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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추미애가 했다” 야당 “최강욱·이광철이 주도”

중앙일보 2020.01.10 00:04 종합 4면 지면보기
9일 오후 추미애 법무부 장관(왼쪽)이 김명수 대법원장을 찾았다. [뉴시스]

9일 오후 추미애 법무부 장관(왼쪽)이 김명수 대법원장을 찾았다.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일 추미애 법무부 장관에게 임명장을 주는 자리에서 “법무부 장관이 검찰 사무의 최종 감독자”라는 말을 했다. 엿새 뒤인 8일 ‘감독자’ 추 장관은 검찰 고위급 인사를 단행했다. 인사 발표 하루 전 문 대통령은 추 장관이 제청한 검찰 인사안을 재가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전날 이번 인사를 ‘대통령의 인사’라고 규정했다. 물론 윤석열 검찰총장의 팔다리를 잘랐다는 ‘추미애안’에 사인만 한 것인지, 보다 적극적으로 인사 가이드라인을 줬는지는 드러나지 않았다. 청와대는 부인하지만 야권에선 최강욱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과 이광철 민정비서관이 주도했다고 보고 있다. 한 청와대 참모는 “이번 인사는 추 장관이 키를 쥐고 주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추 장관이 키를 쥐고 한 인사에 공감하는 분위기”라면서다.
 

문 대통령 “검찰인사 독립성” 공약
이번엔 정권 수사팀 좌천에 사인
여론 비판보다 인사 실익 따진 듯
전문가 “집권 후반기 대비 전략”

‘김기현 하명수사,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유재수 감찰무마 의혹’ 등 청와대 연루 의혹을 수사해 온 검찰 간부들을 대거 아웃시킨 데 따른 여론의 부담보다 ‘인사권’을 행사해 얻는 실익이 더 클 것이라는 계산이 깔려 있는 듯하다.
 
그럼에도 조심스러운 표정이 역력했다. 청와대는 9일 오전까지만 해도 아무런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오후에야 청와대 핵심 관계자가 기자들과 만나 몇 가지 입장을 밝혔다. 이번 인사가 “균형인사, 인권수사를 위한 방안들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해 한 인사”라고 평했다.
 
그러면서 “장관이 검찰총장 의견을 듣는 과정에서 원만하지 않았던 부분에 대해서는 유감”이라고 했다. 다만 “구체적으로 일일이 따져보고 싶은 생각은 없다”거나 “법무부에서 이미 입장을 냈고, 저희가 말을 더 보탤 필요성을 크게 못 느낀다”고 했다. 추 장관의 손을 들어주면서도 ‘로키’ 대응은 유지한 셈이다. 그는 ‘이번 인사가 윤 총장 불신임이 아니냐’는 질문에 “윤 총장에 대한 불신임 같은 것은 생각하고 있지 않다”고 부인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검찰 관련 과거 주요 언급

문재인 대통령의 검찰 관련 과거 주요 언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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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윤 총장 체제에 대한 호불호와는 별개로 청와대 의혹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의 고위 간부들을 대거 인사라는 수단을 써서 아웃시킨 점은 비판을 면키 어렵다는 데 청와대의 고민이 있다. 더욱이 문 대통령은 지난 대선 때 “검찰 인사의 중립성과 독립성을 강화하겠다”고 공약했고, 야당 시절엔 “(국정원 댓글사건을 수사해 온) 윤석열 팀장을 특별수사팀에 복귀시키라. 검찰을 권력의 하수인으로 만들려고 하는 청와대의 의도는 결코 성공할 수 없다”(2013년 10월)는 성명도 발표한 적이 있다. 그러나 이번 인사를 통해 노무현 정부 청와대 시절부터 문 대통령과 인연이 있는 이들은 검찰 내 요직을 꿰찼다. 청와대를 정조준하던 검사는 대통령의 인사권으로 일거에 축출하면서 그 자리에 ‘아는 검사’를 앉힌 셈이다. 김만흠 한국정치아카데미 원장은 “후반기엔 청와대 힘이 빠지고 레임덕이 올 수도 있는데, 비리로 몇몇이 구속되면 더 악화하게 마련”이라며 “이번 검찰 인사는 정치 전략이자 집권 후반기를 대비하는 청와대의 전략이 포함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인사 단행 시기도 주목할 만하다. 총선까지 100일도 안 남은 시기에 검찰이 문 대통령 측근과 광역단체장, 청와대 전·현직 참모들을 이 잡듯 뒤지는 게 득표에 유리할 리 없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오는 14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오전 10시부터 90분간 신년 기자회견을 한다고 고민정 대변인이 9일 발표했다. 이 자리에서 청와대 관련 의혹을 수사하던 ‘윤석열 사단’이 사실상 해체당한 것에 대한 직접 언급이 나올 수도 있다.
 
권호·윤성민 기자 gnom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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