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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승계·노조문제도 감시…이재용 만나 보장받았다”

중앙일보 2020.01.10 00:02 경제 2면 지면보기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초대 위원장으로 내정된 김지형 전 대법관이 9일 위원장 수락 배경 및 위원회 구성 운영 방향에 대한 간담회를 하고 있다. [뉴시스]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초대 위원장으로 내정된 김지형 전 대법관이 9일 위원장 수락 배경 및 위원회 구성 운영 방향에 대한 간담회를 하고 있다. [뉴시스]

삼성의 경영 활동은 물론 승계나 노조 문제의 법 위반 여부를 감시할 준법감시위원회(이하 준법감시위)가 윤곽을 드러냈다. 삼성그룹의 준법감시위 위원장에 내정된 김지형 전 대법관은 9일 “준법 감시 분야에 성역을 두지 않겠다”며 “삼성의 경영 활동은 물론 노조나 승계 문제 등도 예외가 될 수 없다”고 밝혔다. 삼성전자 등 7개 계열사의 경영 활동을 감시할 준법감시위는 이르면 다음 달 초 공식 출범한다.
 

김지형 준법감시위원장 간담회
“진정성 의심, 여러번 고사끝 수락
총수·최고경영진도 예외없이 조사
법 위반땐 사안따라 형사고발도”
봉욱 전 대검 차장 등 위원 6인 선임

김 위원장은 이날 서울 서대문의 법무법인 지평 회의실에서 기자간담회를 했다. 그는 대법관 퇴직 후 지평의 대표변호사로 일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준법감시위는 삼성그룹 이사회에 속하지 않고 외부에 독립적인 상설기구로 설치할 것”이라며 “총수나 최고 경영진의 법 위반 사안에 대해서도 예외 없이 조사하고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직접 만나 이 같은 위원회의 완전한 자율성과 독립성을 보장받았다”고 덧붙였다.
 
준법감시위는 독립성과 자율성을 생명으로 삼겠다는 방침이다. 김 위원장은 “삼성의 준법·윤리경영에 대한 파수꾼, 통제자, 감시자가 되겠다”며 “법 위반 사안을 인지하면 이에 관한 조사를 시행하고, 법 위반 사항은 시정과 제재, 재발 방지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사안에 따라서는 형사 고발 조치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삼성 준범감시위는 외부 위원 6명과 내부 위원 1명 등 총 7명으로 구성된다. 외부 위원에는 김 위원장 외에 대검찰청 차장 출신인 봉욱(봉욱 법률사무소) 변호사, 시민사회에선 권태선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공동대표, 고계현 소비자주권시민회의 사무총장이 참여한다. 또 학계에서는 심인숙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김우진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가 선임됐다. 내부 위원으로는 삼성 미래전략실 커뮤니케이션 사장을 지낸 이인용 사회공헌업무 총괄고문이 선임됐다. 모두 김 위원장이 직접 골랐다고 한다.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누가 참여하나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누가 참여하나

준법감시위는 삼성그룹의 7개 계열사에 대한 경영 활동을 감시한다. 삼성전자를 비롯해 삼성물산, 삼성생명, 삼성SDI, 삼성전기, 삼성SDS, 삼성화재가 대상이다. 준법감시위는 계열사별로 준법감시 정책과 프로그램에 대한 보고와 자료 제출을 요구하고, 각 계열사 이사회에 준법감시 시스템 개선 권고안을 제시할 방침이다. 삼성의 7개 계열사는 이달 중순 각각 이사회 의결을 거쳐 이 같은 내용의 준법감시위 감시를 받겠다는 협약을 체결하기로 했다.
 
준법감시위는 직접 조사도 한다. 삼성 임직원의 법 위반 행위를 인지할 경우 조사를 하고 그 결과에 따라 각 계열사 경영진이나 준법 관련 부서에 조치나 개선을 권고한다. 또 준법 경영을 위반했는데도 개선 되지 않거나 재발 방지 권고를 거부하면 위원회 홈페이지 등에 공표할 방침이다. 김 위원장은 “시민사회의 참여와 관심을 유도하고, 위원회도 사회의 감시를 받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특히 최고 경영진의 법 위반 행위에 대해 위원회가 직접 신고를 받는 체계를 만들기로 했다. ‘위원회가 그룹 총수나 최고경영진에 칼을 댈 수 있겠느냐’는 세간의 우려를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 위원장은 “임직원의 뇌물 수수나 부정청탁은 물론 회사 차원의 위험이 있는 대외 후원이나 계열사 간 내부 거래, 협력업체와의 하도급 거래, 일감 몰아주기 등도 감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삼성의 준법감시위 위원장 수락 배경도 설명했다. 김 위원장은 “삼성의 제안에 여러 차례 고사했다”며 “삼성의 진정한 의지에 대한 의심과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삼성이 준법감시위를 이 부회장의 항소심 재판에서 양형을 줄이기 위한 면피용으로 설치하고, 재판이 끝나면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세간의 의구심을 의식했다는 것이다.
 
국정농단 사건에 연루된 이 부회장의 파기환송심 재판부인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 정준영)는 지난달 6일 공판에서 삼성의 준법 경영 방침을 제출하라고 요구한 바 있다. 당시 정 부장판사는 이 부회장에게 “앞으로 정치 권력자로부터 (뇌물) 요구를 받더라도 응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다음 재판 기일(1월 17일)까지 제시하라”고 주문했다.
 
김태윤 기자 pin2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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