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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강연희 소방경 폭행' 전과 44범, 특수폭행·모욕 7개죄 실형

중앙일보 2020.01.09 11:28
지난 2018년 5월 3일 전북 익산소방서에서 열린 故 강연희 소방경의 영결식에 참석한 동료 소방관이 추도사를 마치고 고인에게 경례를 하고 있다. [뉴스1]

지난 2018년 5월 3일 전북 익산소방서에서 열린 故 강연희 소방경의 영결식에 참석한 동료 소방관이 추도사를 마치고 고인에게 경례를 하고 있다. [뉴스1]

"짧은 기간 동안 별다른 이유 없이 여러 범죄를 저지른 점, 동종 범행으로 실형 등의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이 있는 점을 감안할 때 엄벌이 불가피하다."
 

항소심도 징역 1년10개월 원심 유지
소방기본법 위반 등 7가지 혐의 적용
강 소방경 숨진 후 여러 범죄 저질러
법원 "이유 없이 범행…엄벌 불가피"

고(故) 강연희 소방경을 폭행한 50대가 항소심에서도 실형을 선고받았다. 전주지법 형사3부(부장 방승만)는 8일 소방기본법 위반과 모욕·업무방해·특수폭행 등 7가지 혐의로 기소된 A씨(50)의 항소심에서 징역 1년 10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유지하며 이같이 밝혔다. 1심 선고 직후 "양형이 너무 무겁다"는 A씨와 "양형이 너무 가볍다"는 검찰의 항소를 모두 기각한 것이다.  
 
재판부는 "다만 피고인이 이 사건 범행을 모두 자백하며 반성하고 있는 점, 개별 범죄의 피해 정도가 크지는 않은 점 등을 감안할 때 원심의 선고한 형이 너무 무겁거나 가벼워 합리적인 재량 범위를 벗어났다고 보이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2018년 4월 2일 전북 익산시 한 종합병원 앞에서 A씨(50)가 자신을 구해 준 구급대원 강연희(당시 51·여) 소방경의 머리를 때리는 모습이 찍힌 폐쇄회로TV(CCTV) 장면. [뉴스1]

2018년 4월 2일 전북 익산시 한 종합병원 앞에서 A씨(50)가 자신을 구해 준 구급대원 강연희(당시 51·여) 소방경의 머리를 때리는 모습이 찍힌 폐쇄회로TV(CCTV) 장면. [뉴스1]

A씨는 2018년 4월 2일 오후 1시 20분쯤 전북 익산시 익산역 앞 도로에서 쓰러진 자신을 구하러 온 고(故) 강연희(당시 51세) 소방경에게 욕설을 퍼붓고 머리 부위를 수차례 때린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A씨는 강 소방경의 머리를 주먹으로 대여섯 차례 때리고 "○○년, XX를 찢어버린다" 등 모욕적인 말을 퍼부은 것으로 조사됐다. 
 
강 소방경은 사건 이후 불면증과 어지럼증·딸꾹질에 시달리다 사건 29일 만인 그해 5월 1일 뇌출혈로 숨졌다. 하지만 검찰은 A씨의 폭행이 강 소방경의 사망과 직접적인 관련성이 없다고 보고 폭행치사 혐의는 적용하지 않았다.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에 넘겨진 A씨는 강 소방경이 숨진 이후에도 범행을 그치지 않았다. 검찰에 따르면 A씨는 2018년 6월 19일 군산시 한 청소년수련원에서 물을 받으려는 자신을 제지한다는 이유로 경비원에게 욕설을 하고 담배를 피우는 등 소란을 피웠다. 경비원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들에게도 욕설을 퍼부었다.   
 
A씨는 같은 해 7월 18일에도 "안주를 많이 먹는다"며 지인의 뒤통수를 둔기로 1차례 폭행했다. 또 군산의 한 마트에서는 외상을 요구하며 직원에게 이유 없이 욕설하거나 편도 3차선 도로 위에 드러누워 차량 흐름을 방해했다. 각각 업무방해와 모욕·공무집행방해·특수폭행 등의 혐의다.  
 
지난해 6월 4일 대전시 유성구 국립대전현충원 소방공무원 묘역에서 최태성(54·김제소방서 화재진압대원) 소방위가 당시 중학교 1학년 작은아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아내 고(故) 강연희 소방경(사망 당시 51세)의 묘에 삽으로 흙을 담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지난해 6월 4일 대전시 유성구 국립대전현충원 소방공무원 묘역에서 최태성(54·김제소방서 화재진압대원) 소방위가 당시 중학교 1학년 작은아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아내 고(故) 강연희 소방경(사망 당시 51세)의 묘에 삽으로 흙을 담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1심 재판을 맡은 전주지법 군산지원 형사2단독 장한홍 부장판사는 지난해 7월 29일 A씨에게 징역 1년 10개월의 실형을 선고하면서 "피고인은 술에 취해 아무런 이유 없이 자신을 구조하기 위해 출동한 소방공무원이나 지인을 폭행하는 등 전형적인 주취폭력의 양상을 띤다"며 "범죄 발생 빈도나 피해 등을 고려할 때 사회방위 차원에서 피고인을 격리할 필요가 있다"고 판시했다.
 
앞서 강 소방경의 유골은 1년 넘게 군산의 납골당에 안치돼 있다가 지난해 6월에야 국립대전현충원에 안장됐다. 애초 인사혁신처는 지난해 2월 1차 심사에서는 "강 소방경의 사망은 공무원 재해보상법에서 정한 (일반)순직에는 해당하나 같은 법에서 정한 위험직무순직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이에 유족과 5만여 명의 소방공무원들은 "이게 생명의 위험을 무릅쓰고 직무를 수행하다 사망한 공무원에 대한 예우냐"며 반발했다. 동료들은 세종시 정부청사 앞에서 릴레이 1인 시위를 하고, "피는 펜보다 강하다"는 뜻이 담긴 '#피_더펜' 해시태그 운동을 벌였다. 결국 정부는 같은 해 4월 30일 유족이 청구한 재심을 받아들여 "위험직무순직이 맞다"고 인정했다. 
 
전주=김준희 기자 kim.ju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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