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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영환의 지방시대] 한·일 인바운드 역전, 지방 공항·관광 경쟁력이 갈랐다

중앙일보 2020.01.10 00:19 종합 26면 지면보기

한·일 공항별 외국인 입국 추이 비교해보니

3일 오전 김해국제공항 국제선 출국장이 방학과 겨울 휴가를 맞아 해외여행을 가려는 관광객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송봉근 기자

3일 오전 김해국제공항 국제선 출국장이 방학과 겨울 휴가를 맞아 해외여행을 가려는 관광객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송봉근 기자

지난달 29일 오전 11시 대구국제공항 1층 도착 로비. 연말 마지막 일요일치곤 한산했다. 중국 상하이발 동방항공편이 도착했지만 중국인은 가뭄에 콩 난 듯했다. 공항 안팎 모습이 인천·김포공항과는 딴판이었다. 외국인을 기다리는 여행사 직원도, 로비 밖 전세 버스도 눈에 띄지 않았다. 개별 체류 관광객을 만난 건 행운이었다. 상하이에서 직장을 다닌다는 30대 중국 여성은 “8일간 한국에 머무르면서 부산 등지도 갈 계획”이라고 했다.
 

한국 인바운드, 인천·김포가 84%
지방 공항은 아웃바운드 현관으로
일본 주요 지방공항 인바운드 초과
외국인 25%가 3대 도시권 밖 직행

오후 1시 40분쯤. 중국 웨이하이발 동방항공편 도착과 더불어 젊은 중국인이 더러 보였다. 짐을 잔뜩 든 류치(劉琦·23·영남대 유학)씨는 “산둥성 옌타이 집에 다녀오는 길”이라며 “평일에는 한국인, 주말엔 중국 유학생과 한국에서 일하는 중국인이 이 항공편을 많이 이용한다”고 소개했다. 실제 중국 대학생 2명이 이 비행편(출발 오후 2시 40분)으로 귀국할 예정이었다. 리뤄옌(李若言·21·장시사범대)씨는 “1년간 대구가톨릭대에서 교환학생 과정을 마치고 웨이하이를 거쳐 상하이로 간다”고 했다.
 
국제선 도착장 모습. 2018년 8개 국제공항의 출국 내국인은 2771만명으로 입국 외국인의 약 두 배에 달했다. 송봉근 기자

국제선 도착장 모습. 2018년 8개 국제공항의 출국 내국인은 2771만명으로 입국 외국인의 약 두 배에 달했다. 송봉근 기자

오후 4시 45분쯤 일본 나리타발 티웨이항공편이 도착하면서 공항이 북적거렸다. 일본인이 적잖았지만 동남아로 가는 환승객이 대부분이었다. 20대 일본인 남녀, 30대 부부는 이날 저녁 각각 세부와 방콕행 비행편에 올랐다. 환승하면서 대구에서 1박 하는 일본인도 있었다. 부인·아이와 함께 온 이즈미 유스케(42)씨는 “연말 여행을 급하게 짜는 바람에 28일 후쿠오카에서 대구에 도착해 1박하고 세부로 가게 됐다”고 말했다. 30대 일본 직장 여성 2명도 같은 케이스였다.
  
“공항과 관광지 연계 시스템 갖춰야”
 
지난 7일 오후 4시 10분쯤 같은 장소. 대만 타이페이발 티웨이항공편 승객들이 출구로 하나둘씩 빠져나왔다. 방학을 맞은 어린이와 부모, 노부부, 중년 여성 그룹 등 한국 사람이 대부분이었다. 40대 대만인 남자 3명이 나와 “관광 왔느냐”고 묻자 “3박 4일간 대구에 출장 왔다”고 했다.
 
연말연시 대구공항은 내국인 출국(아웃바운드)의 현관이었다. 일본인엔 종착역이 아니라 동남아로 가는 정류장 격이었다. 지난해 1~11월 대구공항 출국 내국인은 110만여명으로 입국 외국인(인바운드·18만9000여명)의 약 5.8배다. 2018년은 9.4배였다. 공항 관계자는 “외국 단체 관광객은 주로 새벽 비행편으로 온다”며 “여행 상품은 부산이나 강원 지역이 포함된 패키지가 많다”고 했다.
 
지난달 31일 오후 청주국제공항. 청사 앞 주차 건물에 걸린 ‘연간 이용객 300만명 달성’ 현수막이 한눈에 들어왔다. 300만은 국내외 출발·도착 인원을 모두 합친 숫자다(대구공항은 지난해 466만명). 오후 1시 30분쯤 웨이하이발 동방항공편이 도착하면서 중국인이 드문드문 띄었다. 관광객인지 구분이 가지 않았다. 한국 지인과 합류하는 사람이 적잖았다. 이 비행편도 중국 유학생이 단골이었다.
 
