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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숙원 데이터3법 통과…고객정보 이용한 맞춤상품 가능

중앙일보 2020.01.10 00:02 종합 1면 지면보기
‘내 허락 없이 사용되는 가명 정보’.
 

기초연금 확대도 본회의 처리
노인 325만명 월 최대 30만원

마침내 국회 문턱을 넘은 ‘데이터 3법’(개인정보보호법·정보통신망법·신용정보법)의 핵심이다. 9일 더불어민주당과 바른미래당 당권파, 정의당·민주평화당·대안신당 등 범여(汎與)의 ‘4+1 협의체’는 자유한국당의 불참 속에 국회 본회의를 열고 ‘데이터 3법’ 등 198건의 법안을 의결했다. 모두 163분이 걸린 ‘속도전’이었다.
 
당초 민주당과 한국당은 물밑접촉을 통해 이날 본회의에서는 민생 법안만 처리하고 충돌이 예상되는 검경수사권 조정 법안(형사소송법·검찰청법) 등은 10일 다시 본회의를 열어 상정하는 것으로 의견을 모았다. 하지만 전날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검찰 간부 인사를 두고 한국당이 국회 법제사법위와 운영위에서 현안 질의를 위해 본회의 연기를 요청했으나 문희상 국회의장과 민주당이 받아들이지 않았다. 민주당은 범여와 함께 법안을 처리했다. 검경수사권 조정 법안 중 형사소송법은 상정했다. 13일부터 열리는 임시국회 본회의에서 정세균 총리 후보자 임명동의안과 함께 처리할 가능성이 있다.
 
4+1, 수사권조정안 중 형소법 상정 … 198개 법안 163분 만에 처리
 
데이터 3법은 문재인 대통령이 여러 차례 “(2019년) 연내 처리”를 요청했던 법안이다. 실명이나 주민등록번호같이 신원이 다 드러나는 개인정보를 암호화 처리로 가린 것이다. 소득·나이·결제금액 같은 개인 신상정보를 포함할 수 있고, 건강·금융·유통 같은 다른 영역의 정보와 같이 모아서 볼 수도 있다. 개인을 식별할 순 없지만 정보를 통합적으로 활용할 수 있어 빅데이터로서 가치가 높다. 공익적 기록 보존의 목적은 물론이고, 시장조사 같은 상업적 목적과 과학적 연구에도 사용할 수 있다.
 
정부와 기업은 데이터 3법의 국회 통과를 오래 기다려 왔다. 국내 IT(정보통신) 기업들은 “데이터 3법 개정이 늦어져 한국 기업이 역차별을 받고 있다”고 주장해 왔다. 고객 정보를 이용해 타깃 마케팅을 하는 구글·페이스북 같은 외국 기업에 비해 국내 기업이 법 테두리 안에서 할 수 있는 개인정보 활용이 적다는 것이다. 이제 금융·핀테크 업체들은 데이터를 활용해 맞춤형 금융상품도 만들 수 있게 됐다.  
 
최성진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대표는 “핀테크 스타트업들이 데이터 3법 통과의 탄력을 가장 먼저 받을 것으로 본다”고 했다. 주부·학생·사회초년생같이 금융 이력 정보가 적은 이들의 신용등급이 올라갈 수 있다. 고객의 동의를 받은 제3자가 여러 곳에 흩어진 고객의 금융정보나 공공요금 납부, 온라인 쇼핑 같은 정보를 종합 평가할 수 있어서다.
 
자신의 신용평가 결과에 대해 “왜 이렇게 나왔느냐”고 설명을 요구하거나 이의를 제기할 ‘프로파일링 대응권’, 내 금융정보를 다른 회사로 넘겨달라고 요구할 수 있는 ‘개인신용정보 이동권’ 같은 새로운 개념도 등장하게 된다.
 
그러나 ‘개인정보 도둑법’(참여연대 기자회견)이라며 반대하는 시민사회의 목소리도 있다. 암호화 처리를 되돌리지 않더라도 추가 정보들을 결합하면 가명 정보가 더 이상 ‘가명’이 아닐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동의 없이 가져간 가명 정보로 내가 누구인지 노출될 수 있다는 우려다.  
 
이날 본회의에서 정의당 김종대·추혜선 의원이 “결합 과정에서 실명이 확인될 수 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게시물도 동의 없게 사용하게 했는데, 게시물에 따라 신용등급이 달라지면 자기 검열을 하게 된다” “금융위가 감독 권한을 갖는 건 과도하다” 등의 반대 토론을 했다.
 
기업은 비용 부담 없이 개인정보로 장사해 좋겠으나 정작 정보의 주인인 개인에게는 별다른 이득이 없다는 지적도 있다. 앞서 참여연대와 민주노총 등 7개 단체는 데이터 3법의 국회 통과를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했다.
 
이날 국민·기초·장애인연금 등으로 구성된 ‘연금3법’도 통과됐다. 이에 따라 기초연금의 경우 이달부터 지원 대상을 소득 하위 40%(기존 20%, 163만 명 추가)로 확대하고 월지급액을 5만원 인상해 325만 명의 노인이 월 최대 30만원을 받을 수 있게 했다. 장애인연금은 기초급여액 월 30만원 지급 대상을 생계·의료급여 수급자에서 주거·급여 수급자 등으로 확대됐고, 국민연금법은 지난해 말로 종료되는 농어업인 연금보험료 지원기한을 2024년 12월 31일까지 5년 연장하는 내용이다. 
 
심서현·하준호·김정민 기자 shsh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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