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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SA 출신 현대차 '미래 모빌리티' 설계자가 밝힌 이직의 이유

중앙일보 2020.01.09 08:00
신재원 현대차 UAM사업담당 부사장. [사진 현대차그룹]

신재원 현대차 UAM사업담당 부사장. [사진 현대차그룹]

신재원 현대차 도심항공모빌리티 부사장 인터뷰
 
"정의선 현대차그룹 부회장의 혁신에 대한 의지를 봤다. 그리고 계속 미국서 일했는데 모국에 기여하고 싶은 마음에서 한국 회사를 택했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에서 30년 일한 후 지난해 9월 현대차로 옮긴 신재원(61) 현대차 도심항공모빌리티(UAM) 사업담당 부사장이 밝힌 이직의 이유다. 신 부사장은 6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CES 2020' 현장에서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는 NASA 시절 워싱턴본부 항공연구총괄본부장 등 막중한 책임이 따르는 자리를 두루 거쳤다.
 
신 부사장은 현대차가 이날 공개해 화제를 모은 UAM의 설계자로 알려졌다. 현대차그룹은 6일 CES 2020 미디어 콘퍼런스에서 "2028년 상용화"를 목표로 내걸었다. 
 
신 부사장은 라스베이거스 만달레이호텔서 40여 분간 진행된 인터뷰에서 UAM과 모빌리티의 미래에 관한 식견을 쏟아냈다. 신 부사장은 연세대 기계공학과(학사)를 거쳐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석사)와 버지니아공대(박사)를 졸업한 후 1989년 NASA에 들어갔다. 
 
개인용 비행체(PAV, 도심 항공 모빌리티의 이동수단 중 하나인 소형 비행기)는 전동화한 헬리콥터나 드론과 어떻게 다른가.
헬리콥터는 수직이착륙이 가능해 활주로가 필요 없다. PAV는 헬리콥터의 장점을 가져왔다. 반면 헬리콥터는 소음이 심해 대도시 도심을 운항하는 게 어렵다. 전기를 쓰는 PAV는 큰 로터(헬리콥터의 날개) 없이 작은 로터 여러 개를 돌려 소음을 적다. 그래서 도심에서 운항할 수 있다.
 
NASA에서 30년간 항공 분야에 있었다. 자동차와 UAM간 차이는. 
현대차가 UAM 분야에서 승산이 있는 이유가 있다. 먼저 비행체를 아무리 잘 만들어도 양산체제로 못 가면 소용 없다. 전 세계 항공사가 보유한 비행기는 2만5000대다. 보잉이 가장 많이 만들지만, 737기종은 한 달 60대 생산된다. 기존 항공업은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지만, 시장 규모는 작다. 반면 자동차는 익스트림 테크놀리지 산업인데도 볼륨이 크다. UAM 산업은 그 중간쯤이다. 높은 수준의 기술 산업이면서 규모가 큰 시장이 될 것이다. 그래서 기존 항공업계보다 현대차처럼 양산 능력을 갖춘 곳이 유리하다. 
 
UAM는 안전한가.
현대차가 공개한 컨셉트 모델인 S-A1은 로터를 8개다. 하나가 고장이 나더라도 나머지로 컨트롤이 가능하다. 그런 점이 헬리콥터와 다르다. 또 기체 무게가 작아 비상시 낙하산을 이용할 수 있다. 바람에도 어느 정도 견딜 수 있다. 드론보다는 무겁기 때문에 상공 300~500m를 날 때도 견딜 수 있을 것으로 본다. 
 
UAM이 '비행의 민주화(Democratization of flight)'를 가져올 거라 했는데 무슨 뜻인가.
대부분의 사람은 '온 디맨드(On Demand·수요)'에 따른 비행을 할 수 없다. 개인 비행기가 있는 부자만 가능하다. 또 비행하려면 항공사의 스케줄에 맞춰야 한다. UAM 시장이 열리면 지상과 항공 모빌리티가 완벽히 연계되면서 수요에 따른 항공 모빌리티 이용이 가능하다. 우버와 리프트(승차 공유 기업)의 비즈니스 모델처럼 UAM에도 이를 적용하면 심리스(Seamless·끊김이 없는) 모빌리티 시스템이 갖춰질 것이다. 그러면 온 디맨드 모빌리티가 가능해질 것으로 보고 '민주화'라는 용어를 사용했다. 또 현대차는 대량 생산이 통한 원가 절감이 가능하다. 현대모비스처럼 전동화·배터리 기술을 갖춘 계열사도 많다. 그래서 현대차그룹은 모든 사람이 탈 수 있는 (합리적인 가격의) 기체를 제조할 수 있는 역량이 있다고 확신한다.
 
현대차가 UAM에서 경쟁력이 있을까.
시장이 커지고, 글로벌 업체 간 경쟁이 시작될 것이다. 2년 전 아우디와 에어버스가 파트너십을 맺고 UAM 기체 개발에 나선다고 발표했지만, 잘 안 되고 있다. 도요타는 스타트업 투자를 통해 비행체를 개발하려는 상황이다. 모건 스탠리는 20년 후 시장 규모는 1조5000억 달러(약 1700조원)로 내다봤다. 보수적으로 봐도 7000억~8000억 달러로 보고 있다. 현대차가 시장을 선도하는 자리에 오를 수 있도록 하겠다.
 
현재의 조직 규모는.
현재 UAM 사업부는 30명 정도로 경쟁사와 비교하면 작은 편이다. 이 분야의 스타트업 중에서도 몇백명 수준의 조직을 보유한 곳이 있다. 인재를 영입하고 키워 나가야 하는 상황이다. 또 미국에 연구개발센터를 만들 계획이라 거기도 인재도 영입해야 한다. 앞으로 조직 (확대) 구성은 계속될 것이다.
 
상용화를 위해 뭐가 필요한가.
기체 개발을 위해 테스트, 특히 안전 테스트를 충분히 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 기존의 항법 시스템과 충돌이 되지 않는 시스템 개발도 해야 한다. 규제의 수정·보완 등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수요가 워낙 크기 때문에 결국 시장은 열리게 된다는 점이다. 수요가 있으면 시장은 열리는 것이 자본주의 시장의 이치다. 교통 문제는 더욱 심각해지고, 새로운 기술의 등장은 사람들의 삶을 변화시키게 마련이다. 이를 위해 정부와 민간 기업이 함께 준비해야 한다.
 
이날 현대차 관계자는 신 부사장이 NASA에서 일할 때 겪은 에피소드를 대신 전했다. 워크숍 등을 가면 그는 늘 '눈에 띄는' 직원이었다. 백인과 흑인이 아닌 NASA에서 찾기 드문 '제3의 인종'이었다. 그래서 그를 처음 대하는 NASA 직원은 "누군가의 심부름꾼이겠거니" 생각했다가 나중에 그의 직책을 알고 깜짝 놀라는 일이 많았다고 한다. 그만큼 타국 출신이 발붙이기 어려운 곳에서 살아남았다는 방증이다. 
 
라스베이거스=김영주 기자 humanes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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