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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럴은 꼼수, 그 뒤 매크로 있었다···'음원 사재기' 진실공방

중앙일보 2020.01.09 12:20
정민당 김근태 대변인이 8일 서울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송하예 소속사의 음원 사재기 시도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민당 김근태 대변인이 8일 서울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송하예 소속사의 음원 사재기 시도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음원 사재기’를 둘러싼 진실 공방이 연일 거세지고 있다. 지난 4일 SBS ‘그것이 알고 싶다’(이하 ‘그알’)에서 해당 주제로 방송을 내보내면서 후폭풍이 사그라지지 않고 있는 것. ‘그알’ 제작진은 지난해 11월 블락비의 박경이 트위터에 올린 저격 글을 토대로 바이브ㆍ송하예ㆍ임재현ㆍ전상근ㆍ장덕철ㆍ황인욱의 소속사를 찾아서 입장을 들었다. 당시 명예훼손으로 박경을 경찰에 고소한 이들 소속사는 “해당 의혹에 대해 제작진에게 충분히 소명했지만 우리 입장은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구체적인 정황을 포착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정민당 창당준비위원회는 8일 기자회견을 열고 자료 사진을 공개했다. 지난해 5월 25일 송하예의 소속사 더하기미디어의 홍보 대행사인 앤스타컴퍼니 관계자가 컴퓨터 2대로 ‘니 소식’을 연속 재생하는 장면이다. 김근태 정민당 대변인은 “검찰에 고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에 더하기미디어는 “변호사를 선임해 강경 대응 예정”이라고 밝혔고, 앤스타컴퍼니 측은 “이미 5~6년 전 폐업한 회사로 테스트를 위한 시연 장면”이라고 설명했다. 양측의 주장이 이처럼 평행을 달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쟁점 1. “모두가 한다”는 바이럴 마케팅

8일 가온차트 뮤직어워즈에 참석해 디지털 음원부문 올해의 가수상을 수상한 바이브 윤민수. [뉴스1]

8일 가온차트 뮤직어워즈에 참석해 디지털 음원부문 올해의 가수상을 수상한 바이브 윤민수. [뉴스1]

방송 이후 입장을 밝힌 메이저나인ㆍ리메즈엔터테인먼트(장덕철)ㆍ디원미디어(임재현) 측의 공통적인 주장은 “합법적인 바이럴 마케팅”이라는 것이다. 홍보대행사를 통해 페이스북 페이지를 통해 광고를 집행했고, 티저ㆍ커버 등 각종 영상 콘텐트가 주효해 음원사이트를 통한 음원 소비로 이어졌다는 설명이다. 7일 설명회를 연 메이저나인 측은 “우디의 ‘이 노래가 클럽에서 나온다면’은 1100만원, 바이브와 장혜진이 부른 ‘술이 문제야’는 2000만원을 광고비로 지출했다”며 “이보다 더 쓴 것도 있고, 덜 쓴 것도 있지만 광고가 흥행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페이스북 페이지의 주 이용층이 18~24세 남성인 만큼 이들의 취향에 부합하면 성공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더 많다는 것. 이들은 “2017년 7월 회사 설립 이후 발표한 24곡 중 3위권 이내로 진입한 곡은 8곡, 제작비를 회수한 곡이 2곡, 실패한 곡이 14곡”이라고 밝혔다. 이어 “박경씨 소속사인 KQ엔터테인먼트를 포함해 대형 기획사 아이돌부터 인디 가수까지 80% 이상이 페이스북 마케팅을 하고 있는데 그들보다 인지도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일부만 콕 찍어서 사재기라고 말하는 것은 억울하다”고 덧붙였다.  
 

쟁점 2. 1억~3억원 내면 음원 차트 1위?  

