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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눈치챈 '트럼프 사용법'···이란 전쟁 직전 '반전쇼'에 있다

중앙일보 2020.01.09 14:57
8일 이란의 탄도미사일 공격을 받은 뒤 건물이 파괴된 이라크 서부 알아사드 공군 기지.[AFP=연합뉴스]

8일 이란의 탄도미사일 공격을 받은 뒤 건물이 파괴된 이라크 서부 알아사드 공군 기지.[AFP=연합뉴스]

 

"북한은 이란 사태에서 지렛대를 얻었다. 트럼프가 동시에 두 개의 국제안보 위기가 벌어지는 것을 원치 않는다는 걸 알아차렸기 때문이다."

 

① 트럼프 동시 2개 안보위기 피한다
② 미국은 핵무기없는 국가만 때린다
거친 말폭탄→후협상, 북한때 판박이,
"기존 합의깨고 새 합의" 수용 미지수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니콜라스 크리스토프가 8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군 사상자가 없다"며 이란과 상호 보복전 승리를 뽐낸 것과 반대로 부정적 후과를 나열한 한 대목이다.
 
크리스토프는 이어 "김정은은 트럼프가 핵보유국 지도자들과 속삭이지만 핵무기 없는 나라는 공격한다는 교훈도 확실히 습득했다"고 덧붙였다. 이란 최고 지도자 하메네이 다음의 군부 이인자로 꼽히던 가셈 솔레이마니 혁명수비대 정예군(쿠스드군) 사령관을  미군 무인공격기가 폭격해 암살하는 것을 봤기 때문이다.
 
이란은 핵합의(JCPOA)의 속박에서 벗어나 최악의 경우 5개월 안에 1개 핵탄두를 만들 수 있는 우라늄을 농축할 수 있게 됐고, 미군은 솔레이마니 제거 작전으로 여론이 악화돼 이라크에서 쫓겨날지 모르는 상황에 부닥친 것도 이란의 전략적 승리로 꼽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에 전면 보복을 위협하던 게 언제냐인 듯 새로운 비핵화 합의를 위해 협상을 제안한 것도 북한과 판박이다. 그는 "이란이 번창하고 번영하게 하고, 아직 개발 하지 않은 엄청난 잠재력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합의를 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2017년 북한을 향해 "화염과 분노", "완전한 파괴"에 이어 "내 핵 버튼이 당신 것보다 더 크고 강력하다"고 위협하다가 2018년 북한의 더 밝은 미래를 위한 정상 외교를 시작할 때와 비슷하다는 것이다.
 
문제는 전임자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서명한 멀쩡한 핵 합의(JCPOA)를 탈퇴해놓고 다시 새로운 비핵화 합의를 하자는 주장이 이란에 통하느냐다.
 
 
2015년 이란 핵 합의의 미국 협상 대표였던 웬디 셔먼 전 국무부 정무차관은 이날 폴리티코에 "대통령이 가까스로 불필요한 전쟁을 피했다"면서도 "대통령은 방화범인 동시에 소방수"라고 꼬집었다. "핵 합의를 탈퇴해 세계에 불을 내고 다음 솔레이마니 제거를 결정해놓고 지금은 소방수처럼 '내가 불을 다 껐다. 모든 문제를 야기한 사람은 오바마 전 대통령'이라고 비난한다는 것이다.
 
8일(현지시간) 대국민 연설에서 "어젯밤 우리에게 발사된 미사일은 전임 행정부가 쓸 수 있게 해준 돈으로 만든 것"이라며 "그들은 (동결했던) 현찰 18억 달러를 포함해 1500억 달러를 받았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을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이란이 물러서는 듯한 모습을 보인다"고 했지만 8일 이라크 바그다드 그린존에는 시아파 민병대의 로켓 공격이 계속됐다. 존 볼턴 국가안보보좌관의 비서실장을 지낸 프레드 플라이츠 안보정책센터 소장은 "이란의 추가 도발이 있을 수 있다는 게 걱정스럽다"며 "어제는 직접 무력시위를 했지만, 여전히 하수인을 통한 보복을 하고 있어 대통령이 다시 어려운 결정에 직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폴리티코는 공화당 내 전통적 매파와 반대편의 고립주의자가 이상하게도 한 목소리로 트럼프의 확전 자제 결정을  칭찬했다고 소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발표 전 전통적 강경파인 린지 그레이엄, 톰 코튼 상원의원, 제임스 인호프 군사위원장은 물론 고립주의자의 대표 격인 랜드 폴 상원의원 등과 두루 접촉했다.
 
지난 수개월동안 이란 공격을 주장해온 코튼 의원은 "이란이 싸움을 시작했고 우리는 끝냈다"고 평가했다. 랜드 폴 의원은 "이란과의 '장기전'이란 똑같은 문제를 일으켜서 안 된다"며 "이것이 군사적 악화의 마침표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워싱턴=정효식 특파원 jjpo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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