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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팀, 좌천 한 두번 당해보나…누구 좋으라고 사표 내나”

중앙일보 2020.01.09 13:55
한직으로 대거 좌천된 ‘윤석열 사단’의 핵심 참모들은 “절대 사표를 내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현 정권의 눈밖에 나는 수사를 했다는 이유로 사표를 내는 건 오히려 수사의 정당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누구 좋으라고 사표 내냐”

윤석열 검찰총장. [뉴시스]

윤석열 검찰총장. [뉴시스]

9일 한 대검찰청 관계자는 “윤석열 검찰총장을 비롯해 아무도 사표 낼 사람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청와대를 향한 수사를 지휘했던 간부들이 검찰을 떠나서 수사가 흔들린다면 누가 이득을 보는지 생각해보라”며 “인사 불이익을 받았다고 수사를 포기해버린다면 앞으로 아무도 살아있는 권력을 건들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검사도 ”누구 좋으라고 사표를 내느냐. 지방이라고 나쁜 사람 없느냐. 거기 가서 열심히 수사하고 자기 할 일 다하겠다는 검사들이 훨씬 많다”고 했다. 한 부장 검사는 “청와대 수사가 마무리된다면 모를까. 지금 사표를 내는 건 오히려 한창 진행 중인 수사에 물 먹이는 짓”이라고 말했다.

 
검찰 내에서 ‘대윤(윤석열)’ ‘소윤(윤대진)’으로 불리며 윤 총장과 막역한 사이로 알려진 윤대진 수원지검장은 한 때 거취를 고민했으나 사표를 내지 않기로 마음을 굳힌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다른 참모들과 마찬가지로 비교적 한직인 사법연수원 부원장으로 발령 났다. 윤 지검장은 “13일에 연수원 부원장으로 잘 부임할 것”이라고 밝혔다.
 

물갈이 뒤 ‘사표 항명’ 과거와 달라

이번 인사로 부산고검 차장검사로 이동한 한동훈 대검찰청 반부패 강력부장이 2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열린 2020년도 신년다짐회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그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 수사를 지휘했다. [뉴스1[

이번 인사로 부산고검 차장검사로 이동한 한동훈 대검찰청 반부패 강력부장이 2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열린 2020년도 신년다짐회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그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 수사를 지휘했다. [뉴스1[

검찰의 이런 풍경은 예전과는 사뭇 달라진 모습이다. 과거 정권과 갈등을 빚은 검사들이 총장을 필두로 줄줄이 ‘항의성 사표’를 던지곤 했기 때문이다.

 
2003년 노무현 정부가 대놓고 ‘검찰을 신뢰할 수 없다’며 좌천 인사를 줄줄이 단행하자, 김각영 검찰총장을 비롯한 검사들이 대거 반발하며 사표를 낸 게 대표적이다. 하지만 후임으로 온 송광수 검찰총장은 불법 대선자금 수사를 통해 노 전 대통령의 측근들을 무더기로 구속하며 정권은 ‘역풍’을 맞았다.

 
2005년 김종빈 검찰총장은 천정배 법무부 장관의 수사 지휘권 행사에 반발해 사퇴했다. 2011년 이명박 정부 때도 검경 수사권 조정에 반발해 김준규 총장을 비롯한 대검 간부들이 줄사표를 던졌다.

 

윤석열팀 ‘좌천→금의환향→좌천’ 수난사

검찰의 달라진 풍경은 “윤석열이 주도했다”는 말도 나온다. 윤 총장 본인이 박근혜 정부 시절 국정원 댓글 수사로 두 번이나 좌천을  당했지만 끝까지 버텼고, 정권 교체 뒤 검찰 수뇌부가 돼서 돌아왔기 때문이다. 국정원 댓글 수사팀 출신 한 검사는 “좌천을 너무 많이 당해 봐서 이젠 다들 무덤덤할 것”이라며 “과거 수사팀에 한창 폭풍이 몰아칠 때도 후배들한테 버팀목이 되어 주자는 생각으로 다들 버텼다”고 말했다.
 
변호사 업계 불황 등으로 고위 판ㆍ검사의 은퇴 자체가 늦춰지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한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요즘 전관들에게 대형 로펌들이 제시하는 조건들이 예전만 못해 일찍 나가봐야 찬바람만 맞는다”며 “예전처럼 거침없이 사표 내고 그런 분위기를 생각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박사라 기자 park.sar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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