‘그것이 알고 싶다’에 출연해 사재기 제안을 받아봤다고 고백한 타이거JK. [연합뉴스]

‘그것이 알고 싶다’에 출연해 사재기 제안을 받아봤다고 고백한 타이거JK. [연합뉴스]

타이거JKㆍ말보 등은 ‘그알’에 출연해 사재기 제안을 받아본 적이 있다고 밝혔다. 1억~3억원이면 음원 차트 1위도 만들어줄 수 있다는 것이다. “초기 비용이 없어도 가능하다”는 증언도 나왔다. 인디밴드 술탄 오브 더 디스코는 “사재기 업체에서 1년에서 1년 반 동안 수익을 7대 3으로 나눠갖자는 제안을 받았다”며 “7은 그쪽이 가져가고 3은 우리가 갖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특히 타이거JK는 “다른 가수 음원을 ‘밀어내기’도 가능하다”고 말해 충격을 안겼다.  
 
소속사들은 이 역시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이다. 메이저나인 측은 “가온차트에서 월간 1위를 해도 최대 2억 5000만원 정도 금액이 정산된다”며 “음반 제작비도 그 정도가 들어가는데 홍보 업체에 그 돈을 주면서 의뢰한다는 것은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다”고 밝혔다. 디원미디어 측은 “광고업체와 지분을 나눠 갖지 않는다”며 “정해진 광고가 끝나면 바로 종료되는데 광고업체가 더 많은 수익을 얻기 위해 계속 음원 사재기를 해줄 동기가 전혀 없다”고 설명했다.  
 

쟁점 3. 아이돌과 붙어도 안 밀리는 이유  

닐로의 ‘지나오다’가 50대 차트에서 1위를 한 2018년 4월 차트. 빅뱅, 마마무, 트와이스 등 아이돌이 상위권에 포진해 있다. [멜론 캡처]

닐로의 ‘지나오다’가 50대 차트에서 1위를 한 2018년 4월 차트. 빅뱅, 마마무, 트와이스 등 아이돌이 상위권에 포진해 있다. [멜론 캡처]

음원 사재기는 아이돌 팬덤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트와이스ㆍ블랙핑크ㆍ마마무 등 ‘음원 강자’ 걸그룹이 차례로 컴백한 2018년 4월 인디 가수 닐로ㆍ숀이 음원 차트 정상에 오르면서 사재기 의혹이 불거졌기 때문이다. ‘음원 총공팀’까지 꾸려 밤낮으로 스트리밍하던 팬덤은 이들을 의심하기 시작했다. 사재기 당사자로 지목된 이들은 문화체육관광부에 조사를 요청해 “데이터 분석만으로 사재기 여부를 판단하기는 어렵다”는 결과를 통보받았지만 여전히 의혹의 눈초리를 받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메이저나인 측은 “아이돌 팬덤만으로는 1위를 하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국내 최대 음원사이트인 멜론 기준 일간 이용자가 90만명 수준은 되어야 이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팬은 물론 대중이 들어야 가능하다는 것. 실제 일간 이용자 수를 살펴보면 걸그룹은 60만~70만명, 보이그룹은 20만~30만명 수준이다. 이어 “어떻게 50대 차트에서 1위를 하냐는 얘기도 많이 하는데 전 연령대에서 1위는 현재 차트 1위와 거의 비슷하게 간다”며 “자녀들이 부모님 계정을 사용하는 경우도 많다”고 덧붙였다.  
 

쟁점 4. 바이럴은 꼼수, 그 뒤는 매크로?

‘그것이 알고 싶다’의 한 장면. [사진 SBS]

‘그것이 알고 싶다’의 한 장면. [사진 SBS]

‘그알’은 제보자 증언을 통해 바이럴 마케팅 업체 뒤에는 매크로 작업을 하는 하청업체가 존재한다고 밝혔다. 컴퓨터 한 대에 유심을 끼워놓고 몇만개의 아이디로 플레이한다는 것이다. 이 제보자는 “아이디 비번 생성기를 사용해 매크로를 돌리고, 휴대전화 기종 조작도 가능하다”고 덧붙여 충격을 안겼다. 소속사 측에서 매크로 등 불법 행위에 대해서 부인하자 ‘그알’측은 브로커와 하청업체를 몇 차례 거쳐서 이뤄지기 때문에 소속사나 가수는 이들의 존재를 모를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멜론은 카카오톡 계정과 연동돼 한 핸드폰당 만들 수 있는 아이디가 3개로 제한돼 있지만, 지니는 본인 인증을 거치면 무제한으로 아이디 생성이 가능한 상태다. 아이디 거래도 활발해 브로커 측에서 “10만개도 구입이 가능하다”고 답하는 메신저 대화 내용이나 특정 곡이 하루에 3600여회에 걸쳐 재생된 화면이 ‘그알’에 등장하기도 했다. 이에 음원사이트 측은 “상시 모니터링을 통해 이상 패턴을 감지하고 있다. 특이사항은 발견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쟁점 5. 완벽한 의혹 해소는 불가능한가

