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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청정기 파동’ 때문에…노인·아동·장애인만 피해

중앙일보 2020.01.09 05:00
서울 시내 한 전자제품 매장의 공기청정기. 기사 내용과는 무관함. [뉴스1]

서울 시내 한 전자제품 매장의 공기청정기. 기사 내용과는 무관함. [뉴스1]

 
“좀 늦어질 것 같다는 이야기는 들었는데…. 지원받는 입장이라 뭐라고 말하기도 그렇고 참 난감합니다.” 강원도 삼척지역 복지시설에 공기청정기를 보급하는 사업을 추진해 온 삼척시사회복지협의회(이하 협의회) 직원들이 잇따라 사직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복지시설들이 발을 구르고 있다.

'사업비 지급정지'에 삼척 복지시설들 '불안'
재단측, “다음주 삼척 찾아 현장 조사 예정”
협의회, “신규직원 채용…사업 결정 차질”

 
그동안 보급사업을 추진해 온 협의회 직원 3명이 그만둬 사업을 진행할 실무자가 없는 데다 사업비를 지급하는 대·중소기업·농어업협력재단(이하 협력재단) 측이 사업비 지급정지 조치를 해서다.
 
공기청정기를 보급받을 예정인 한 복지시설 관계자는 8일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생활실에서 대소변을 보는 분들도 있어 공기 질 등을 고려해 공기청정기 보급을 신청했는데 아직 받지 못했다”며 “원래는 연말까지 받기로 했는데 최근에 좀 늦어질 것 같다는 연락을 받았다. 현재 시설에 2대밖에 없는 상황이라 하루빨리 보급을 받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복지시설에선 현재 요양이 필요한 환자와 상시근로자 등 130여 명이 생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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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 삼척시의 한 사회복지단체가 노인요양원 등 사회복지시설에 공기청정기 보급을 위해 나라장터에 올린 물품구매 전자입창공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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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시설 공기청정기 설치 시급한데 

또 다른 복지시설은 연말까지 보내주기로 한 공기청정기가 오지 않자 협의회에 직접 문의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구매 과정에서 문제가 생겨 내년에 주겠다”는 답변만 들었다. 이 시설 관계자는 “하루 평균 시설을 이용하는 노인 등만 400~450명에 달하는데 일부 시설이 지하에 있어 공기청정기 설치가 시급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현재 협의회는 내부 갈등으로 인해 사업시행 기간을 오는 2월 10일까지로 연장한 상태다. 사유는 ‘나라장터 입찰 후 적격심사로 인한 기간 연장’으로 후원 기업과 협력재단에도 연장 요청서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협의회는 지난해 말까지 삼척지역 노인요양원과 장애인시설, 아동센터 등 사회복지시설 32곳에 공기청정기 232대 보급을 완료할 계획이었다. 공기청정기가 보급되는 곳은 노인들이 생활하거나 이용하는 시설(11곳), 아동시설(10곳), 청소년시설(3곳), 장애인·다문화·자원봉사시설(이상 1곳) 등이다. 
지난해 1월 22일 경북 칠곡군 왜관1리 경로당에 공기청정기가 설치돼 할머니들이 기뻐하고 있다. 기사 내용과는 무관함.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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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의회, 정상화 위해 직원 3명 채용키로

이 중 한 청소년시설의 경우 연간 누적 이용 인원이 10만2941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협의회 내부 갈등으로 공기청정기 보급이 늦어지면서 애꿎은 노인과 아동ㆍ청소년ㆍ장애인들이 피해를 보고 있는 셈이다.
 
이에 따라 협력재단 측은 ‘입찰 공고문의 조건을 충족하지 못한 업체가 적격하다고 판단한 이유에 대해 소명해달라’는 내용의 공문을 협의회에 보냈다. 공문에는 ‘조달청의 유권 해석을 첨부해달라’는 내용도 담겨 있다. 대ㆍ중소기업·농어업협력재단 관계자는 “협의회로부터 소명 자료를 받아본 뒤 다음 주 중에 삼척을 찾아 현장 조사를 할 계획”이라며 “협의회가 이번 사업을 수행할 능력이 있는지를 확인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협의회는 업무 정상화를 위해 지난 6일 홈페이지에 직원채용 공고를 냈다. 채용 인원은 사무국장 1명, 운영지원팀 1명, 서비스 지원2팀 1명 등 3명이다. 서류 접수 마감일은 오는 13일로 14일 면접을 거쳐 16일 임용할 예정이다.

 
삼척시사회복지협의회 관계자는 “다음 주 중에 직원을 채용할 계획으로 기존 직원 퇴사로 인해 사업을 진행하는 데 어려움이 있어 사업 진행 여부를 결정하지 못한 상황”이라며 “사업 진행 여부가 결정되면 협력재단 측에 소명 자료를 보낼 계획”이라고 말했다.
   
삼척=박진호 기자 park.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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