에 미치는 ‘효과’가 시장 경쟁을 제한하거나 독과점을 일으키는 ‘부작용’ 보다 큰지 따지는 절차다. 두 회사가 결합할 경우 배달 앱 시장 점유율이 사실상 100%에 달하는 만큼 가장 쟁점인 부분은 시장을 어디까지로 볼 것이냐다. 관련 시장을 ‘배달 앱’으로 좁게 보면 DH의 독점을 이유로 기업결합을 불허할 가능성이 높다. 반면 규모가 훨씬 큰 ‘배달 시장’ 전체로 볼 경우 두 회사의 결합을 허용할 여지가 생긴다.
 

승인하면

지각변동 앞둔 배달앱 시장.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지각변동 앞둔 배달앱 시장.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가능성은 작지만 공정위가 제한 없이 두 회사 합병을 무조건 승인할 경우다. 이럴 경우 ‘배민+DH’는 국내 배달 앱 시장을 사실상 독점하는 ‘배달의 공룡’으로 거듭난다. 사업 추진에도 속도를 낼 전망이다.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대표가 공언한대로 해외 진출에도 탄력을 받는다.
 
하지만 시장을 독점한 업체는 가격 인상의 유혹에 빠지기 마련이다. 소상공인이 광고비ㆍ수수료 인상을 우려하는 이유다. 사실상 배달 앱 시장 ‘빗장’도 푸는 셈이라 유사 서비스를 선보인 네이버ㆍ카카오 같은 플랫폼 대기업의 신규 진출도 이어질 전망이다. 이럴 경우 카카오톡을 통한 배달이나 네이버 페이와 연계한 배달 등 다양한 서비스를 내건 업체 간 경쟁이 벌어질 수 있다.
 

불허하면

역시 가능성은 작지만 공정위가 국내 기업의 해외 진출과 신산업 발전을 막는다는 비판을 무릅쓰고 두 회사 인수합병을 불허할 수도 있다. 이럴 경우 배민이 국내 시장을 포기하고 해외 경쟁 당국에 심사를 요청할 수 있다. 하지만 배민이 현재 뛰는 시장은 국내가 대부분이라 해외 심사는 큰 의미가 없다. 배민은 이번에도 한국 공정위에만 결합심사를 청구했다. 그런 만큼 공정위가 합병을 불허하면 배민은 공정위 지적 사항을 반영해 재심사를 요청할 가능성이 높다. ‘장기전’으로 갈 수 있다는 얘기다.
 
다만 공정위가 기업결합을 불허한 사례가 많지 않다. 2003년 대선주조의 무학소주 인수 불허, 2009년 호텔롯데의 파라다이스 면세점 인수 불허, 2016년 SK텔레콤의 CJ헬로 인수 불허 등 9건에 불과하다. 제품 가격 인상 가능성 및 독과점 시장 형성 등이 합병을 불허한 이유였다.
 

가능성 높은 ‘조건부 승인’

합병을 승인하되 조건을 거는 게 여러 면에서 가장 유력한 시나리오다. 독과점 우려란 실(失), 혁신을 위한 덩치 불리기란 득(得)을 비교했을 때 무난한 중간 선택지라서다. 앞서 공정위는 2009년 이베이(옥션)와 지마켓의 결합 건을 심사하면서 ‘3년간 판매업체에 대한 수수료를 올릴 수 없다’는 조건을 걸어 결합을 승인했다.
 
배민의 경우도 기업결합 승인 여부보다 수수료 인상 폭 제한 등 어느 정도 수준의 조건을 걸어 승인할지가 더 관심을 끈다. 공정위가 수수료 인상 제한, 영업 확대 제한 등 시정조치를 부과하는 조건으로 합병을 승인할 경우 수수료 제한은 단기 처방에 불과하고, 시장 점유율은 인위적으로 끌어내리기 어렵다는 문제가 남는다.
 

조성욱 위원장 혁신론 ‘변수’

조성욱 공정위원장이 지난해 11월 서울 중구 공정거래조정원에서 LG유플러스의 CJ헬로 인수합병 기업결합 심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성욱 공정위원장이 지난해 11월 서울 중구 공정거래조정원에서 LG유플러스의 CJ헬로 인수합병 기업결합 심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공정위는 (기업결합 심사를 통해) 혁신을 촉진하기도, 혁신을 가로막기도 한다. (두 회사의 합병이) 혁신을 촉진하는 측면과 독과점이 발생할 경우 소비자에게 피해가 될 수 있는 측면을 균형 있게 따져보겠다.”
 
배민+DH 결합 건에 대한 질문이 쏟아지자 조성욱 공정위원장이 한 얘기다. 지난달 취임 100일을 맞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다.  
 
조 위원장 발언의 ‘시금석’이 될 만한 이슈가 있었다. 공정위는 지난해 11월 SK브로드밴드와 티브로드의 합병, LG유플러스의 CJ헬로비전 인수ㆍ합병을 동시에 승인했다. 역시 시장 독과점 논란이 일었지만 조 위원장은 “혁신 경쟁을 촉진하고 방송ㆍ통신사업자가 급변하는 기술ㆍ환경 변화에 적시에 대응할 수 있도록 해당 기업결합을 승인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인수ㆍ합병으로 인한 소비자 편익을 고려했다”라고도 했다. 같은 논리를 배민+DH 결합 심사에도 적용할 수 있다는 얘기다.
 
세종=김기환 기자 khkim@joongang.co.kr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