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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기출소 보름 뒤 "1심 형량 적다"···재수감된 유성기업 노조원

중앙일보 2020.01.09 10:38
회사 임원을 감금하고 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유성기업 노조원들이 항소심에서 1심보다 높은 형량을 선고받고 모두 법정 구속됐다. 일부는 만기 출소한 지 보름 만에 다시 수감됐다.
2018년 11월 22일 충남 아산시 둔포면 유성기업 본관 2층에서 노조원들에게 폭행당한 임원 김모씨가 출동한 소방관들로부터 응급치료를 받고 있다. [중앙포토]

2018년 11월 22일 충남 아산시 둔포면 유성기업 본관 2층에서 노조원들에게 폭행당한 임원 김모씨가 출동한 소방관들로부터 응급치료를 받고 있다. [중앙포토]

 

대전지법 형사1부, 노조원 5명 모두 형량 높여
노조원들, 임원 감금·집단 폭행 혐의로 기소돼
재판부 "체포·폭행 모의한 정황 인정된다" 설명

대전지법 제1형사부(재판장 심준보)는 지난 8일 공동감금과 체포·상해 등 혐의로 기소된 유성기업 노조원 A씨(40)에게 징역 2년, B씨(47)에게 징역 1년 6월을 각각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고 9일 밝혔다. 1심에서 징역 1년과 징역 10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지난해 말 만기 출소한 A씨와 B씨는 항소심 선고 직후 다시 교도소에 수감됐다.
 
항소심 재판부는 같은 혐의로 기소된 C씨(45)와 D씨(50)에게는 각각 징역 1년 6월의 실형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C씨와 D씨는 1심에서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각각 선고받았다. 1심에서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던 E씨(52)에게는 징역 1년의 실형이 선고됐다. C씨 역시 선고 직후 수감됐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사건 당일 피해자(유성기업 임원)를 체포하기 위해 사전에 공모한 정황이 인정된다”며 “우발적인 범행이라고 주장하지만 체포 시도 직후 순간적으로 공모, 피해자에게 상해를 가한 사실도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범행의 경위와 방법 등에 비춰 죄질이 매우 나쁘고 피고인들은 동종 범죄로 여러 차례 처벌을 받았는데도 범행을 반복적으로 저질렀다”며 “피해자가 육체적·정신적 충격을 겪고 있는 데다 (피고인들이)사건 관련 참고인을 반복적으로 위협한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피고인들은 “피해자를 체포해 상해를 가할 것을 공모한 적이 없고 울분을 참지 못해 발생한 우발적 범죄”라며 1심 판결의 부당함을 호소했지만, 재판부를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2018년 11월 22일 임원 집단폭행 사건이 발생한 충남 아산시 둔포면 유성기업 본관 2층에서 노조원들이 출동한 경찰관들의 출입을 제지하고 있다. [중앙포토]

2018년 11월 22일 임원 집단폭행 사건이 발생한 충남 아산시 둔포면 유성기업 본관 2층에서 노조원들이 출동한 경찰관들의 출입을 제지하고 있다. [중앙포토]

 
유성기업 노조 사무장인 A씨와 노조원인 B씨 등은 2017년 11월 22일 충남 아산시 둔포면 유성기업 아산공장 본관 2층에서 임원 김모(51)씨를 감금하고 집단 폭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들은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과 소방관의 진입을 막아 공무를 방해한 혐의도 받고 있다.
 
폭행 당시 A씨 등은 본관 2층의 김씨 사무실에서 그를 1시간가량 감금하고 집단으로 폭행했다. 김씨는 코뼈가 부러지고 눈 아래 뼈가 함몰되는 등 전치 5주의 중상을 입어 서울의 종합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다. 김씨는 폭행의 충격으로 6개월의 정신과 치료가 필요하다는 진단(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을 받아 업무에 복귀하지 못했으며 현재도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앞서 지난해 6월 10일 대전지법 천안지원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에서 A씨·B씨에만 실형, 나머지 3명은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A씨와 B씨는 2017년 12월 26일 공동상해 혐의 등으로 구속된 상태에서 재판을 받아왔다. 1심 선고 직후 검찰은 “형량이 너무 가볍다” 피고인들은 “원심의 형량이 부당하다”며 각각 항소했다.
 
유성기업 노조는 항소심 선고에 반발, 9일 오전 11시 대전지법 앞에서 집회를 갖고 판결을 부당함을 호소했다. 노조는 “1심 판결은 균형을 잃은 노동자 죽이기 판결이라는 비판을 받았다”며 “이번 판결은 과거 유성기업 사건에서 사측의 편에 섰던 판사가 또다시 노조 파괴범인 회사에 힘을 실어주기 위한 의도로 볼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민주노총과 유성기업 노조 조합원 등이 9일 오전 대전지방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전날 이뤄진 항소심 선고와 관련해 재판부를 규탄하고 있다. 신진호 기자

민주노총과 유성기업 노조 조합원 등이 9일 오전 대전지방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전날 이뤄진 항소심 선고와 관련해 재판부를 규탄하고 있다. 신진호 기자

 
유성기업 노조원들의 법률 대리인인 김차곤 변호사는 “특별한 예외적 사유가 없는 경우 항소심이 1심 양형 판단을 유지하도록 하는 게 대법원의 판례”라며 “이를 고려할 때 유성기업 노동자 5명에 대한 항소심 선고는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대전=신진호 기자 shin.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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