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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 공백 속 성행하는 '1시간 3만원' 리얼돌 체험방

중앙일보 2020.01.09 05:00
서초구에 위치한 한 리얼돌 체험방을 방문해 직원 안내에 따라 개별 방에 들어가니 인형이 이불을 덮고 누워있었다. 편광현 기자

서초구에 위치한 한 리얼돌 체험방을 방문해 직원 안내에 따라 개별 방에 들어가니 인형이 이불을 덮고 누워있었다. 편광현 기자

밀실은 ‘중앙일보 레니얼 험실’의 줄임말로 중앙일보의 20대 기자들이 도있는 착 취재를 하는 공간입니다.

“여친과 이별한 지 474일. 새로운 여친을 만났습니다. 사장님 감사해요.”

“성병 걸리는 거 아닌지…청결을 우선한다고 했는데 그렇지 않은 것 같더군요.”

 

<제18화> 리얼돌
후기엔 "새로운 여친""나 자신이 한심"
'개인 사적 공간' vs '규제 필요' 논란

'리얼돌 체험방'의 업체 홈페이지에 올라온 후기 중 일부입니다. 밀실팀이 파악한 결과 7일 현재 전국엔 총 29곳의 리얼돌 체험방이 영업하고 있습니다. 
 
업소에 따라 시간당 3~4만원에 리얼돌과 이용 공간을 제공하는데요. 업소들은 '저렴함'을 강조합니다. ‘리얼돌 구매가 부담스러운 분을 위해 저렴한 금액으로 50여 가지의 리얼돌을 아늑한 공간에서 다양하게 체험하고 구매할 수 있다’고 홍보합니다. 지난 10월 취재한 리얼돌 공장 측에 따르면 리얼돌은 하나당 200만~400만원에 이릅니다.
 
리얼돌 체험방은 실제로 어떻게 운영되고 있을까요. 사람들은 도대체 왜 이곳을 찾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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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조명 밑 3평 방에 누워있는 리얼돌

리얼돌 체험방에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복도. 붉은 조명이 켜진 복도사이로 양옆에 약 8개 방들이 있다. 각 방문엔 각기 다른 리얼돌 사진이 붙어있다. 편광현 기자

리얼돌 체험방에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복도. 붉은 조명이 켜진 복도사이로 양옆에 약 8개 방들이 있다. 각 방문엔 각기 다른 리얼돌 사진이 붙어있다. 편광현 기자

각 방 크기는 약 3평으로 인형이 매트리스 위에 이불을 덮고 누워있다. 편광현 기자

각 방 크기는 약 3평으로 인형이 매트리스 위에 이불을 덮고 누워있다. 편광현 기자

지난 12월 서울 서초구의 리얼돌 체험방을 방문했습니다. 메신저로 예약하고 안내 받은 대로 업소 문 앞에 도착해 직원에게 전화했습니다. 직원을 따라간 체험방 복도엔 홍등가를 연상케 하는 붉은 조명이 켜져 있었습니다. 좁은 복도 양옆으로 리얼돌 사진이 붙어있는 방 8개가 있었죠.
 
직원은 “4개 방을 둘러본 뒤 선택할 수 있다. 천천히 둘러보라”고 권하더군요. 10㎡(3평)짜리 방에 들어서니 천장을 보고 누워있는 리얼돌이 보였습니다. 방마다 머리색, 가슴 크기가 다른 인형이 이불을 덮고 있었더군요.
 
기자가 방문한 시간은 오후 7시쯤이었는데, 다른 손님이 없어 자유롭게 둘러볼 수 있었답니다. 직원은 “오후 8시가 되면 손님이 많이 온다”고 귀띔했습니다.
리얼돌 체험방에 눕혀있던 인형을 만져봤다. 사람 손과는 달리 잘 구부려졌다. 편광현 기자

리얼돌 체험방에 눕혀있던 인형을 만져봤다. 사람 손과는 달리 잘 구부려졌다. 편광현 기자

체험방에 있는 인형은 리얼돌 공장에서 봤던 제품보다 조악한 편이었습니다. 노란색 가발을 쓴 리얼돌은 얼굴과 목의 구분선이 뚜렷했고요. 지나치게 큰 눈, 큰 가슴이 비현실적으로 느껴졌습니다. 초점없이 천장만 바라보는 시선 탓이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리얼돌을 선택하자 직원이 사용법을 설명했는데요. 대부분 주의사항이었는데, 다리를 직접 아래위로 벌리거나 관절을 굽혀서 사용하라는 식이었죠. 
 