‘니 소식’으로 음원 강자가 된 송하예. 지난해 5월 데뷔 5년 만에 첫 쇼케이스를 열었다. [일간스포츠]

‘니 소식’으로 음원 강자가 된 송하예. 지난해 5월 데뷔 5년 만에 첫 쇼케이스를 열었다. [일간스포츠]

메이저나인 측은 지난달 음원사이트와 문체부 등 19개 단체에 자발적으로 조사를 요청한 상태다. 이들은 “공정거래위원회는 불법 행위에 대한 증거나 정황이 없어서 조사를 할 수 없다는 입장이고, 박경에 대해서도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 등으로 경찰에 고소장을 접수했지만 진척이 없는 상황”이라며 답답함을 호소했다. 리메즈 측은 “검찰과 경찰을 비롯 모든 수사기관이 저희부터 수사해달라”는 입장이다.  
 
디원미디어 역시 “‘그알’이 증거를 가지고 있다면 해당 가수를 공개해달라”고 요청했다. ‘그알’ 측은 “가수 명단을 밝히는 것은 수사기관의 몫”이라는 입장이다. 수사기관의 요청이 있을 경우 취재내용을 공유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더불어 추가 제보를 계속 확인 중에 있으며 필요할 경우 후속 보도를 진행하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의혹을 완전히 해소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13년 SMㆍYGㆍJYPㆍ스타제국 등 사재기 브로커를 검찰에 고발했을 때도 ‘증거 불충분’으로 불기소 처분됐기 때문이다. 지난해 8월 신고 창구를 개설해 관련 신고를 받고 있는콘텐츠공정상생센터 관계자는 “데이터를 수집하고 있지만 개인정보보호법상 음원사이트로부터 아이디 등을 제공 받을 수 없어 정보 파악에 한계가 있다”고 밝혔다.  
 

장기화로 시장 침체…실시간 차트 없애야

지난해 마미손이 발표한 ‘짬에서 나오는 바이브’ 뮤직비디오. [유튜브 캡처]

지난해 마미손이 발표한 ‘짬에서 나오는 바이브’ 뮤직비디오. [유튜브 캡처]

이번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가요계 전체가 침체될 우려도 있다. 한 기획사 관계자는 “마케팅도 정도나 방법의 차이가 있는데 가요계 전체가 의심받고 있다”며 “신인이나 무명 가수의 좋은 곡이 등장해도 사재기 의혹을 받게 되면서 피해자가 계속해서 발생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기획사 관계자는 “아이돌 팬덤이 자발적으로 하는 음원 총공과 불법 사재기는 엄연히 다른데 똑같은 취급을 하는 분들도 많아졌다”며 “차트에 대한 불신이 커지면서 유튜브나 사운드클라우드 등 다른 플랫폼을 이용하는 사람들도 늘어났다”고 말했다.  
 
현행 음원사이트 구조가 개편되지 않으면 또 다른 수법이 등장할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한국 조지메이슨대 이규탁 교수는 “대다수가 ‘탑 100’ 중심으로 음악을 듣는 상황에서 차트 인이 되지 않으면 대중과 접점을 만들 수 없기 때문에 새로운 수법이 계속 등장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해외에서도 실시간 차트를 운영하는 경우는 없다”며 “경쟁을 부추기는 차트를 폐지하고, 주간ㆍ월간 차트 중심으로 가야 대중의 진짜 취향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민경원 기자 story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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