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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전 피한 트럼프 왜…사망자 없고 중동판 베트남전 우려

중앙일보 2020.01.10 00:04 종합 8면 지면보기
지난 8일(현지시간) 이란의 미사일 공격을 받은 이라크 알아사드 미군기지 위성사진이 공개됐다. 상업용 위성업체 ‘플래닛 랩스’가 촬영했다. 미군과 연합군이 주둔한 알아사드 기지의 다섯 곳(흰색 원) 시설이 타격을 받아 건물이 허물어지거나 주변부가 검게 변해버린 장면이 보인다. 일부 비행기 활주로에 미사일이 떨어진 장면도 나와 미사일 공격이 동시다발로 이뤄졌음을 짐작하게 한다. [AP=연합뉴스]

지난 8일(현지시간) 이란의 미사일 공격을 받은 이라크 알아사드 미군기지 위성사진이 공개됐다. 상업용 위성업체 ‘플래닛 랩스’가 촬영했다. 미군과 연합군이 주둔한 알아사드 기지의 다섯 곳(흰색 원) 시설이 타격을 받아 건물이 허물어지거나 주변부가 검게 변해버린 장면이 보인다. 일부 비행기 활주로에 미사일이 떨어진 장면도 나와 미사일 공격이 동시다발로 이뤄졌음을 짐작하게 한다.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8일(현지시간) 대국민 담화에서 이란이 이라크 내 미군기지 두 곳에 미사일 공격을 한 데 대응해 ‘무력보복’ 대신 ‘경제제재’ 카드를 택했다. 이란이 가셈 솔레이마니 혁명수비대 정예군(쿠드스군) 사령관의 사망에 대응해 보복할 경우 그 이상으로 갚아주는 “불균형적 보복”을 경고하던 모습은 온데간데 없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태도가 돌변한 이유는 무엇일까.
 

이란은 미군 피해 최소화한 공격
스위스 채널 등 통해 양국 접촉
트럼프, 무력 대신 경제 제재 카드
11월 대선에 미칠 영향도 고려

먼저 이란의 미사일 공격이 있기 몇 시간 전 미국은 이미 상황을 파악하고 대비태세를 갖춰 사망자가 한 명도 나오지 않았다. 미 당국은 솔레이마니 추모가 끝나는 시점에 이란의 보복 공격을 예상했다. 미국은 최소 두 곳의 정보원으로부터 이란이 노리는 목표물이 이라크 내 미국인 또는 미군 시설이라는 첩보를 입수했으며, 이라크 정부도 미국에 이란의 계획을 알렸다.
 
미군 수뇌부는 이라크 내 군사기지에 있는 병력을 안전한 곳으로 이동시켰다. 작은 기지는 병력을 철수했다. 장비와 사람은 분산시켰다. 규모가 큰 알아사드 기지 일부 병력은 다른 곳으로 옮겼다. 알아사드 기지에 남은 장병들은 벙커와 방어시설 등으로 몸을 피했다. 보호장비를 착용하고 몇 시간 동안 대기했다. 이란의 미사일 공격이 끝난 뒤에도 한동안 벙커 안에 머물렀다.
 
8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이란의 미사일 공격에 관해 대국민 연설을 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마이크 펜스 부통령(오른쪽)과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왼쪽)이 지켜보고 있다. [AP=연합뉴스]

8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이란의 미사일 공격에 관해 대국민 연설을 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마이크 펜스 부통령(오른쪽)과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왼쪽)이 지켜보고 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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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은 8일 대국민 담화에서 “병력을 분산 이동해 대비했으며, 조기경보시스템이 잘 작동해 미국인 사상자가 한 명도 발생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란 미사일 공격은 미군 사상자를 최소화하면서 이란 체면을 살린 뒤 양측 모두 전쟁 위기에서 한발씩 물러설 기회를 만들기 위해 계산된 사건이었다고 보도했다.
 
둘째, 이란이 확전을 원하지 않았다. 이란은 공격 직후 “전쟁을 원하진 않는다”는 메시지를 내놓았다. 또 제3국에 중재를 요청한 사실도 속속 드러나고 있다. 이란은 이라크 내 미군기지를 공격하기 전, 이라크에 미리 공격 계획을 귀띔했다. 또 무함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교장관은 8일 기자들과 만나 미국과 소통했느냐는 질문에 “테헤란에서 미국의 이익을 대변하는 대표단을 통해 우리의 메시지를 워싱턴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주이란 스위스 대사관이 이란과 국교를 단절한 미국의 이익 대표부 역할을 하고 있다.
 
셋째, 트럼프가 장기 게릴라전 상황을 우려했을 가능성도 지적된다. 이른바 ‘중동판 베트남전’ 시나리오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9일 “미군이 적대국 본토를 공격하는 동안 상대가 게릴라전을 펼쳐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미국에 큰 ‘시간 비용’으로 작용, 결국 정권이 흔들리는 베트남전의 재림”이라고 짚었다. 이란 최고지도자인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의 외교 고문인 알리 악바르 벨라야티는 “(전쟁이 나면 미국은) 베트남 이상으로 수렁에 빠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군사력 자체만 놓고 보면 이란은 미국의 적수가 되지 못한다. 그러나 이란은 이번 탄도미사일 공격처럼 실질적인 피해와 심리적인 충격을 동시에 주기 위한 비대칭 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 이란은 1000여 기의 각종 미사일을 보유하고 있다. 또 12만 명이 넘는 이란 혁명수비대가 이라크·시리아 내 친이란 무장조직과 결탁해 게릴라전이나 파괴 공작(사보타주)을 일으키는 상황도 떠올릴 수 있다.  
 
넷째, 트럼프가 당면 최대 목표인 올해 11월 대선 승리를 위해 확전을 피했을 수 있다. 이란과의 전쟁이 장기화할 경우 트럼프의 재선 가도에 빨간불이 켜질 수 있기 때문이다.
 
워싱턴=박현영 특파원, 김상진·임선영 기자 hy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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