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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영화 이 장면] 기생충

중앙일보 2020.01.10 00:11 종합 31면 지면보기
기생충

기생충

‘기생충’에서 ‘냄새’는 인상적인 메타포다. 기택(송강호) 특유의 ‘스멜’은 운전석에서 동익(이선균)의 뒷자리까지 넘어간다. “선을 넘을 듯 말 듯 하면서 절대 안 넘는” 기택이지만, 냄새만큼은 어쩔 수 없다. 기택 자신이 그 냄새를 인식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동익의 표현에 의하면 “아주 오래된 무말랭이 냄새” 혹은 “행주 삶을 때 나는 냄새”다. 좋게 말하면 서민의 체취? 실상은 하층민의 악취다.
 
그 냄새를 감지하는 사람은 동익과 그의 아들 다솜(정현준)뿐이다. 하지만 다솜은 기정(박소담)과 기택에게서 같은 냄새가 난다고 할 뿐이다. 가치 평가를 하진 않는다. 오로지 동익만 그 냄새를 경멸한다. 왜일까? 그 정체를 알기 때문이다. 자수성가 한 벤처 기업 CEO인 그에게 그 냄새는 어쩌면 가난했던 과거를 환기시키는 불쾌한 그 무엇이다. 다시는 맡고 싶지 않았던, “지하철 타면 나는” 냄새. 그것은 기택 가족이나 근세(박명훈) 같은 지하 생활자들, 동익 입장에선 ‘기생충’들의 냄새다.
 
여기서 영화는 그들을 지상으로 끌어올리면서 아수라장을 만들고, 동익은 근세의 몸에 깔린 자동차 키를 끄집어낼 때 마치 오물을 대하듯 질색하며 코를 막는다. 그 모습을 보던 기택은 동익의 심장에 칼을 꽂는다. 가진 자가 드러내는 극도의 경멸감에 대한, 냄새밖엔 가진 것이 없는 자의 극도의 반격. 동익이 살고 싶었다면, 코는 막지 말았어야 했다.
 
김형석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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