설명을 마친 직원은 주머니에서 ‘일회용 오나홀’(인공질)을 꺼내 조립했습니다. "손님이 바뀔 때마다 교체한다"는 설명도 하더군요. '공용 리얼돌'에 대한 거부감을 덜게 하려는 듯했습니다.

리얼돌 체험방 벽면에는 사용시 주의해야할 점도 상세히 적혀있었다. 편광현 기자

리얼돌 체험방 벽면에는 사용시 주의해야할 점도 상세히 적혀있었다. 편광현 기자

조립을 마친 직원은 선불요금 3만원(1시간)을 현금으로 받고 나갔습니다. 방안을 둘러보니 매트리스와 작은 선반이 있었고요. 물티슈와 쓰레기통 그리고 소형 온풍기가 있었습니다.
 
주의사항도 붙어있었습니다. “물어뜯거나 꼬집거나 폭력적인 행동을 금한다”, “관절 부위는 사람 몸과 똑같이 움직이므로 사람 대하듯 부드럽게 사용하라”는 내용입니다.
 
이용시간 1시간을 채우지 않고 방문을 나서자 직원은 눈을 마주치지 않은 채 곧장 출구로 안내했습니다. 손님이 민망해하지 않도록 애쓰는 모습이었습니다.
 

후기엔 "새로운 여친","나 자신이 한심"

리얼돌 체험방 관계자는 “현재 오픈 예정인 지점이 두세개 있고, 더 늘어나는 추세”라고 했습니다. 관련 홈페이지엔 후기 100개 이상 있었는데, 일부 게시글은 조회수가 6000회를 넘겼더군요.
 
사람들은 왜 이런 체험방을 찾는 걸까요. 후기를 살펴보니 리얼돌을 여자친구의 '대체재'로 여기는 듯한 글이 많더군요. “여친과 이별한 지 474일. 난 새로운 여친을 만났습니다. 사장님 감사해요”, “여자친구는 없지만, 여친네 집에 놀러 간 느낌”, “말까지 하면 더 좋겠다”는 글이 보였습니다. 
'퇴폐업소'와 비교한 글도 있었는데요. “보통 1시간에 16만원인데, 리얼돌이랑 10번 하는 게 더 이득”이라는 후기처럼 리얼돌을 성적 대상으로 여기는 글입니다. 밀실팀이 리얼돌 공장을 취재하고 작성한 기사엔 “리얼돌은 도구일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라는 댓글도 꽤 있었지만 말이죠. 몇몇 이용자는 “이어폰 챙겨가서 신음을 들으면서 하면 좋을듯하다”는 '팁'을 올렸더군요.
 
긍정적인 후기만 있는 건 아니었습니다. 위생을 우려하는 고객도 있었는데요. 한 이용자는 “2시간 동안 즐기긴 했지만 일회용 오나홀 빼보니 엄청 끈적끈적했다”며 “성병 걸리는 거 아닌지 모르겠다”는 글을 남겼습니다. “체험이 끝난 후 나 자신이 싫고 한심해서 진짜 괴로웠다”는 '회개형' 후기도 눈에 띄었습니다.
 

개인의 은밀한 공간? 국가의 규제 대상?

 리얼돌 체험방에 들어가니 3평짜리 방에 인형이 이불을 덮고 누워있었다. 편광현 기자

리얼돌 체험방에 들어가니 3평짜리 방에 인형이 이불을 덮고 누워있었다. 편광현 기자

리얼돌 체험방은 2005년에 처음 등장했습니다. 한동안 주춤했지만, 지난해 리얼돌의 수입 허가를 둘러싸고 논란이 일면서 다시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현재로서는 리얼돌 생산이나 리얼돌 체험방의 운영을 규제할 법적인 근거가 없습니다. 리얼돌 체험방 업체도 "합법적으로 운영 중"이라는 점을 홍보합니다. 실제로 지난 6월 대법원이 여성의 신체를 본 따 만든 성인용품인 '리얼돌'의 수입 허가 판결을 내렸죠.
 
하지만 법원이 리얼돌을 활용한 영업까지 판단한 건 아닙니다. 최진녕 변호사(법무법인 이경)는 “리얼돌을 개인이 사적인 공간에서 은밀하게 사용하는 행위와 업체가 영리 추구를 목적으로 영업에 활용하는 행위에 대한 법적인 판단은 각각 다를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리얼돌에 대한 판단과 별개로 리얼돌 체험방은 향후 사회적으로나 법적으로 논쟁의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입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리얼돌 체험방은 개인의 프라이버시가 존중돼야 할 공간일까요. 아니면 정부 차원에서 규제해야 할 대상일까요.
 
편광현·최연수·김지아 기자 pyun.gwang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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