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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 '철가방'의 위기···미국판 '배달의 민족' 매물로 나온다

중앙일보 2020.01.09 16:29
전 세계적으로 음식 배달 앱 시장이 커지고 있지만, 경쟁도 치열하다. 미국은 많아야 두 개의 배달 업체가 살아남는 구조로 재편되어야 한다는 분석도 나왔다.  
 

WSJ "강력한 매수 후보로 도어대시·우버이츠 거론"
미 '배달 앱 1위' 그럽허브 주가 1년만에 3분의1 토막
이미 레드오션 된 배달업계, 업체마다 차별화 필요해
배달의 민족 한국 시장 노하우로 글로벌 경쟁력 보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8일(현지시간) 미국 배달업체 시장 점유율 1위 그럽허브가 매각을 고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를 위해 이미 인수·합병(M&A) 전문가의 자문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소식에 그럽허브는 이날 12.58% 상승한 54.75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미국 시카고에 본사를 둔 그럽허브는 2004년 창업한 뒤 10년만인 2014년 뉴욕 증시에 입성했다. 2018년 기준 미국 시장 점유율은 34%로 가장 높지만,  2등 우버이츠(24%)와 3등 도어대시(12%)가 뒤를 바짝 쫓고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그럽허브의 시가총액은 1년 전만해도 130억 달러(15조원)에 달했지만, 업체간 경쟁 우려가 커지며 3분의 1 수준인 45억 달러로 쪼그라들었다.  
 
WSJ는 “배달 앱은 각각의 특성과 브랜드 이미지는 다르지만, 기본적으로 제공하는 서비스가 비슷하기 때문에 고객 유치를 위해 할인·광고·마케팅에 지나친 경쟁을 벌이는 상황에 빠진다”고 분석했다.  
그럽허브 주가 추이.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그럽허브 주가 추이.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이 매체는 이어 “투자자와 애널리스트는 음식 배달업계에는 두 개의 대형 업체만 남으면 되고,  나머지 업체는 M&A를 통한 통폐합이 필요하다고 분석한다”고 전했다.  
 
그럽허브가 매각을 추진할 경우 유력한 매수 후보로 도어대시와 포스트메이츠·우버이츠 등이 거론된다. 특히 기업공개(IPO)를 검토 중인 도어대시나 포스트메이츠로서는 상장사인 그럽허브와의 합병이 상장의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고 WSJ은 분석했다.  
 
다만, 미국 배달앱 시장은 이미 지나친 업체 등장으로 레드오션이라는 평가가 나오기 때문에, 강력한 시장 재편 없이는 고성장하기 어렵다는 평가도 나온다.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업체인 아마존도 2015년 ‘아마존 레스토랑’ 출시로 배달앱 시장에 뛰어들었다가, 지난해 철수하면서 고배를 마셨다.  
 
WSJ는 “음식배달 사업은 경쟁자들이 격전을 벌이며 서로의 수익을 갉아먹는 수렁에 빠졌다”며 “온라인 시장의 지배자이자 강력한 배송 역량을 보유한 아마존마저도 실패한 원인이 여기에 있다”고 평가했다.  
 
이 때문에 배달 앱은 고객의 주문 동향을 파악해 수요에 맞는 음식을 공급하는 등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그럽허브가 발간한 ‘올해의 음식’ 보고서에 따르면, 착한 소비 트렌드에 맞춰 채식 주문이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가장 인기를 끈 식품은 콜리플라워 피자였고, 이에 맞춰 레스토랑에 관련 메뉴 개발을 요청했다. 우버이츠도 ‘크레이빙 리포트’를 통해 토요일에 매운 음식 주문이 늘어나는 점 등을 파악해 때맞춰 할인 쿠폰을 제공한다.  
 
한편 해외 배달 앱 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지만, 독일 딜리버리히어로(DH)의 인수로 해외 시장에 진출하게 된 국내 배달 앱 1위 ‘배달의 민족’은 극로벌 시장에서 통할 수 있는 경쟁력이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윤승현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배달의 민족은 시간당 5개 안팎의 음식을 배달하는 등 다른 국가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경쟁력을 갖췄고, 세계 최고의 테스트베드로 꼽히는 한국에서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아시아 시장 공략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배정원 기자 bae,jung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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