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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골라서 부른 곤의 원맨쇼···일방 회견에 日은 부글부글

중앙일보 2020.01.09 10:59
재판을 앞두고 일본을 탈출한 카를로스 곤 전 닛산자동차 회장이 8일 레바논에서 자신의 무죄를 주장하는 기자회견을 연 데 대해 일본이 부글부글 끓고 있다.  
카를로스 곤 전 닛산자동차 회장이 8일 레바논 베이루트에서 자신의 무죄를 주장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카를로스 곤 전 닛산자동차 회장이 8일 레바논 베이루트에서 자신의 무죄를 주장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곤 전 회장,회견에 일본 매체들 배제
요미우리 "비판기사때문에 거부당해"
日 매체는 아사히 TV도쿄 등만 참석
아사히도 "주장 그대로 못 받아들여"
곤의 일방 주장에 열도가 부글부글
법상 새벽1시 이례적인 반박 회견

곤 전 회장은 2시간 20분에 걸친 회견에서 자신의 기소에 대해 "일본 검찰과 닛산 경영진이 획책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비인도적인 일본의 사법제도하에선 공정한 재판을 받을 수 없다고 판단했다","정의로부터 도망친 것이 아니라 정치적 박해로부터 도망친 것"이라며 자신의 도주를 정당화했다.  
 
"자백하면 끝난다, 자백하지 않으면 가족을 추궁할 것이라고 위협당했다","일본 재판에선 유죄율이 99%를 넘는다. 공정한 재판을 받을 수 없다"는 주장도 폈다.  
 
일본 정부 관계자들과 언론들은 ‘1인극’,’원맨쇼’라며 곤 전 회장의 일방적인 주장에 불쾌감을 표출하고 있다.  
 
특히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이 곤 전 회장의 기자회견 형식이었다.  
 
일본 언론들에 따르면 레바논의 수도 베이루트 중심부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곤 전 회장의 회견엔 12개국 60개 언론사에서 100여명의 취재진이 참석했다. 
 
프랑스와 중동 언론들이 주를 이뤘고, 일본 언론들은 아사히 신문과 TV도쿄 등 일부 매체의 극소수 기자들만 참석이 허용됐다.
  
곤 전 회장측이 과거 자신에 대해 어떤 보도들을 했는지 논조를 엄밀하게 체크해 참석 매체를 선별했기 때문이라고 일본 언론들은 전했다. 
 
요미우리 신문은 9일자에서 "회견에 참여하겠다고 신청했지만, '곤 전 회장에게 공격적인 기사를 쓴다'(곤 전 회장측 변호사)는 이유로 거부당했다"고 주장했다.
  
요미우리의 보도대로라면 곤 전 회장에게 불리한 질문을 하거나 비판적으로 보도할 가능성이 큰 매체들의 참석은 원천 봉쇄당했다는 뜻이다.
  
카를로스 곤 전 닛산자동차 회장이 8일 레바논 베이루트에서 자신의 무죄를 주장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카를로스 곤 전 닛산자동차 회장이 8일 레바논 베이루트에서 자신의 무죄를 주장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회견에서는 ‘왜 일본기자들을 부르지 않았느냐’는 질문도 나왔는데, 곤 전 회장은 “일본 언론은 닛산과 검찰당국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쓴다”,"객관적인 시각으로 판단할 수 있는 매체들을 초청했다"고 답했다.  
 
곤 전 회장은 회견에서 일본을 탈출한 방법에 대해선 처음부터 “말하지 않겠다”고 선을 그었다.
“많은 사람들에게 폐를 끼쳤다”,"위법행위일지 모르지만, 일본의 검찰도 법을 지키지 않고 있다"는 말만 했다.
 

그러다 ‘상자 속에 있는 기분이 어땠느냐’는 프랑스 기자의
질문에 “죽겠구나 싶었다. 마취에 걸린 느낌”이었다는 취지로 엉겁결에 말하기도 했다고 일본 언론은 전했다.

곤 전 회장은 자신의 기소에 관여한 일본 정부 관계자들의 실명을 공개하겠다고 예고했지만, “레바논 정부를 곤란하게 하고 싶지 않다”며 밝히지 않았다.

 
곤 전 회장이 선별해 초청한 몇 안되는 일본 매체들 중 하나인 아사히 신문도 곤 전 회장을 비판했다. 
 
 아사히는 ‘법정에서 주장해야 한다’라는 제목의 해설기사에서 “일본 사법제도에 전혀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검찰 수사와 사법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하려면 공개적인 법정에서 당당하게 주장하는 게 맞다”고 했다. 
 
이어 “재판에서 무죄를 증명하겠다고 말했다가 보석조건을 어기고 부정한 수단으로 도주한 곤 전회장의 말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고도 했다.  
카를로스 곤 전 닛산자동차 회장이 8일 레바논 베이루트에서 자신의 무죄를 주장하는 기자회견을 한 데 대해 9일 새벽 일본의 모리 마사코 법상이 반박회견에 나섰다. [AP=연합뉴스]

카를로스 곤 전 닛산자동차 회장이 8일 레바논 베이루트에서 자신의 무죄를 주장하는 기자회견을 한 데 대해 9일 새벽 일본의 모리 마사코 법상이 반박회견에 나섰다. [AP=연합뉴스]

 
곤 전 회장의 회견이 끝난 뒤인 9일 새벽 0시 40분 모리 마사코(森雅子)일본 법상이 이례적인 한밤중 반박회견에 나섰다. 
 
그는 "주장할 것이 있으면 정정당당하게 법원의 판단을 받기를 강력히 바란다", “곤 전 회장의 불법출국은 어느 나라에서도 용납될 수 없으며, 그를 정당화하기 위해 우리나라(일본)의 사법제도에 대해 잘못된 사실을 고의로 퍼뜨리는 것은 도저히 간과할 수 없다”고 했다.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菅義偉)도 9일 오전 정례브리핑에서 "일본의 형사사법제도는 적절하게 운영되고 있다"며 "곤 전 회장의 회견은 일방적 주장으로 설득력이 없다"고 말했다.  
 
도쿄=서승욱 특파원 ss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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