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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출 9조 이베이 키운 '여제'···휘트먼 선택은 '5분 퀵 영상'

중앙일보 2020.01.09 14:52
 
'CES2020' 둘째날 기조연설에 나서 '퀴비'를 설명하고 있는 멕 휘트먼 CEO. [로이터=연합뉴스]

'CES2020' 둘째날 기조연설에 나서 '퀴비'를 설명하고 있는 멕 휘트먼 CEO. [로이터=연합뉴스]

 
 "지금 우리는 엔터테인먼트의 또 다른 혁명을 경험하고 있습니다."
 '실리콘밸리의 여제' 멕 휘트먼(64)이 돌아왔다. 이번에는 모바일 동영상 플랫폼 ‘퀴비’를 손에 들었다. 8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0(소비자 가전쇼)’ 둘째 날 '퀴비'의 최고경영자(CEO) 휘트먼은 기조연설에서 "수십억 명이 매일 수십억 시간의 콘텐트를 모바일 기기로 시청하는 혁명기에 있다"고 강조했다. 오는 4월 북미 지역에서 정식 서비스를 앞둔 퀴비는 이날 대중 앞에서 첫선을 보였다. 
 

'이베이 신화' 이끈 휘트먼

 
휘트먼은 1998년부터 10년 동안 온라인 쇼핑몰 이베이를 이끌면서 직원 30여 명, 매출 8600만 달러(약 1000억원)의 회사를 직원 1만 5000명, 매출 77억 달러(약 9조원) 규모로 성장시킨 입지적인 인물이다. 개방적이고 유연한 리더십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2008년 이베이에서 물러난 뒤 그는 잠시 정치권에 몸을 담기도 했다. 하지만 2010년 캘리포니아주지사 선거에 공화당 후보로 출마해 낙선한 이후 휼렛팩커드(HP)의 요청을 받고 IT 업계에 복귀했다. PC 시장이 위축되면서 어려움에 빠진 HP의 구원투수 역할을 하며 회사를 정상궤도에 올려놨다. 
 

할리우드 거물과 IT 여제의 만남

 
본격적인 서비스 시작에 앞서 헐리우드 거물들이 '퀴비'와 함께 일하기로 했다. [AP=연합뉴스]

본격적인 서비스 시작에 앞서 헐리우드 거물들이 '퀴비'와 함께 일하기로 했다. [AP=연합뉴스]

 
2018년 초 HP를 떠나기로 한 그의 다음 행보에 관심이 쏠렸다. 모빌리티 기업 우버의 CEO로도 거론됐으나 휘트먼의 선택은 '미디어'였다. 애니메이션 슈렉·쿵푸팬더 시리즈를 만든 드림웍스의 설립자 제프리 카젠버그(70)가 창업한 스타트업 '퀴비'다. 실리콘밸리와 할리우드 거물의 만남은 시작 전부터 화제가 됐다.
 
디즈니, 알리바바, JP모건 등 세계적 기업이 퀴비에 관심을 보였다. 초기 자금으로만 10억 달러(약 1조 2000억원)가 모였다. 지난 달에는 4억 달러(약 4500억원) 규모의 추가 투자를 받았다. 선 광고 계약만 1억 달러(약 1200억원)에 이른다. 스티븐 스필버그, 스티븐 소더버그 등 유명 감독과도 협업한다.
 

넷플릭스와 비슷하면서도 다르게 

 
퀴비는 ‘간편하게 즐기는 한 입 거리’라는 뜻인 ‘퀵 바이트(quick bites)’의 줄임말이다. 퀴비는 올해 8500개의 영상 콘텐트를 공개할 예정이다. 영상은 모바일로만 제공하며, 5~10분 내외의 '쇼트 폼'(short-form)으로 제작할 계획이다. 모바일 기기를 늘 손에 쥐고 사는 Z세대(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출생자)의 콘텐트 소비 습관을 분석한 결과다. 
 
넷플릭스처럼 오리지널 콘텐트도 직접 제작하지만 지적 재산(IP)을 7년 뒤 제작자에게 돌려주는 방식을 택했다. 수익모델이 구독료 기반인 점은 넷플릭스와 같지만, 광고를 포함하는 버전을 따로 뒀다. 미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투자자들은 '퀴비'가 향후 5년간 2000만명의 가입자를 확보하고, 20억 달러(약 2조 3000억원)의 수익을 낼 것으로 전망한다"고 밝혔다. 
 

첨단 기술 품은 '퀴비' 넷플릭스의 대항마 될까  

 
'퀴비'는 가로와 세로일 때 모두 전체화면을 제공하는 턴스타일 기술이 적용했다. [AP = 연합뉴스]

'퀴비'는 가로와 세로일 때 모두 전체화면을 제공하는 턴스타일 기술이 적용했다. [AP = 연합뉴스]

IT 산업에서 경험이 풍부한 휘트먼답게 '퀴비'에는 첨단 기술이 적용됐다. 이날 공개된 '턴스타일' 기술은 모바일 기기가 세로일 때도 전체 화면 보기를 제공한다. 사용자는 두 가지 버전의 영상을 선택할 수 있다. 머신러닝 기술을 적용해 매일 사용자에게 맞춤 콘텐트를 제공한다. 특정 시간대에만 볼 수 있는 콘텐트도 개발했다. 공포영화는 해가 진 뒤 시청할 수 있는 식이다.  
 
'퀴비'가 가세하면서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OTT) 시장 경쟁은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시장조사기관 이마케터에 따르면 넷플릭스는 지난해 미국 OTT 시장에서 2018년에 비해 3%p 하락한 87%의 점유율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콘텐트 왕국' 디즈니의 여파가 크다. 지난해 11월 출시한 디즈니 플러스의 공세가 올해 본격화될 예정인데다, 애플TV 플러스·아마존 프라임도 넷플릭스를 추격하고 있다.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에 따르면 전 세계 OTT 시장 규모는 2018년 382억 달러(약 44조원)에서 2023년 728억 달러(약 85조원)로 2배 이상 성장할 전망이다.
 
김원 기자 kim.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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