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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 10시간 때리고 성폭행…"죽을 줄 몰랐다" 50대 무기징역

중앙일보 2020.01.09 16:41
가정폭력 일러스트. 김회룡 기자

가정폭력 일러스트. 김회룡 기자

여대생·주부 등 6명을 성폭행해 교도소에서 8년을 보낸 50대 남성이 출소 후 재혼한 아내를 10시간 넘게 때려 숨지게 해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이 남성은 이 과정에서 아내를 성폭행하고, 아내의 친언니도 감금·폭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전주지법 군산지원 "살인 의도 있어"
남편 "억울…달래주려 성관계" 주장
재판부 "계획적 범행…수법도 잔혹"
'6명 성폭행' 8년 복역 1년만에 범행
딸, 靑게시판에 "아버지 엄벌" 촉구

전주지법 군산지원 제1형사부(부장 해덕진)는 9일 일명 '군산 아내 살해·유기 사건'의 피고인 A씨(53)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또 신상정보 공개 10년과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 10년, 아동·청소년기관 취업 제한 10년을 명령했다. 앞서 검찰은 검찰시민위원회의 의견을 반영해 사형을 구형했다. 
 
A씨는 지난해 3월 22일 전북 군산시 조촌동의 한 주택에서 이혼 소송 중이던 아내 B씨(당시 63세)를 10시간 넘게 폭행하고, 의식을 잃은 아내를 이튿날 새벽 군산시 회현면 한 농로에 버리고 도주한 혐의(살인 및 친족 관계에 의한 강간)로 구속기소 됐다. 농로에 버려진 아내는 사망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 결과 B씨의 얼굴은 심하게 부어 있었고, 멍과 피하 출혈 등이 발견됐다.
 
A씨는 아내를 폭행하는 과정에서 성폭행까지 했다. 당시 A씨는 주택에 함께 있던 B씨 친언니(72)도 폭행하고 손발을 묶어 감금했다. B씨 언니는 전치 8주의 부상을 입었다. 
 
경찰은 범행 당일(지난해 3월 23일) 오전 2시50분쯤 서해안고속도로 상행선 졸음쉼터(충남 지역)에서 차 안에 있던 A씨를 검거했다. A씨 전화를 받은 목사가 "지인이 아내를 때려 숨지게 한 것 같다"며 112에 신고한 지 1시간 만이었다.
 
검찰 등에 따르면 A씨는 2011년 성폭행 혐의로 기소돼 징역 8년과 함께 20년간 전자발찌 부착 명령을 받았다. 그는 2001년부터 2009년 7월까지 경북과 경기 지역에서 여대생과 주부 등 6명을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2018년 3월 출소 후 1년 만에 또다시 살인을 저지른 A씨는 검거 당시 전자발찌를 훼손한 상태였다.
 
A씨는 결혼하자마자 B씨를 상습적으로 폭행했다. B씨는 혼인신고 한 달도 안 돼 가출하고 이혼을 요구하다 A씨에게 또 폭행을 당했다. A씨는 경찰에서 "(다른) 폭행사건으로 나를 고소한 아내에게 합의해 달라고 부탁했는데 이를 거절해 홧김에 범행했다"는 취지로 말했다.
 
경찰에 붙잡힌 A씨는 지난해 3월 31일 군산경찰서 유치장에서 손톱깎이를 삼켰다가 수술을 받기도 했다. 경찰은 "처음부터 혐의를 인정하지 않던 A씨가 시간을 끌기 위해 손톱깎이를 삼킨 것 같다"고 했다.
 
A씨는 재판 내내 "아내를 때린 건 맞지만, 살해할 의도는 없었다"며 살인 혐의를 부인했다. 성폭행 혐의에 대해서는 "아내를 달래주는 과정에서 합의 하에 성관계를 가졌다"고 주장했다.
 
A씨 변호인은 "피고인이 농로에 아내를 두고 간 건 맞지만, 자신도 스스로 목숨을 끊기 위해 현장을 이탈했다"며 "인근 목사에게 아내를 구해 달라고 부탁한 만큼 살인의 고의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또 "피고인은 흉기로 아내를 위협하거나 늑골 3개가 부러질 정도로 무참히 폭행한 사실도 없다"고 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A씨 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증인들의 증언이 구체적이고 일관성 있는 점, 사망한 피해자의 부검 결과 당시 상황과 폭행 정도 등을 감안할 때 피고인에게 살인의 의도가 있거나 최소한 사망할 것이라는 것을 미필적으로나마 알았을 것으로 보인다"는 이유에서다. 
 
양형 이유에 대해서는 "피고인은 계획적으로 범행했고, 수법 또한 매우 잔혹하다"며 "반인륜적이고 반사회적인 범죄를 저질렀음에도 자기 잘못을 인정하거나 반성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피해자가 긴 시간 동안 극심한 고통과 두려움을 겪었을 것으로 보이는 점, 그 과정에서 성폭행까지 저지른 점, 의식을 잃은 피해자에 대한 적절한 보호 조치를 하지 않은 점, 누범 기간 중에 범행을 저지른 점 등을 감안할 때 피고인을 사회에서 격리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A씨 딸은 지난해 8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아버지는 6명을 성폭행하고도 형량은 고작 8년이었다"며 엄벌을 촉구하는 글을 올렸다. 그는 이 글에서 "(아버지는) 출소 후 본인보다 나이가 한참 많은 여성을 만나 혼인신고를 한 후 별거 상태에서 그 여성을 찾아가 폭행해 죽음에 이르게 만들었다"며 "아버지의 살인을 밝혀 응당한 벌을 받게 도와 달라"고 호소했다.
 
군산=김준희 기자 kim.ju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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