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조선 왕실 아기 탯줄 묻은 태봉…경기도 문화재로 보존

중앙일보 2020.01.10 00:03 종합 18면 지면보기
조선 제 11대 왕인 중종의 태봉. [사진 경기도]

조선 제 11대 왕인 중종의 태봉. [사진 경기도]

경기도 가평군의 한 야산엔 예사롭지 않은 석조물이 있다. 조선 시대 제11대 왕인 중종의 ‘태봉(胎封·또는 태실)’이다.
 

도내 25곳 태봉 중 13곳만 남아
택지 개발 등으로 사라질 위기

태봉은 왕실에서 태어난 왕자와 공주·옹주 등의 ‘태(태반·탯줄 등)’를 길지(吉地)를 선정해 봉안한 것이다. “태는 곧 아기의 생명선이자 근원”이라는 인식에 따른 것이다. 조선 시대엔 태봉 주변 경작을 금지하고 어기면 벌을 줄 정도로 신성하게 여겼다고 한다.
 
태를 보존하는 문화는 세계적으로도 드물다. 이에 가평군은 1986년 6월 중종의 태봉을 향토유적 제6호로 정하고 관리해 왔다. 모든 태봉이 중종의 태봉처럼 보호된 것은 아니다.
 
2008년 국립문화재연구소 조사에 따르면 경기도에 있는 태봉은 모두 25개인데, 경기도가 지난해 11~12월 재조사한 결과 현재 남아있는 도내 태봉은 13곳이었다. 12곳은 사라졌거나 위치가 불분명했다.
 
이에 경기도는 조선 왕실의 태봉을 보호·관리하겠다고 9일 밝혔다. 남아있는 태봉 중 시군 향토유적으로 지정된 곳은 가평 중종 태봉과 화성 정숙 옹주(조선 14대 왕 선조의 딸) 태봉 등 4곳이다. 사라진 것으로 조사된 태봉은 고양시에 있던 세종대왕의 장녀 정소 공주의 것 등 7곳이다. 광주 성종 왕녀 태봉 등 5곳은 위치를 찾을 수 없었다.
 
경기도 관계자는 “일제강점기에 조선왕실의 정통성을 말살하려는 의도로 많은 태봉이 파괴·훼손됐다”며 “여기에 산업화와 근대화를 거치며 각종 개발로 많은 태봉이 사라졌다”고 설명했다. 대규모 택지 개발이 있었던 고양시에선 3곳의 태봉이 사라졌다고 한다.
 
경기도는 이번 실태 조사 결과를 토대로 태봉을 경기도 문화재로 지정·승격할 예정이다. 위치를 찾지 못한 태봉은 추가로 조사하기로 했다.
 
경기도 관계자는 “경기도는 세계문화유산인 조선왕릉 41곳 중 31곳을 보유한 왕실문화의 보고(寶庫)이니 학계와 중앙부처에만 의지하던 틀에서 벗어나 직접 보존계획을 수립하며 경기도만의 문화자원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최모란 기자 moran@joongang.co.kr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