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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권으로 윤석열 주변 내친 文…"임기 후반기 방어 전략"

중앙일보 2020.01.09 17:35
문재인 대통령은 새해 들어 검찰을 입에 잘 올리지 않았다. 신년인사회나 신년사 등에선 경제에 방점을 뒀다. 새해 행보도 대한상공회의소에서 합동인사회(2일)를 했으며, 첫 지방 일정은 친환경 차 수출현장 방문(3일)이었다. 검찰 인사로 정국이 들끓은 9일에도 문 대통령은 경북 포항의 규제자유특구 투자 협약식에 갔다. 
문재인 대통령은 인사권을 통해 윤석열 검찰총장의 측근들을 대거 한직으로 내쳤다. 사진은 지난해 11월 청와대에서 열린 반부패정책협의회에서 인사하고 있는 문 대통령과 윤 총장. 청와대 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은 인사권을 통해 윤석열 검찰총장의 측근들을 대거 한직으로 내쳤다. 사진은 지난해 11월 청와대에서 열린 반부패정책협의회에서 인사하고 있는 문 대통령과 윤 총장. 청와대 사진기자단

하지만 이는 ‘보이는 모습’이고 실제론 '검찰 개혁’(야당은 “윤석열 사단 학살”이라 부른다)에 문 대통령이 직접 뛰어든 모양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전날 법무부가 검찰 고위직에 대한 인사를 발표하기 전 기자들과 만나 “고위공직자의 임명에 대해서는 대통령에게 권한이 있다. 인사권에 대한 정의를 다시 한번 생각하라”고 말했다. 인사권을 쥔 대통령이 그 권한을 행사했다는 뜻으로, 이는 곧 이번 인사를 ‘대통령의 인사’라고 규정한 것이다.
 
이번 인사로 문 대통령과 인연이 있는 이들이 검찰 내 요직을 꿰찼다. 신임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은 문 대통령의 경희대 후배이자, 노무현 정부 당시 민정수석실에서 함께 근무했다. 조남관 검찰국장도 문 대통령이 청와대 민정수석일 때 행정관이었다. 대통령의 인사권을 최대한 활용해 청와대를 정조준하던 검사를 일거에 축출하면서 그 자리에 ‘아는 검사’를 앉힌 셈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대선 때 “검찰 인사의 중립성과 독립성을 강화하겠다”고 공약했다. 그 전에도 문 대통령은 “윤석열 팀장을 특별수사팀에 복귀시키라. 검찰을 권력의 하수인으로 만들려고 하는 청와대의 의도는 결코 성공할 수 없다”(2013년 10월 19일 성명) “검찰 인사위원회의 중립성ㆍ독립성을 강화하고, 검사장급 인사에 대해서는 검찰 인사위원회에서 인사청문회를 시행하겠다”(2012년 12월 2일, 검찰개혁 공약)고 공언했다. ‘인사 중립’은 문 대통령 검찰 개혁의 핵심 테마였다. 그랬던 문 대통령이 공약을 식언(食言)하면서까지 칼을 휘두른 것이다.
 
이에 대해 여권은 “조직문화를 쇄신하고 검찰개혁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기 위한 인적 기반이 마련됐다”(더불어민주당 윤관석 정책위 수석부의장)는 입장이다. 추미애 장관은 “지역 안배와 기수 안배를 했다. 가장 형평성 있고 균형 있는 인사”라고 했고, 청와대 핵심 관계자도 “균형 인사, 그리고 인권 수사를 위한 방안들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해 인사가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역대 대통령 직무수행평가, 한국갤럽

역대 대통령 직무수행평가, 한국갤럽

하지만 정치권과 전문가들은 시각은 다르다. 특히 4월 15일 21대 총선까지 100일도 안 남은 ‘시기’에 주목한다. 여권 입장에선 선거를 앞두고 검찰이 문 대통령 측근과 광역단체장, 청와대 전ㆍ현직 참모들을 이 잡듯 뒤지는 게 득표에 유리할 게 없다.
 
일각에선 이번 검찰 인사를 반환점을 돈 문재인 정부의 임기와 연결한다. 노태우 정부부터 박근혜 정부까지, 대통령 지지율은 임기 4년 차부터 40%를 넘기 어려웠다. 총선이 지나면 문 대통령의 임기도 곧 4년 차에 접어든다. 누구도 피할 수 없었던 임기 하반기 대통령을 둘러싼 현상, 즉 ‘레임덕’이란 단어가 입길에 오르내리는 시점이 머지않았다는 의미다.
 
김만흠 한국정치아카데미 원장은 “후반기엔 청와대 힘이 빠지는 게 불가피한데 비리로 측근 몇몇이 구속되면 더 악화하지 않겠는가"라며 “이번 검찰 인사는 집권 후반기를 대비하는 청와대의 방어 전략이 포함된 것”이라고 말했다.
 
 권호ㆍ윤성민 기자 gnom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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