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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실서 나가겠다"…英 해리왕자 부부, 독립 결심 배경은

중앙일보 2020.01.09 22:22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과 해리 왕자 부부. [AP=연합뉴스]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과 해리 왕자 부부. [AP=연합뉴스]

영국 해리 윈저 왕자와 부인 메건 마클 왕자비가 왕실로부터의 독립을 선언했다. 해리 왕자 부부는 왜 이런 결심을 했을까.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세기의 결혼'이라 불렸는데…

해리 왕자와 메건 마클 왕자비 결혼식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해리 왕자와 메건 마클 왕자비 결혼식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해리 왕자 부부는 8일(현지시간) 영국 왕실의 업무를 관장하는 버킹검궁을 통해 발표한 성명에서 "왕실 고위 구성원에서 물러나 재정적으로도 독립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면서 "앞으로 영국에만 머물지 않고 북미 지역에서도 시간을 보낼 계획"이라고 밝혔다. 왕실 관례에서 벗어나 자신들만의 생활을 꾸려가겠다는 독립 선언인 셈이다.  
 
영국 왕위 계승 서열 6위인 해리 왕자와 마클 왕자비는 지난 2018년 5월 19일 런던 인근 윈저성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손자이자 찰스 왕세자의 차남인 해리 왕자와 미국 법정 드라마 '슈츠'(Suits)로 스타덤에 오른 할리우드 여배우 간 만남은 전 세계의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혼혈 미국인' '여배우 출신' '사회운동가' 등의 수식어가 붙은 마클이 영국 왕실에 합류하며 어떤 흥미로운 변화를 이끌어낼지 기대감도 높아졌다.  
 
'세기의 결혼'이라고 불리며 축복 속에 결혼한 이들은 같은 해 10월 임신 사실을 알렸고 이듬해 5월 아들 아치 왕자를 낳았다.  
 
장밋빛 미래가 펼쳐질 것만 같았던 해리 왕자 부부에게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마클 부친과 언론으로부터의 시달림 

어린 시절의 메건 마클(왼쪽)과 그의 부친 토머스 마클. [중앙포토]

어린 시절의 메건 마클(왼쪽)과 그의 부친 토머스 마클. [중앙포토]

 
해리 왕자와 마클의 결혼 소식이 전해졌을 당시 이들의 일거수 일투족은 화제가 됐다. 특히 마클은 지금까지 영국 왕실 구성원과는 다른 가정사·배경을 지녀 더욱 눈길을 끌었다. 미국 국적인 마클은 혼혈로 태어났으며 부모는 그가 어렸을 때 이혼했다. 마클 역시 한 차례 이혼한 경험이 있다. 
 
마클의 부친 토머스 마클은 딸과 해리 왕자의 결혼을 앞두고 세간의 관심을 이용해 사적 이익을 취한 것으로 논란이 됐다. 그는 파파라치에게 돈을 받고 딸의 결혼 준비 사진을 찍었고 결국 결혼식에 참석할지 말지 갈팡질팡하다 심장 수술을 이유로 불참했다. 이후 토머스 마클은 딸과 연락이 끊기자 잇따라 언론과 인터뷰를 하며 영국 왕실을 비난했다. 
 
이에 대해 해리 왕자 부부는 언론에 불편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마클 왕자비가 친부에게 보낸 편지 원문과 파파라치가 찍은 사진 등을 실은 언론을 고소하기도 했다. 당시 해리 왕자는 "나는 어머니를 잃었고 이제 내 아내가 동일한 강력한 힘에 희생양이 되는 것을 본다"며 "언론 매체가 거짓되고 악랄한 내용을 끈질기게 유포할 때 인적 피해가 발생한다"고 소송 이유를 밝혔다.
 

