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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얼굴만 찍혀도 99% 잡는다…日제품 밀어낸 국과수 이 기술

중앙일보 2020.01.09 05:00
 
첨단 디지털 영상 분석, DNA 분석으로 무장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휴대폰 내장 칩 분석하는 이정환 연구사 변선구 기자

첨단 디지털 영상 분석, DNA 분석으로 무장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휴대폰 내장 칩 분석하는 이정환 연구사 변선구 기자

굳게 닫힌 유리문이 열리고 사람이 지나가는 데까지, 한 치의 머뭇거림도 없었다. 카메라를 응시하지 않았지도, 이미 얼굴을 인식한 프로그램에 의해 출입문이 열렸다. 점심식사를 마치고 들어서는 사람들이 휴대전화를 보거나 고개를 돌리며 다른 사람과 대화를 하는 와중에도 게이트는 자연스럽게 열렸다. 오류인가 싶었지만, 모두들 정식 출입인가를 받은 사람들이었다. 

원주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르포

 
국과수가 특허를 낸 안면 인식 엔진이 탑재된 게이트를 지나는 모습. 권유진 기자

국과수가 특허를 낸 안면 인식 엔진이 탑재된 게이트를 지나는 모습. 권유진 기자

 
7일 오후 찾은 강원도 원주에 있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법의학센터에 설치된 ‘워크 쓰루’(walk through) 게이트의 모습이다. 워크 쓰루는 멈춰서지 않고 자연스럽게 통행할 수 있는 게이트를 의미한다. 출입카드를 갖다대고, 카메라 앞에 얼굴을 내밀어도 여러차례 거부를 당하는 기존 정부청사의 모습과는 확연히 달랐다.
 
워크 쓰루 게이트는 이곳 국과수의 이 중 디지털분석과장팀이 발명한 ‘얼굴 비교를 통한 개인 식별 방법’ 프로그램에 의해 작동한다. 이 프로그램은 디지털분석과 소속 연구진들이 특허를 낸 국유 특허다. 지난해 12월 특허청 주최로 열린 2019년 하반기 특허기술상 시상식에서 '지석영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정면을 쳐다보지 않아 얼굴 옆면만 카메라에 찍혀도 3D 매칭 후 정면을 그려낸다. 이런 얼굴 인식률은 99.63%에 달했다. 현재 인천공항 제2여객터미널 우범여행자 색출 시스템이나 제주도내 카지노 불법 내국인 출입 시도 자동 색출 등에 활용되고있다. 최근까지 사용하던 고가의 일본산 제품은 이 특허로 대체됐다.
 
국과수 디지털분석과에서 불에 탄 블랙박스를 감식하고 있다. 변선구 기자

국과수 디지털분석과에서 불에 탄 블랙박스를 감식하고 있다. 변선구 기자

 
디지털분석과는 늘어나는 디지털 범죄에 대응하기 위해 2013년 11월 현재의 이름으로 확대 개편된 조직이다. CCTV를 비롯한 사진·비디오 등 각종 영상물의 복원·판독·감정 등이 주요 업무다. 요즘은 드론이나 불법 촬영 관련된 업무가 늘었다.  
 

A4 용지 출력물 '미세한 점'도 암호 풀 듯 풀어 

전통적인 필적 감정이나 예술 작품 등의 감정도 이들의 몫이다. 2015년 이우환 화백 작품의 위작이 경매에서 거래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을 때도 감정을 통해 중요한 사실을 밝혀낸 게 국과수 디지털분석과였다. 범인들은 해당 그림 감정서를 조작하는 수법으로 위작을 팔아넘겼는데, 이 감정서가 위조됐다는 사실을 찾아낸 것이다. 이들은 컬러프린터를 통해 가짜 감정서를 출력했다. 여기에 비밀이 있었다. 컬러프린터로 종이를 뽑으면 회사별로 다른 패턴을 가진 노란색 점들이 찍혀 나온다. 육안으로는 보이지 않지만, A4용지를 확대해 파장을 조절하면 이를 확인할 수 있다. 당시 암호를 풀 듯 이 모양을 찾아낸 강태이 지능형 위변조연구실장은 이 종이가 출력된 프린터의 일련번호까지 찾아내 범죄를 입증하는데 크게 일조했다.
 