청주공항은 2013~17년 인바운드 초과 공항이었다. 중국 관광객이 늘면서다. 2015년엔 입국 외국인(19만여명)이 출국 내국인의 2.8배나 됐다. 그러나 2016년 말 중국의 ‘사드 보복’이 시작되면서 2018년부터 역전됐다. 박병진 한국공항공사 청주지사 운영팀 과장은 “해외 단체여행은 서울이나 제주를 끼우는 패키지가 대부분”이라며 “인천공항 대신 청주공항으로 오는 이유는 서울로 가는 경제적, 시간적 비용이 비슷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청주는 인천보다 공항 이용료가 싸고, 서울 강남까지 고속버스로 1시간 25분이면 간다. 수도권과 가까운 입지가 인바운드를 견인한다는 얘기다. 무안국제공항과 양양국제공항의 인바운드는 대구·청주와 비교도 안 된다. 2018년 입국 외국인이 각각 7674명, 1만3658명이다.
 
한국과 일본 공항별 입국 현황

한국과 일본 공항별 입국 현황

우리의 지방 공항은 내국인에 친근한 존재다. 내국인의 국내외 여행이 성장의 버팀목이다. 외국인 관광 측면에서 보면 하나의 점(點)에 불과하다. 공항이 지역 내 관광 자원과 선(線)으로 연결되지 못했다. 대부분 전철도 없고, 시내버스도 외국인 친화적이 아니다. 지방 공항이 인바운드 관광의 관문으로 우뚝 서려면 갈 길이 멀다는 얘기다. 윤대식 영남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수도권은 면세점 등 도시관광 자원과 문화관광자원이 압축돼 있지만, 지방은 관광자원이 산재해 있다”며 “외국 관광객이 짧은 시간에 두루 여행할 수 있도록 공항과 관광자원과의 연계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방 공항의 과제는 공항별 인바운드 점유율을 보면 드러난다. 2018년 8개 국제공항 입국 외국인은 1394만여명으로 2008년(581만여명)보다 2.4배 늘었다. 하지만 공항별 인바운드 점유율은 큰 변화가 없다〈그래픽 참조〉. 인천공항 78%→76%, 김포공항 9%→8%, 김해공항 7%→9%, 나머지 5개 공항 6%→7%이다. 인천공항 일극(一極) 체제가 10년째 그대로다. 인천과 김포를 합친 수도권이 84%, 지방이 16%다.
 
지방공항은 10년 전보다 인바운드가 3배 늘었지만 아직 ‘위성공항’ 성격이 강하다. 정부가 지난 연말 지방공항 활성화를 축으로 인바운드 확대에 나선 것은 이 때문으로 보인다. 한국공항공사와 한국관광공사가 손잡고 권역별 협의체를 만들기로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우리가 수도권 집중형 인바운드라면 일본은 다극형이다〈그래픽 참조〉.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이 지난해 말 집계한 방식에 따르면 지방 공항 직행 인바운드의 약진세가 뚜렷하다. 신문은 수도권 나리타·하네다공항과 간사이권 간사이·오사카·고베공항, 나고야권 주부공항의 6개 공항을 제외한 나머지 57곳을 지방공항으로 분류했다. 그 결과 2018년 지방공항 인바운드는 10년 전보다 5.5배 늘어난 758만명이었다. 점유율은 25.2%였다.
  
한국 인바운드 일본 절반으로 전락
 
지역별로는 규슈 쪽이 두드러졌다. 2018년 후쿠오카공항 입국 외국인은 241만여명으로 김해공항(126만여명)의 약 두배였다. 2008년 42만여명으로 김해(43만여명)와 차이가 없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비약적 발전이다. 닛케이는 “서일본 지역이 도쿄와 교토 등 황금 루트 외 지역을 체험하려는 외국인을 불러들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홋카이도 외국인 관광은 아시아권을 넘어 글로벌 색채다. 지난해 신치토세공항에 핀란드 핀에어와 호주 칸타스항공이 취항했다. 하야노 요코(早野陽子) JTB종합연구소 주임연구원은 통화에서 “지방의 관광 인프라 정비와 저비용항공사(LCC) 노선 유치가 지방 공항 인바운드 증가를 가져왔다”며 “일본 재방문객(repeater)이 지방을 많이 찾는 것도 특징”이라고 말했다. 일본은 외국인 체류 관광을 위해 전국에 11개 ‘광역관광 주유(周遊)루트’를 지정했다. 농산어촌 체류형 관광(農泊) 지역도 500개로 늘린다. 점을 선으로, 면(面)으로 확대하는 전략이다.
 
일본은 지금 인바운드 초과 시대다. 2015년을 기점으로 아웃바운드를 웃돌기 시작했다. 인바운드 성장세는 가파르다. 초과분은 2015년 352만명에서 2018년 1223만명으로 늘었다(공항+항만 입국). 그렇다 보니 하네다·주부공항을 빼곤 웬만한 공항이 인바운드 초과다. 나리타공항도 마찬가지다. 2015년은 일본이 한국의 인바운드를 추월한 해이기도 하다. 이래 차이가 벌어져 2018년 한국의 인바운드(1534만여명)는 일본(3119만여명)의 절반이다. 여기에는 관광입국을 내건 아베 신조 내각의 총력전이 한몫했다.
 
지방 하늘길 관광은 지역 회생의 한 축이기도 하다. 우리가 공항의 다극화, 킬러 콘텐트 관광망을 서둘지 않으면 한·일 간 격차는 더 커질지 모른다. 점이 선을 이길 수는 없다.  
 
오영환 지역전문기자 겸 대구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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