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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큰손 줄섰다" 이랬던 '라임'의 배신···부사장 왜 잠적했나

중앙일보 2020.01.09 16:11
원종준 라임자산운용 대표이사가 지난해 10월 14일 서울 여의도에서 라임자산운용 펀드 환매 연기 관련 기자 간담회를 하기에 앞서 사과하고 있다. [연합뉴스]

원종준 라임자산운용 대표이사가 지난해 10월 14일 서울 여의도에서 라임자산운용 펀드 환매 연기 관련 기자 간담회를 하기에 앞서 사과하고 있다. [연합뉴스]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지만 라임자산운용(이하 라임)에는 날개가 보이지 않는다. 
 
라임은 국내 최대 사모 헤지펀드 운용사다. 한때 펀드를 내놓는 족족 '강남 큰손들이 줄을 선다'고 할 정도로 기세등등했다. 2015년만 해도 굴리는 돈이 200억원에 그쳤지만, 지난해 상반기 5조원대로 급성장했다. 
 
이렇게 잘나갔던 라임이 한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졌다. 부실 투자 논란이 일파만파로 번지면서다. 대규모 손실이 예상되는 건 기본이고, 불완전 판매와 수익률 조작 같은 불법 혐의까지 받고 있다. 투자자들은 법적 대응을 준비 중이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사안이 워낙 복잡해 문제가 뭔지 파악하기 쉽지 않다. 그간의 경위와 쟁점 등을 알기 쉽게 정리했다.
 

①그동안 무슨 일이

'라임 사태'가 수면 위로 떠오른 건 지난해 7월이다. 당시 불공정 거래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고, '수익률 돌려막기' 의혹이 제기됐다. 이후 금융감독원이 조사에 착수하자 놀란 투자자들이 펀드에서 돈을 빼가기 시작했다. '펀드런(대규모 펀드 환매)'을 우려한 라임은 지난해 10월 일부 펀드의 환매를 중단했다. 그 규모는 1조원이 넘었다. 돈줄이 묶인 투자자는 2000명 안팎. 라임은 투자금을 언제쯤 돌려줄지 밝히지 않았고, 이번 사건의 핵심으로 지목된 이종필 전 라임 부사장은 돌연 잠적했다. 투자자의 불안감은 커져만 갔다. 급기야 환매 제한이 없는 상품에서도 돈을 빼갔다. 그 여파에 라임의 사모펀드 설정액은 지난해 12월 말 4조3516억원으로, 5개월 만에 26%(약 1조5000억원) 줄었다.  
 
논란이 확대된 건 지난해 12월 말 미국에서 날아든 소식 때문이다. 환매가 중단된 일부 펀드 중 미국 인터내셔널 인베스트먼트그룹(IIG)의 헤지펀드에 투자한 돈이 있는데, 이 회사가 '폰지 사기(다단계 금융사기)'를 저질렀단 내용이다. 기존 고객이 환매를 요청하면 새 투자금으로 돌려막는 수법으로 장부를 조작했단 거다. 이에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IIG의 투자자문업 등록을 취소하고 자산을 동결했다. 여기에 묶인 돈은 3개 펀드 중 하나인 무역금융펀드 투자금으로, 투자자들이 원금 손실을 볼 가능성이 커졌다.
라임 사태 일지.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라임 사태 일지.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②펀드 어떻게 운용했나

라임은 모(母)펀드 3개로 수십 개의 자(子)펀드를 만들어 투자자에게 판매했다. 우리은행·신한금융투자·KEB하나은행·대신증권 등 대형 금융사를 통해 팔았다. 투자자가 수익금을 돌려받은 과정은 크게 세 단계에 걸쳐 이뤄진다. 우선 ▶모펀드가 투자한 자산을 현금화하고 ▶그 운용 수익을 모펀드가 자펀드에 배분한 뒤 ▶투자자에게 원금과 이자를 돌려주는 식이다. 
 
문제는 라임이 모펀드로 코스닥 부실기업의 전환사채(CB) 등에 주로 투자했단 점이다. 전환사채는 추후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진 회사채다. 최근 코스닥 시장이 좋지 않은 상황에, 펀드 내 부실 자산으로 수익률이 낮아지자 현금화하기 어려워졌다. 라임은 자산을 헐값에 팔아 환매에 대응하기보단 만기까지 기다려 원금 손실을 막겠다는 입장이다.
 
라임은 또 이 과정에서 고객 투자금 외에 증권사 자금을 끌어다 썼다. 투자 자산을 담보로 증권사가 돈을 대출해주는 TRS(총수익스와프) 계약을 통해서다. 주식담보대출과 비슷한 성격이다. 문제는 펀드가 투자한 자산에 부실이 생길 때다. 이 경우 TRS 계약이 연장되지 않게 되고, 운용사 입장에선 환매 요청이 들어올 때 자산을 팔아 돈을 내줄 수 없게 된다. 이번 환매 중단 사태의 원인으로 꼽히기도 한다.
 

③핵심 쟁점은

라임 사태의 쟁점은 크게 두 가지다. 먼저 라임과 신한금융투자(판매사)가 미국 헤지펀드의 부실을 알고도 상품을 계속 팔았느냐는 점이다. 
 
금융 당국은 이들 회사가 부실 문제를 투자자에게 알리지 않은 채 운용·판매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이런 의혹이 사실이면 형법상 사기에 해당한다. 금감원에 따르면 라임은 6000억원 규모의 무역금융펀드를 운용하면서, 2400억원(40%)가량을 IIG 헤지펀드에 투자했다. 6000억원 중 2500억원이 일반 투자자, 3500억원이 신한금융투자 돈이다. 
 
다른 쟁점은 은행이 펀드를 팔면서 사모펀드라는 사실이나 원금 손실 가능성을 설명하지 않고 팔았느냐는 부분이다. 라임 펀드의 35%는 은행에서 판매됐다. 투자자들은 "사모펀드인 줄 몰랐다", "아무 설명 없이 가입했다"고 주장하며 법무법인을 통해 소송을 준비 중이다. 이 점이 사실이면 은행 등 판매사는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처벌될 수 있다. 그 외에도 수익률 조작 등 다퉈야 할 것들이 많다.  
성장세 꺾인 라임 운용.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성장세 꺾인 라임 운용.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④남은 절차는

일단 삼일회계법인의 실사 결과가 나와야, 손실금액과 상환 가능성 등을 대략 알 수 있다. 이르면 이달 중하순께 일부 결과가 나올 전망이다. 서영수 키움증권 연구원은 "단순한 불완전 판매를 넘어 불법적 요소도 적지 않아 은행 등 판매사의 손실 부담률이 'DLF(파생결합펀드) 사태'보다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실사가 끝나고 손실이 확정돼야 분쟁조정을 진행하고 은행 등의 책임 여부를 가릴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 관계자는 "실태 파악이 제대로 되면 분쟁조정위원회가 은행 등 판매사의 배상 비율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황의영 기자 apex@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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