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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미애 “윤 총장이 내 명 거역” 검찰 “지금이 왕조시대냐”

중앙일보 2020.01.10 00:04 종합 3면 지면보기
이낙연 국무총리가 9일 추미애 법무부 장관으로부터 검찰 인사와 관련, 유선으로 보고받는 장면이라고 총리실이 이날 공개한 사진이다. 그간 총리실의 관행으로 보면 이례적 이다. [연합뉴스]

이낙연 국무총리가 9일 추미애 법무부 장관으로부터 검찰 인사와 관련, 유선으로 보고받는 장면이라고 총리실이 이날 공개한 사진이다. 그간 총리실의 관행으로 보면 이례적 이다. [연합뉴스]

“지금이 왕조시대입니까. 말도 안 됩니다.”
 

이낙연·추미애 통화사진까지 공개
공개적으로 검찰총장 압박에 나서
검사들 “협의 관례 무시한 건 저쪽
법무부가 감찰 나서면 직권남용”

검찰에 대한 집권세력의 총공세에 따라 윤석열 검찰총장의 감찰 및 징계 가능성이 제기된 데 대한 검찰 간부의 반응이다. 어이가 없다는 게 검찰의 전반적인 반응이다. 하지만 법조계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그만큼 9일 온종일 검찰이 대한 여당 세력의 압박이 강했기 때문이다.
 
시동은 추미애 장관이 걸었다. 추 장관은 이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윤 총장의 의견을 듣지 않고 검찰 간부 인사를 단행했다는 지적에 대해 “검찰총장이 저의 명을 거역한 것”이라고 강하게 반박했다. 그러자 청와대가 힘을 보탰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장관이 검찰총장 의견을 듣는 과정에서 원만하지 않았던 부분에 대해서는 유감의 뜻이 있다”고 말했다. 형식은 중립적인 듯 보였지만 사실상 윤 총장의 태도가 옳지 않았다는 의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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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룡점정은 이낙연 국무총리가 찍었다. 이 총리는 이날 오후 5시가 넘은 시각에 보도자료를 내고 “인사 과정에서 검찰청법이 정한 법무부 장관의 의견 청취 요청을 검찰총장이 거부한 것은 공직자의 자세로서 유감스럽다”며 “법무부 장관은 검찰 사무의 최고감독자로서 잘 판단해 이번 일에 필요한 대응을 검토하고 실행하라”고 밝혔다. 이 총리는 이례적으로 보도자료에 추 장관과의 통화 장면을 담은 사진까지 첨부했다.
 
이 때문에 검찰 안팎에서는 “사실상 윤 총장에 대한 징계 절차 착수와 해임을 요구한 것 아니냐”는 반응이 나왔다. 만일 징계 절차가 개시된다면 윤 총장을 쫓아내는 것도 불가능하지는 않다. 검사징계법에 규정된 검사 징계 종류는 해임, 면직, 정직, 감봉, 견책의 다섯 개다. 검찰총장도 검사인 만큼 예외가 아니다. 법에는 검사에 대한 징계는 검찰총장이 요청하게 돼 있지만,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는 법무부 장관이 요청하게 돼 있다. 하지만 실제 검찰총장에 대한 감찰 전례는 없다. 채동욱 전 검찰총장이 혼외자 논란 때 감찰을 받을 뻔했지만 그가 사퇴하면서 실제 감찰이 이뤄지진 않았다.
 
서초동에서는 난리가 났다. 윤 총장을 비롯해 ‘인사 피해자’들은 인사 수용 뜻을 밝히면서 은인자중하던 상황이었다. 하지만 강도가 높은 검찰 공격이 이어지고 징계 가능성이 제기되자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는 분위기가 조성됐다.
 
한 현직 검사는 “법무부가 감찰에 나선다면 바로 직권남용으로 걸릴 사안”이라고 주장했다. 또 다른 검사는 “부당한 지시를 내린 건 법무부 장관인데, 그를 따르지 않았다고 ‘거역’이라는 건 무리한 표현”이라며 “총장에 대한 감찰은 어불성설”이라고 지적했다.
 
검찰 내부에서는 “인사 협의 관례를 무시한 건 저쪽” “감찰은 자진 사퇴를 유도하는 측면이 크겠지만 잘못한 게 없는 이상 총장이 사표를 내면 안 된다”는 반응도 나온다.
 
검찰총장 감찰의 주체인 법무부도 유보적인 반응이었다. 법무부 관계자는 “아직 정확히 어떤 대응을 의미하는 건지 파악되지 않았다”며 “그냥 앞으로 이런 일이 없게 하라는 것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당장 감찰에 나선다는 지시로 확대해 해석해선 안 된다는 의미다. 고검장 출신의 법조계 관계자는 “법무부 장관이 검찰 고위 간부의 인사를 결정하는 검찰인사위원회 개최 30분 전에 요식행위로 검찰총장의 의견을 듣겠다고 오라고 했는데 안 간 것이 총장의 잘못이냐”며 “절대로 윤 총장을 감찰할 만한 사안이 아니다”고 말했다.
 
강광우·김수민 기자 kang.kwangw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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