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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인사 뒤 대검 간부와 저녁 “우린 할 일 했다, 나도 최선 다할 것”

중앙일보 2020.01.10 00:04 종합 5면 지면보기
“민주화 세력이 민주주의를 망가뜨리고 있다. 독재국가에서도 이렇게 하지는 않는다.”
 

검찰 안팎 ‘학살 인사’ 비판 이어져
김준규 전 총장 “국민을 우습게 봐”
“한직 발령은 수사 잘했다는 훈장”

8일 단행된 검찰 고위 간부 인사에 대해 김준규 전 검찰총장이 분통을 터뜨렸다. 그는 9일 페이스북에 “2020년 대한민국이 맞는가, 민주주의 국가가 맞는가”라며 이같이 밝혔다. 그러면서 “(나라가) 50년을 뒤로 갔다. (집권세력이) 무서운 게 없어 보이며 국민을 우습게 보고 있다”고 비판했다.
 
‘1·8 대학살’로 불리는 이번 인사에 대한 검찰 안팎의 분노가 좀처럼 잦아들지 않고 있다. 전직 검찰 고위 간부들뿐 아니라 검찰 내부에서도 실명 비판이 등장할 정도다. 박철완(48·27기) 부산고검 창원지청 검사는 검찰 내부망에 “검사 인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람 또는 집단을 수사하다가 이번처럼 ‘싫다’는 뜻이 뚜렷하게 담긴 인사가 이뤄졌을 때 검사들은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라고 한탄했다.
 
한 현직 검사는 “‘말 안 들으면 죽는다’는 확실한 메시지를 준 것”이라며 “정권을 향한 수사에 감히 손도 대지 말라는 신호”라고 지적했다. 검찰 출신의 한 변호사는 “이렇게 검사들에게 ‘좌천되는 걸 보라’고 말하는 인사는 처음 봤다. 티 내고 싶어 안달하는 것 같아 놀라웠다”고 말했다.
 
‘제2의 윤석열’을 양산할 수 있는 인사라는 비아냥도 나온다. 윤석열 검찰총장은 2013년 국가정보원의 대선 여론조작 수사를 적극적으로 하다가 직무 배제 조처된 뒤 한동안 한직을 전전했다. 그러다가 이번 정부 들어 화려하게 복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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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장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한직으로 가는 게 오히려 ‘수사 잘했다’는 사실을 증명해 주는 훈장처럼 돼버렸다. 검찰 간부들을 흔들어 평검사들이 말 잘 듣게 하려는 시도 같은데 오히려 반대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검찰 내부에서는 다음주에 단행될 차장·부장 등 중간간부 인사가 분수령이 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일련의 청와대 겨냥 수사 실무 책임자들까지 교체할 경우 수사 방해를 위한 인사라는 인상이 더욱 짙어질 수 있어서다. 이 경우 검사들의 반발 강도도 한층 높아질 수 있다.
 
부글부글 끓고 있는 검사들과 달리 윤 총장 등은 동요하지 않는 모습이었다. 윤 총장은 물론이고 인사 대상자들도 사퇴 없이 직무를 계속 수행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윤 총장은 검찰 인사가 단행된 직후인 8일 저녁 대검 간부들과 식사를 하면서 “모두 해야 할 일을 했다. 나도 내 자리에서 최선을 다할 테니 모두 각자의 위치에서 열심히 해달라”고 격려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자리에는 한동훈 반부패부장과 박찬호 공공수사부장 등 좌천성 인사 대상자가 대부분 참석했다.
 
한 대검 관계자는 “윤 총장을 비롯해 아무도 사표 낼 사람이 없다. 청와대 수사를 지휘했던 간부들이 검찰을 떠나서 수사가 흔들리면 누가 이득을 보겠느냐”고 말했다.
 
이가영·김수민·박태인 기자 lee.g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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