형 윌리엄 왕세손과의 불화설

 
해리(왼쪽) 왕자와 윌리엄 왕세손. [로이터=연합뉴스]

해리(왼쪽) 왕자와 윌리엄 왕세손. [로이터=연합뉴스]

형 윌리엄 왕세손과의 갈등도 해리 왕자가 왕실을 나가기로 마음 먹은 이유로 꼽힌다. 당초 케이트 미들턴 왕세손빈과 메건 마클 왕자비의 사이가 좋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실제 갈등은 해리 왕자가 윌리엄 왕세손 사이에 발생했다는 게 외신의 보도다. 해리 왕자가 마클 왕자비와 교제를 시작했을 때 윌리엄 왕세손은 이를 탐탁지 않게 여긴 것으로 전해졌다.
 
해리 왕자는 지난해 10월 ITV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에서 윌리엄 왕세손과의 불화설에 대해 "전부 과장이거나 허위인 것은 아니다", "우리는 확실히 지금 서로 다른 길 위에 있다" 등 시인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두 왕자의 갈등은 해리 왕자 부부가 런던 켄싱턴궁에서 나와 윈저성 인근 프로그모어 코티지로 거주지를 옮기기로 하면서 표면화했다. 해리 왕자 부부는 윌리엄 왕세손 부부와 함께 설립한 자선단체인 '로열 파운데이션'에서 떨어져 나왔다. 또 별도의 커뮤니케이션팀과 인스타그램 계정을 만들면서 형제 사이는 더 소원해졌다.
 

왕실에 대한 대중의 비판

지난해 5월 득남한 해리 왕자 부부는 첫 아이의 이름을 아치라고 지었다. [AP=연합뉴스]

지난해 5월 득남한 해리 왕자 부부는 첫 아이의 이름을 아치라고 지었다. [AP=연합뉴스]

 
결혼 전부터 사회운동가로 활동해온 마클은 왕자비가 된 후에도 왕가 관습에 얽매이지 않는 소신 발언을 이어왔다. 환경문제 등에 대한 관심도 촉구해왔다. 하지만 최근 이와 배치되는 '귀족적' 행보로 대중의 비판을 받았다.  
 
지난해 2월 출산을 앞둔 메건 마클 왕자비는 전용기를 타고 미국 뉴욕으로 건너가 특급호텔에서 '베이비 샤워'(baby shower·출산을 앞둔 임신부에게 아기용 선물을 주는 파티)를 열어 논란이 됐다.

 
거주지인 프로그모어 코티지 개조 공사에 240만 파운드(약 37억원)의 세금을 사용했으며 지난해 11일의 여름 휴가 기간 동안 무려 4번이나 전용기를 이용한 것도 드러났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며 해리 왕자 부부에게는 비판이 쏟아졌다. 관례와 달리 출산 병원을 비롯 아치의 대부를 공개하지 않는 등 사생활을 철저하게 분리하면서 로열패밀리으로서의 혜택은 취하려 한다는 것이다. 때문에 이들 부부가 이번에 발표한 성명에서 '재정적 독립'을 언급한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왕실 내 '잉여'라는 느낌

조지 왕자, 찰스 왕세자,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윌리엄 왕세손(왼쪽부터). [로이터=연합뉴스]

조지 왕자, 찰스 왕세자,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윌리엄 왕세손(왼쪽부터). [로이터=연합뉴스]

 
근래 들어 해리 왕자와 왕실 간 거리는 더 멀어졌다.

 
왕실 가족들은 통상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영지인 샌드링엄에서 크리스마스 휴가를 함께 보내왔다. 하지만 해리 왕자 부부는 아들과 마클의 모친인 도리아 라글랜드와 함께 캐나다에 머물렀다.
 
이런 와중에 왕실은 최근 여왕과 찰스 왕세자, 윌리엄 왕세손, 조지 왕자 등 왕위 계승 라인에 있는 이들이 함께 찍은 사진을 공개했다.
 
일간 가디언 등 외신은 해리 왕자 부부가 이같은 사진을 공개하자 자신의 가족은 왕실에서 '잉여'(spares)에 불과하다는 생각을 가졌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김지혜 기자 kim.jihye6@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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