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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끓는 검찰 "좌천이 검사 훈장됐다, 제2의 윤석열 쏟아질 것"

중앙일보 2020.01.09 14:07
윤석열 검찰총장. [연합뉴스]

윤석열 검찰총장. [연합뉴스]

8일 저녁 법무부가 일방적인 검찰 고위 간부 인사를 단행하면서 검찰 안팎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정권 입맛에 맞지 않는 이들은 철저히 배제하겠다는 메시지로 받아들이는 평가가 우세하다. 하지만 한직으로 밀려났다가 정권이 바뀌자 화려하게 복귀한 윤석열 검찰총장의 전철을 따르는 이들이 늘어날 것이란 반발도 나온다.
 

“정권 향한 수사 손도 대지 말라는 신호”

이번 인사에서는 청와대와 여권을 겨냥한 수사를 지휘했던 고위 검사들의 보직이 일제히 바뀌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가족 비리와 청와대 감찰 무마 의혹 수사를 지휘한 한동훈(47‧사법연수원 27기) 반부패강력부장은 부산고검 차장검사로, 청와대의 울산 시장 선거개입 의혹을 수사 중인 박찬호(54‧26기) 공공수사부장은 제주지검장으로 자리를 옮긴다.  
 
한 현직 검사는 “‘말 안 들으면 죽는다’는 확실한 메시지를 준 것”이라며 “정권 향한 수사에 감히 손도 대지 말라는 신호”라고 비판했다. 부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이렇게 검사들에게 ‘좌천되는 걸 보라’고 말하는 인사는 처음 봤다”며 “티 내고 싶어 안달 난 것 같다. 놀라웠다”고 말했다.  
 
윤 총장과 가까운 사이인 윤대진(56‧25기) 수원지검장이 한직으로 분류되는 사법연수원 부원장으로 자리를 옮긴 것에 대한 부정적 평가도 따른다. 윤 지검장은 노무현 청와대에서 민정수석실 특별감찰반장을 지내고 법무부 검찰국장을 맡으면서 현 정권 인사로 분류됐다. 그러나 ‘끝까지 우리 편 안 들면 무조건 좌천’이라는 메시지를 줬다는 것이다.  
 

“민주주의 국가 맞나”

검찰은 ‘부글부글’하는 모양새다. 한 현직 검사는 “이번 정부 들어 검찰 인사에 총장 의견이 반영된 적 있었나. 마음대로 하고 있다”며 “이제는 모르겠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박철완(48‧27기) 부산고검 창원지부 검사는 검찰 내부망에 “이번 고위직 인사는 그 과정과 내용 모두 낯설다”며 “검사 인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람 또는 집단에 대해 수사하다가 이번처럼 ‘싫다’는 뜻이 뚜렷하게 담긴 인사가 이뤄졌을 때 검사들은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등을 동료에게 물었다. 김준규 전 검찰총장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공개적으로 강한 비판 의식을 드러냈다. 김 전 총장은 “민주주의 국가가 맞느냐”며 “개발도상국이나 독재국가에서도 이렇게는 안 한다. 50년을 뒤로 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민주화 세력이 민주주의를 망가뜨린다”며 “국민을 우습게 본다. 나라를 망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제2의 윤석열’ 대거 탄생할까

검찰 안팎에서는 ‘제2의 윤석열’을 양산하는 인사라는 평가도 나온다. 윤 총장은 2013년 국가정보원의 대선 여론조작 및 정치개입 의혹 수사팀장을 맡아 국정원 직원들의 집을 압수수색하고 이 중 일부를 체포했다. 그리고는 미리 보고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즉각 직무 배제 조치됐다. 국정원 대선 개입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박근혜 전 대통령의 당선 정당성이 뿌리째 흔들릴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오던 시점이었다. 이후 윤 총장은 대구고검, 대전고검 등 한직을 전전하다 정권이 바뀐 후 서울중앙지검장으로 화려하게 복귀했다.  
 
이 때문에 이번 인사가 역풍을 불러올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부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검찰 간부를 심하게 흔들어서 평검사들이 알아서 말 잘 듣게 하려는 건데 오히려 반대가 될 수 있다”며 “지금은 한직으로 가는 게 오히려 ‘수사 잘했다’는 훈장처럼 되어버렸다”고 평가했다. 또 다른 검찰 출신 변호사 역시 “이렇게 검사 자존심을 밟아 놓으면 검사들이 과연 말을 들을까 의문”이라고 전했다.  
 
윤 총장이 버티고 있는 한 검사들이 정권의 눈치를 보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윤 총장은 지난해 7월 취임사에서 “법과 원칙을 지키는 일이 현실적으로 어려울 때도 많다”며 “이런 경우 자기를 헌신할 수 있는 용기가 중요한 덕목이 된다”고 말했다. 대거 좌천성 인사가 난 대검 참모진도 이 기조를 따라가려는 분위기로 전해졌다. 권력을 향한 수사를 하다 좌천됐다 하더라도 용기를 잃지 말자는 것이다. 이로 인해 한직으로 발령 난 검사들의 대규모 사표 제출은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가영·김수민 기자 lee.g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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