눈으로 봤을 때 보이는 400~800 나노미터 파장에서는 4.5%라고 쓴 것 처럼 보였지만, 기계에 넣어 적외선 영역의 파장을 보니 숫자 ‘1’을 ‘4’로 고친 흔적이 선명하게 보였다. 권유진 기자

눈으로 봤을 때 보이는 400~800 나노미터 파장에서는 4.5%라고 쓴 것 처럼 보였지만, 기계에 넣어 적외선 영역의 파장을 보니 숫자 ‘1’을 ‘4’로 고친 흔적이 선명하게 보였다. 권유진 기자

 
실제 이를 판독하는 기계에 가상으로 위조한 문서를 넣어보니, 육안으로 보이지 않던 고친 흔적이 10초만에 드러났다. 눈으로 봤을 때 보이는 400~800 나노미터 파장에서는 4.5%라고 쓴 것 처럼 보였지만, 기계에 넣어 적외선 영역의 파장을 보니 숫자 ‘1’을 ‘4’로 고친 흔적이 선명하게 보였다. (위 gif 그림 참고)
 
국과수 디지털분석과는 위조 화폐 감정도 매년 400~500건씩 하고있다. 2013년 위조수표 사기단이 100억 원짜리 수표를 위조해 전액을 인출해 잠적했을 때도 위조수표를 직접 감정했다. 당시 강 실장은 원래 수표에서 금액을 지우고 고친 흔적이 없다는 사실을 바탕으로 은행원이 범행을 도와 백지수표를 건넸을 가능성을 제시하면서 사건 해결을 도왔다. 증거를 바탕으로 추궁하자 은행원은 범행 사실을 실토했고, 이를 근거로 경찰은 사건을 해결할 수 있었다.  
 
이를 바탕으로 2018년에는 휴대용 위조지폐 감별장치를 스마트폰에 장착할 수 있도록 장치를 개발했다. 이 역시 국과수의 특허 중 하나다. 경찰 수사관들이 위조 화폐로 의심되는 지폐를 촬영하면, 인공지능(AI)을 이용해 실시간으로 위조지폐 여부를 간이 확인할 수 있다. 감정과 회신까지 2~3주가 소요됐던 시간이 평균 1~2일로 단축됐다. 정밀감정 필요한 경우에만 위조 지폐 실물을 국과수로 송부해 기존 방식대로 감정을 진행한다.   
첨단 디지털 영상 분석, DNA 분석으로 무장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불에 탄 블랙박스 CT촬영하는 김홍석 연구사/20200108 변선구 기자

첨단 디지털 영상 분석, DNA 분석으로 무장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불에 탄 블랙박스 CT촬영하는 김홍석 연구사/20200108 변선구 기자

 

1년에 33만건, 한 번 걸리면 '탈탈' 털린다 

다른 층에서는 과학 수사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유전자 감정도 한창이었다. 유전자 감정은 증거에서 표본을 채취해 56℃의 용액에서 용해한 후 그 안에서 DNA를 분리해 추출해 필요한 부분을 증폭해 분석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채취와 분리 단계가 분석의 질을 결정하는 관건인 만큼, 위생이나 출입이 엄격하게 관리되고 있었다. 범죄 현장에서 경찰이 수집한 증거를 토대로 범인의 DNA를 분석하거나, 신원 미상의 변사자의 DNA를 분석해 신원을 파악하는 데 쓰인다.  
 
보통 분석이 완료되는데 까지 2주 정도 걸리지만, 긴급한 사건의 경우 ‘긴급정밀실’에서 분석을 맡게된다. 이 경우 72시간 내에 유선으로 경찰관에게 결과를 통보한다. 최근 이춘재 사건도 국과수 법유전자과에서 감정을 진행했다. 김응수 법유전자과 보건연구관은 “이 사건은 정말 증거물이 닳아 없어질 때까지 계속 했다”며 “DNA의 경우 보관 상태만 괜찮으면 아주 오래 지나도 결과가 나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법유전자과에서 분석한 유전자 감정 결과. DNA 프로필 전체가 같아야 동일인으로 판단한다. 권유진 기자

법유전자과에서 분석한 유전자 감정 결과. DNA 프로필 전체가 같아야 동일인으로 판단한다. 권유진 기자

 
이렇게 나온 DNA 검사 결과는 국과수의 데이터베이스에 보관된다. 경찰이 의뢰한 범죄 현장 DNA를 데이터베이스에 보관된 자료와 대조해 이전 범죄 여부도 검증한다. 2000년대 중반 주거 침입, 무전 취식 등 혐의로 체포된 A씨의 경우 이 데이터베이스에 이전 동종 범죄 이력이 100건도 넘게 들어있었다고 한다.  
 
국과수에서 하는 DNA 감정은 1년에 33만 건이 넘는다. 직원 1인당 감정 건수도 3300건 이상이다. 이 때문에 야근은 피할 수 없는 일상이라고 한다.  
 
앞으로의 과학 수사는 어느 정도까지 발전할 수 있을까. 연구진들은 얼굴 인식 프로그램의 성능을 계속 업그레이드 중이다. 이 프로그램을 CCTV에 적용해 발전시키면, 사람이 보는 것 보다 더 정확하게 판단하는 얼굴 인식 엔진 탄생할 수도 있다. 범죄 현장의 CCTV에서 사람의 눈으로는 보기 힘든, 아주 멀리 있는 얼굴도 식별이 가능해지는 단계까지 갈 수 있는 것이다. 
이 중 과장은 “이 분야에서 1등을 할 때 까지 계속해서 연구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원주=권유진 기자 kwen.y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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