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검찰, 인사 다음날 청와대 겨냥했다…균형발전위 압수수색

중앙일보 2020.01.10 00:04 종합 5면 지면보기
하명수사·선거개입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 수사팀이 송철호 울산시장의 선거공약 수립·이행 과정을 살펴보기 위해 9일 정부서울청사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사무실을 압수수색하고 있다. [연합뉴스]

하명수사·선거개입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 수사팀이 송철호 울산시장의 선거공약 수립·이행 과정을 살펴보기 위해 9일 정부서울청사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사무실을 압수수색하고 있다. [연합뉴스]

송철호 울산시장이 2018년 6·13 지방선거 후보 시절 내놓았던 공약 상당수가 2019년 1월 대통령 직속 국가균형발전위원회(균발위)가 내놓은 ‘제4차 국가균형발전 5개년 계획’의 울산지역 계획과 ‘판박이’인 것으로 9일 확인됐다. 중앙정부의 종합계획에 담길 울산시 지역 추진사업을 약 1년 먼저 알고 공약으로 내건 셈이다. 송 시장은 선거 전인 2017년 11월 말부터 균발위에서 공식 직책도 없는 ‘고문직’을 맡아 논란이 되고 있다. 균발위는 국가 균형발전의 기본 방향과 관련 정책의 조정에 관한 사항을 심의·조정하는 대통령 직속 자문기구다.
 

송철호 울산시장 선거 때 공약
1년 뒤 균발위 계획에 그대로 포함

송, 규정 없는 균발위 고문직 맡아
위촉 한 달 뒤에야 공식 직책 신설

전날 ‘대학살’로 불리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윤석열 패싱’ 인사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검찰은 이날 정부서울청사 내 균발위 사무실 등을 전격 압수수색했다. 오는 13일 인사발령을 앞두고 윤석열 검찰총장 등 청와대 울산 선거 개입 사건의 핵심을 찌른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중앙일보 취재 결과를 종합하면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부장 김태은)는 송 시장이 울산시장 후보 시절 내놓은 공약 수립 및 이행 사안을 집중 수사하고 있다. 국가균형발전위가 내놓은 5개년 계획(2018~2022년)의 울산 지역 사업을 살펴보면, 송 시장의 공약과 겹치는 게 대부분이다. 가장 대표적인 게 울산 공공병원 건립 사업이다. 당초 송 시장에게 밀려 낙선한 김기현 전 울산시장이 ‘산재 모(母)병원’이란 명칭으로 추진하던 사업과 유사한 사업이다. 선거 직전 기획재정부가 김 전 시장의 사업안에 대해선 타당성 조사 탈락 결과를 내놓아 정부의 선거 개입 의혹을 받고 있는 사업이기도 하다.  
 
검찰은 또 지방선거 5개월 전인 지난해 1월 송 시장과 송병기 울산시 경제부시장을 만나 울산 공공병원 공약을 논의했던 장환석 전 청와대 균형발전비서관실 선임행정관을 최근 불러 조사했다고 한다.  장 전 행정관은 “문재인 대통령의 지역 공약이던 공공병원 공약, 울산 외곽순환도로 등 현안을 논의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밖에도 송 시장이 공약한 ▶북방경제협력 중심기지 육성 ▶부유식 해상풍력발전단지 조성 ▶해수전지 기반 해수담수화 플랜트 사업 ▶국립 3D프린팅연구원 설립 ▶울산형 열린 시립대학 설립 ▶울산형 출산장려 사업 추진 ▶태화강 백리길 생태관광 자원화 사업 등이 균발위 보고서에 토씨 하나 다르지 않게 제시돼 있다.
 
김기현 전 시장은 “송 부시장의 수첩 2017년 10월 10일자에 ‘서울 지역균형발전위(균발위의 전신)→좌초되면 좋음’이라고 쓰인 내용이 청와대와 정부의 선거 개입에 결정적 단서”라고 주장하고 있다. 김 전 시장은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울산시장 선거 전부터 송 시장이 국가균형발전위의 고문을 했다니, 공약을 사실상 함께 만든 것 아니겠냐”며 “공공병원뿐 아니라 공약 전반에 대해 후보가 되기 전부터 뒤를 봐준 것”이라고 말했다.  
 
송 시장은 2017년 11월 27일 국가균형발전위의 고문직으로 위촉됐다. 하지만 고문직 근거 규정은 같은 해 12월 뒤늦게 신설됐다. 중앙일보는 송 시장의 해명을 듣기 위해 전화와 문자로 접촉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강광우·이가영 기자 kang.kwangwoo@joongang.co.kr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