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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격추설 불거진 우크라 민항기···美 "우리가 조사하겠다"

중앙일보 2020.01.09 15:29
지난 8일(현지시간) 발생한 우크라이나 여객기 추락 사고 현장에 기체 날개가 부러진 채 놓여있다. [AFP=연합뉴스]

지난 8일(현지시간) 발생한 우크라이나 여객기 추락 사고 현장에 기체 날개가 부러진 채 놓여있다. [AFP=연합뉴스]

 
미국과 이란의 긴장이 계속 되는 가운데 이란에서 발생한 우크라이나항공(UIA) 여객기 추락 사고가 또 다른 갈등의 불씨가 되고 있다. 이란이 사고기 제조사인 미국 보잉 측에 블랙박스 제공을 거부하자 미국 정부가 개입하겠다는 의사를 밝혔기 때문이다. AFP통신 등에 따르면 이란은 이미 사고 현장에서 여객기 블랙박스 2개를 모두 회수해 분석 중이다.   

이란 민간항공청 초기 조사 결과 발표
"이륙 직후 회항하려해" 기체결함에 무게
"우크라이나 정부, 피격 가능성 언급"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8일(현지시간) 이번 사고와 관련한 성명에서 “미국은 이 사건을 면밀히 추적할 것이며 우크라이나에 가능한 모든 지원을 제공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은 추락 원인에 대한 어떠한 조사에도 완전한 협력을 요구한다”고 덧붙였다. 구체적인 협력 주제는 밝히지 않았지만, 사고 조사에서 미국을 배제하려는 이란을 겨냥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지난 8일(현지시간) 발생한 우크라이나 여객기 추락 사고 현장에서 이란 당국 관계자들이 항공기 잔해를 수거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지난 8일(현지시간) 발생한 우크라이나 여객기 추락 사고 현장에서 이란 당국 관계자들이 항공기 잔해를 수거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그러나 이란이 끝까지 거부할 경우 미국의 조사 참여는 어려울 전망이다. 미국 내에서 제조한 비행기라 해도, 사고가 발생한 국가에서 사고원인 조사를 관장한다는 국제법을 따라야 하기 때문이다. 
 

격추 의혹도 제기

8일 오전 이란에서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로 가기 위해 출발한 우크라이나 국제항공 소속 보잉 737-800 여객기는 테헤란 국제공항을 이륙한 직후 추락했다. 탑승자 176명 전원이 숨진 것으로 파악됐다. 공교롭게도 이란이 이라크 내 미군기지에 탄도미사일을 발사한지 불과 몇 시간 뒤 사고가 발생하자 여객기가 이란에 피격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제프리 구체티 전 미 연방항공청(FAA) 사고조사팀장은 블룸버그에 "항공 기록과 사고 당시 영상을 봤을 때 이번 사고가 전형적인 엔진 고장이나 화재 사고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외부에서 의도적으로 불을 붙이거나 폭발을 일으키지 않는다면 그렇게 짧은 시간 안에 비행기 화재가 발생하긴 어렵다”고 주장했다. 공항 인근에서 촬영된 것으로 보이는 사고 당시 영상에는 깜깜한 밤하늘을 배경으로 공 모양으로 불타는 여객기가 포물선을 그리며 바닥으로 떨어지는데 중간중간 빛이 번쩍이는 장면 등이 담겨 있다. 구체티는 "온라인에 유포된 영상이 조작된 게 아니라면 여객기가 추락할 때 이미 불덩이였다는 뜻"이라며 "비행기에서 반짝이는 빛은 무엇인가 폭발했다는 징후"라고 설명했다.
 

"격추 가능성 배제"한다던 우크라이나, 돌연 성명서 수정

이란은 우크라이나와는 사고 원인 규명을 위해 긴밀히 공조하겠다고 밝혔다. UIA 측은 조종사와 승무원 경력으로 봤을 때 이들의 실수에 따른 인재(人災) 가능성은 현저히 낮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면서 여객기 추락 원인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지난 8일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 외곽 보리스필 공항에 이란에서 추락한 항공기 사고 희생자들을추모하는 공간이 마련됐다. 한 시민이 영정 앞에 헌화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지난 8일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 외곽 보리스필 공항에 이란에서 추락한 항공기 사고 희생자들을추모하는 공간이 마련됐다. 한 시민이 영정 앞에 헌화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이런 와중에 이란 주재 우크라이나 대사관은 이번 사고에 대한 입장을 정정해 논란이 일고 있다. 대사관 측은 사고 발생 몇 시간 후 “현재로썬 테러리스트 공격이나 미사일 공격 가능성은 배제하고 있다”며 "해당 여객기가 기술적 결함으로 엔진 고장을 일으켜 추락했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그런데 돌연 이를 삭제하고 새로운 성명을 냈다. 새 성명에선 “사고 원인은 조사 결과 명확하게 드러날 것”이라며 “사고 원인에 대한 (1차 성명을 포함한) 다른 성명은 모두 공식 견해가 아니다”라고 입장을 바꿨다. 
 
우크라이나 정부가 이란이 보유한 러시아제 미사일에 의한 피격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도 있다. 러시아 타스 통신은 "알렉세이 다닐로프 우크라이나 국가안보국방위원회(NSC 해당) 서기가 현지 언론에 테헤란 인근에서 러시아제 지대공 미사일인 '토르'에 피격됐을 수 있다고 말했다"고 9일 전했다.     
 
이란은 사고 직후 줄곧 격추 의혹을 강하게 부인했다. 아볼파즐 셰카르치 이란군 총참모부 수석대변인은 격추 의혹과 관련해 “(서방 언론의) 보도는 미국의 심리전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이번 사고를 조사 중인 이란 민간항공청은 9일 "초기 조사 결과, 사고기가 이륙후 비행을 하다가 문제가 생겨 공항을 향해 우측으로 기수를 돌렸다"면서 기체 결함설에 무게를 실었다. 또 "사고기가 8000피트(약 2400㎞) 상공에서 갑자기 레이더화면에서 사라졌지만, 공항 관제실에 들어온 비상호출은 없었다"면서 "추락 직전 사고기가 불길에 휩싸인 채 지면에 충돌했다"고 설명했다.    
 
권유진 기자 kwen.y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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